뒤돌아보는 2014년, 학내 구성원에게 묻다

2015-03-05

유혜민 기자 | 90hyemin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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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우리학교의 60주년이었다. 경사스러운 해였지만 유난히 잡음이 많았던 2014년을 각 구성원 대표자들은 어떻게 돌아볼까? 본지는 우리학교의 지난해를 주제로 가상 좌담회를 꾸몄다. 김범 서울배움터 전 총학생회장(이하 김), 이지원 전 총부학생회장(이하 이), 박용구 전 교수협의회 회장(이하 박), 신승철 노동조합 지부장(이하 신)에게 들어보자. 글로벌배움터는 지난 한해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돼 제외했다.

1. 2014년은 우리학교의 60주년이었다.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작년 한 해를 어떻게 평가하고 싶나.
박: 대학 평가, 발전기금, 성적 평가 등 어려운 상황이 이어져 긍정적인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학평가 때문에 성적평가가 중심을 잡지 못한 부분은 비교육적인 처사라 생각된다. 발전기금 또한 실질적 성과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성과를 꼽자면 신임 총장의 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들 수 있다. 학생, 교수와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 이야기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자세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100년 외대를 준비하는 본질적 물음에 대한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바람직하고 심도 있는 대화 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신: 60주년을 기점으로 특별히 바뀐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학내에도 서서히 대화의 기운이 조금은 생겨간다. 과거 8년 동안은 너무 독선적인 학교 운영이었다. 그래서 곧 대화와 화해의 물꼬가 터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아직 그러한 변화가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구성원들 간의 대화의 장이 더 마련돼야 하고, 그것이 결국 학교 발전에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김: 학생들과 대화하려는 뜻도 있었고 학교 발전에 대한 의지나 노력이 많이 나타났다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들이 일반 학생들에게 와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4년제 종합대학으로서의 발돋움을 시작한 것은 좋았다. 외부적으로도 캠퍼스 환경이 계속 좋아지고 규모가 커졌으며 대외적인 평가에서 좋은 평을 받은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학교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큰 변화가 없었던 것 같다. 내부적인 부분만 놓고 평가를 하자면 작년 한 해는 C+를 주고 싶다. 재수강이 필요하다.

2. 지난 임기를 돌아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박: 임기 첫 1년은 박철 전 총장과, 나머지 1년은 김인철 총장과 한 해를 보냈기 때문에 연속성이 부족하고 끊어진 느낌이 든다. 지난해는 총장 취임 첫 해여서 취임 허니문이라는 말이 있듯 당장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사항이 없었다. 따라서 교수협의회(이하 교협)의 비판적인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집행부와 학교의 청사진을 그리며 대화를 나눠야 했다. 그러나 집행부가 실용주의적 성격을 띠어 미래의 큰 그림을 바탕으로 한 세부적인 정책 수립 면에서 미흡했다고 보여진다. 교협의 다른 역할 중 하나는 교권 신장뿐만 아니라 다른 학내 구성원들의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성적 평가, 노조와 학교의 갈등과 같은 사안에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
신: 그동안 조합 활동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조합 활동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아직까지는 조합원들의 정서적인 측면이 부족해 내가 생각하는 것에 절반 정도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 결국 미흡했던 부분이라면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생각했던 일방적인 우리의 이익만을 대표하는 노조가 아닌, 학교 운영에 의견을 내며 참여하는 구성원으로서 노조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나름의 성과가 있다고 본다.
김: 지난해는 대표자들과의 소통, 연계를 중시했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도 20번 이상, 중앙운영위원회도 50회 이상 소집해 대표자들을 통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했다. 그러나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8천 학우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하지는 못했다. 또한 총학생회칙 개정을 통해 학생회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이: 많은 것이 부족했지만 그나마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두렵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돼 그 부분이 만족스럽다. 의견 전달에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친일 논란이 불거진 설립자 동상 문제나 성적평가방식 변경 소급적용 같은 불합리한 일에는 어쩔 수 없이 점거나 서명운동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기꺼이 동참해 준 학우 여러분께 정말 고맙다. 가장 미흡했던 부분은 역시 고질적인 문제인 ‘소통’이다. 학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모든 학우들을 아울러 소통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특히 임기 말 성적평가방식 소급적용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는데 정말 시급한 사안이었기에 총학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학우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

3. 총학과 노조는 지난해부터 계속해 학교와의 마찰이 있었다. 어떠한 입장 차이가 있었나?
신: 사실 학교와 갈등구조로 갈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학교 측이 노조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자치 활동처럼 노조도 하나의 자치 활동이다. 그런데 학교가 이를 인정하려는 노력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학생이나 노조와의 관계에서도 학교는 상호 존중의 바탕이 잘못돼있다. 자치 활동을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니 당연히 온전한 대화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차츰 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변화를 위한 노력들이 조금은 보이기 때문에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또 다른 갈등과 불신이 쌓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위한 노력들이 이뤄져야한다.
김: 학교가 입결과 교육부 지침을 중시했다. 학교에서 입결, 취업 등 교육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느라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의 질적인 발전보다 겉보기식 변화에 치중했다. 입결과 취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 희생을 강요한 면이 있었다. 지금 학생들 사이에서는 4년 동안 외국어를 학습해 완벽하게 구사할 수 없다거나 외국어 전공보다 이중전공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등의 지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에는 교육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이 겉보기식 변화 때문에 ‘외대’라는 특성을 가지고 발전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 학생과 학교 간 반목의 근본적인 이유는 학교가 이미 학생보다는 학교의 입장을 중시하는 태도를 갖고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의 3주체는 교수, 학생, 직원인데 학교는 학교만이 주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의사를 배제하면서 학교의 입장만을 관철하려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계속적으로 학우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서 의견을 전달하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교와의 입장차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4. 학교와 총학, 노조 사이 갈등이 계속돼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협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박: 교수협의회는 교수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다른 단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학교발전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집행부와 재단을 여당과 같은 주 권력층으로 표현한다면 교협, 노조, 총학은 야당이라는 견제층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세 집단은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기에 세 집단 모두 서로 간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총학과 노조가 학교와 갈등이 생기면 양자를 절충할 수 있는 교협과 대화했으면 한다. 학교 집행부와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잦은 만큼 의견 중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5. 2015년을 맞아 총학과 노조 내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나?
신: 지난해 12월 13일에 제16대 임원선거가 있었고, 2월 24일에 제18대 대의원선거가 있었다.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신 ‘조합이 조합답게’라는 그동안의 기조를 유지하고 학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한 기본을 다져 나가는 시기가 될 것이다. 또한 노조 내부의 세대 교체, 학생, 교수, 동문 등 학교 구성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사업을 할 때가 됐다. 노조도 학내 구성원의 일원으로써 학교 발전에 책임도 있고 참여해야 할 권리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학교 문제에 한 걸음 물러나는 방관자적 입장에 서지 않을 것이다.
이: 학생회가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다. 작년 한 해는 총학 스스로가 자아 성찰을 많이 했다. 학우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먼저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 제시하는 더욱 능동적인 총학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6. 이번 해 교협이 학교에 바라는 바는 무엇인가?
박: 학교는 60년을 넘어 100년을 바라본다는 학교 슬로건처럼 나머지 40년을 준비하는, 목적과 현실성이 있는 한 해를 보내야 한다. 김인철 총장은 이를 토대로 남은 임기의 큰 그림을 그려 학내 사안을 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내 구성원들의 힘이 한 뜻으로 모아져 창발적 에너지가 폭발하길 바란다. 기본 자산이 많지 않은 우리 학교는 각자의 위치에서 조그마한 힘이라도 모아나가야 한다.

유혜민 기자 90hyemin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