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인문강좌, 이대로 괜찮은가?

2015-05-29

이진형 | 89matte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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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온라인에서부터 일상적인 대화에서까지 미네르바 인문강좌에 대한 불만은 주변에서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다. 미네르바 인문강좌가 도대체 무엇이고 왜 이렇게 불평과 불만이 많은지 이와 관련된 학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네르바 인문강좌’란 무엇인가?
우리학교는 2014학년도 2학기에 교양과정위원회가 승격하면서 ‘미네르바 교양대학’이 새롭게 출범했다. 본지 980호 3면 ‘2015학년도 1학기 교양 교과과정 개편’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교양교육 강화의 방안으로 글쓰기를 미네르바 인문강좌로 개편했다. 미네르바 인문강좌는 기존의 글쓰기보다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학생들의 교양수준을 효과적으로 높이기 위해 토론 위주의 수업 방식을 도입했다. 당시 김미자 서울배움터 학생종합지원센터 팀장은 “교양교과과정 개편을 통한 교양교육의 강화로 우리학교는 인성교육은 물론, 다양한 방면으로 진리를 탐구할 수 있는 대학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미네르바 인문강좌1:인간과 문명>의 기본적인 취지는 학생들이 검증된 사상가들의 고전 작품을 읽고, 문명·역사·과학·예술 등 다양한 주제로 이뤄진 세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세상 속에서 학생 자신들은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이며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비판적이고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세계에 대해서 배우려다보니 강좌의 주제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미네르바 인문강좌는 크게 1학기와 2학기로 나눠 각각 다른 주제를 배운다. 1학기에는 ‘인간과 문명’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2학기에는 ‘글로벌 소통과 배려’라는 주제를 학습한다. 이전에 글쓰기를 이수하지 않은 15학번 이전의 학생들은 1학기 혹은 2학기 중 한 번만 들으면 된다. 하지만 15학번 이후 학생의 경우 1학기와 2학기 모두 수강해야 한다.

현재 강의 중인 <미네르바 인문강좌1:인간과 문명>의 커리큘럼은 오리엔테이션과 최종리뷰, 중간·기말고사를 제외하고 △우주, 인간, 생명 △인간존재에 대한 이해 △인간가치론: 행복론에 대해 △인간의 주체와 대상 △예술과 상상력 △인간과 역사 △문명과 종교 △과학적 지식의 발견 △민주주의와 정치 △자본주의와 시장 △이념, 이데올로기와 혁명 △동아시아와 한국의 순서대로 진행된다.

큰 틀에서 수업내용은 위의 커리큘럼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주제들로 정해져 있다. 기본적인 수업방식은 교수가 교재에 대해 강의를 하고 이후에 학생들은 그것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며 마무리는 글쓰기로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업방식의 큰 테두리만 정해진 것이지 구체적인 수업방식은 교수들의 개성과 자율을 존중하고 있다. 그래서 실상은 교수마다 다른 수업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된다.

◆학생들에게 미움 받는 미네르바 인문강좌
본지에서 13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의 ‘미네르바 인문강좌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하는 질문에 전체 응답학생 574명 중 43.73%에 해당하는 251명이 ‘매우 불만족’을 선택했다. 그리고 30.66%에 달하는 176명의 학생들이 선택한 ‘불만족’이 그 뒤를 이었다. 총 70%가 넘는 학생들이 미네르바 인문강좌에 대해 불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마다 서로 다른 수업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학생들의 불만과 고충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학생들의 불만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강의의 체계가 아직 덜 잡혀있고 미흡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미네르바 인문강좌를 수강생인 정성윤(동유럽·루마니아어 15) 군은 “다양한 학문을 공부할 수 있어서 좋지만 교재를 막 잘라 붙인 것 같아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며 “수업 방식에서 ‘너희가 스스로 알아서 이해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수업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이는 본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강의 내용에 불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전체 497명의 응답자 중 188명이 ‘교재 미비 등 강의가 명확하게 짜여있지 않아서’를 선택했다. 전체 응답자의 37.83%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는 아직 체계가 미흡한 상태에서 고전읽기와 토론, 글쓰기를 동시에 진행해 너무 난잡하고 깊이 있는 강의가 진행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또한 본지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이 이에 대해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강의 내용에 불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34%에 해당하는 169명의 학생들이 ‘강의 내용과 주제가 매번 다르고 한 강의에 한 주제를 충분히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해 깊이 있는 강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를 선택했다. 가장 많이 선택한 응답과 단 3.83%p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세 번째는 수업의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수강생인 정재라(동양어·인도어 15) 양은 “수업에서 대부분 딱딱하고 어려운 철학적인 내용을 배우는데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교수가 많은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이해도 잘 안 되는데 토론과 발표를 준비하기 번거롭고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전공학생마다 나름대로 각자의 고충을 겪고 있다. 강좌마다 수강생의 전공 제한이 없는 서울배움터와 달리 글로벌배움터는 단과대별로 분류해 미네르바 인문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근명 글로벌배움터 미네르바 교양대학 학장은 “서울배움터에서도 글로벌배움터처럼 단과대별로 나눠서 미네르바 인문강좌를 진행하고 싶어 한다”며 “하지만 강의실과 시간표 같은 여러 가지 행정적인 문제로 인해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교육의 본질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단과대의 특성에 따라 나눠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글로벌배움터 인문대학에서 미네르바 인문강좌를 수강중인 한 학생은 “같은 인문대 학생들끼리 모아서 수업을 진행하니 발표와 토론의 내용이 뻔하다”며 “모든 전공의 학생이 섞여있다면 타 전공 학생의 사고도 알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익명을 요청한 자연과학대 학생은 “고등학교 때 인문과목을 배우지 않은 이공계학생들은 수업을 따라가기가 매우 어렵다”며 “단과대 별로 나눴어도 이공계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난이도 조절은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어려움을 드러냈다.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들의 고충도 있어···학생들 어려움 이해해
미네르바 인문강좌를 강의하는 교수들도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고충을 겪고 있었다. 교수들은 학생들과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학생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기도 했다. 글로벌배움터에서 미네르바 인문강좌를 강의하고 있는 박선균 교수는 교재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실제로 선정된 지문 중에서 다른 교수님들이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것이 있다”며 “조금 더 쉽고 보편적인 주제로 텍스트를 선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토론을 진행하기 어렵고 쟁점화하기 힘든 지문들도 있는데 이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지금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지만 앞으로는 좋은 지문을 가려 뽑아 교재를 안정화해야 한다”고 지문 선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의 자료는 양 배움터의 미네르바 교양대학 학장과 미네르바 인문강좌를 강의하는 교수들, 그리고 주임교수들이 참석해 격주로 열리는 세미나를 통해 선정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수업방식 통일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강의만 하는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그룹 토의와 발표를 시키고 이를 평가하는 강의에서 좋은 성적 받는 것보다 훨씬 쉽다”며 “이는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해 학생들의 원성을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학생들의 불만이 가장 많았던 부분은 미흡한 강의와 교재였다. 이러한 불만들에 대해 이 학장은 “한 학기 동안 여러 자료로 수업을 진행해보고 학생들과 교수들의 반응을 듣고 수정할 계획”이라며 학생들을 달랬다. 이어서 그는“아무런 검토나 피드백 없이 교재를 만들어 버리면 문제가 발생해도 수정할 수 없다”며 “지금의 시행착오는 더 좋은 교재를 만들기 위해 검토하고 수정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수업 방식이 다르다는 불평에 대해서는 “강의하시는 교수님마다 수업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방학 때 조금 더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해 가능한 한 통일적인 수업 방식을 확정하려고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드러냈다. 하지만 수업 내용이 어렵다는 학생들의 볼멘소리에는 단호했다. 이 학장은 “고등학교 단계에서 입시 중심의 교육을 받다가 대학에 와서 교양교과다운 강의를 듣게 되니 어렵다는 것은 잘 안다”며 “하지만 어렵다고 교양강좌의 성격을 바꾸고 학생들과 타협해 교육을 쉽게 진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교의 인문강좌는 어떨까?
경희대학교의 경우 2011년에 교양대학인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개설했다.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과과정은 △중핵교과 △배분이수교과 △기초교과 △자유이수교과 네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학교의 미네르바 인문강좌와 비슷한 교과과정은 ‘중핵교과’인데 1학년 1학기에 ‘인간의 가치탐색’을, 2학기에는 ‘우리가 사는 세계’을 진행한다. 강의는 각각 3학점으로 3시간동안 진행되고 수업은 교수의 강의와 학생들의 토론으로 이뤄진다. 우리학교 미네르바 인문강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기초교과에 글쓰기 강의가 따로 분리돼 있다는 점과 인문사회계 학생들과 이공계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는 점이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1학년에 필수적으로 들어야하는 인문교양 강좌에 ‘사고와 표현’이 있다. 사고와 표현은 체계적인 글쓰기를 가르치기 위한 과목이지만 글쓰기 훈련에 고전 읽기를 연계하여 깊이 있는 사고력과 자기 표현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미네르바 인문강좌와 유사하다. 1학기에 수강하는 <사고와 표현Ⅰ>은 글쓰기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으로 글쓰기를 집중적으로 배운다. 2학기에 운영되는 <사고와 표현Ⅱ>는 강의 내용을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3개 영역으로 나눠 해당 분야의 다양한 읽기 자료와 글쓰기를 연계하고 토론도 진행한다.

두 사례 모두 미네르바 인문강좌와 같이 1학년 시기에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필수 교양이다. 두 학교 모두 인문강좌를 위한 정식 교재가 존재하고 체계적인 수업을 위해 글쓰기와 토론 수업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진형 기자 89matte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