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종료,풀리지않은갈등

2019-12-10

허지나 기자 | 99_jina@hufs.ac.kr

조회수 542 댓글 0

지난달 20일 오전 9시, 철도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노조는 한국 철도공사 코레일(이하 사측)과 교섭을 통해 이틀간의 밤샘 협상 후 25일 오전 잠정합의를 맺었다. 파업은 철회됐지만 파업 기간 열차 운행률은 평소의 70% 대를 맴돌며 이용객에게 불편을 남겼다.
혼잡한 열차와 길어진 운행간격으로 철도를 통한 교통 이용이 불편함을 초래했던 가운데 △파업으 로 치닫게 된 원인△노조의 요구사항과 사측의 입장△잠정합의 내용과 노조 내부 갈등△파업이 끝 난 뒤 상황 등에 대해 살펴보자.

◆3년 만의 철도 파업, 그 원인은?
이번 철도파업은 2016년 9월 총 74일 간 장기간 이어졌던 파업 이후 3 년 만에 진행됐다. 노조는 이번 파업을 통해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다. 현재 철도 노조의 근로시간은 주당 39.3시간이다. 이를 31시 간으로 단축하고자 노조는‘4조 2교대’근무제 도입을 위한 인력 4654 명충원과 4%대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이때 4조2교대는 4개조중 한 번에 2조가 하루 24시간 중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는 형태다.
노조가 총파업을 감행하게 된 원인엔 사측과의 갈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먼저 지난달 19일 노조와 사측은 4조 2교대 전환을 위해 인력충원 규모 등에 대한 교섭을 했지만 결렬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4654명의 증원을 요구했고 사측은 1865명을 제안했다. 또한 노조는 자회사 소속 승무원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고자 회사 직원 임금을 본사 직원의 80% 수준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 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사측은“공기업 임금 가이 드라인에 어긋난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지난해 6월 노사·전문가 중앙협의기구에서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정규직 근로자 임 금의 80% 수준까지 임금을 인상해 지급하고 이를 위해 원하청협 의회를 구성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 1년 반 동안 이러한 권고를 지키지 않았다.

◆잠정합의와 노조 내부 갈등
철도노조의 무기한 총파업은 노조가 사측과 잠정합의를 맺으며 5 일만에철회됐다.이에 노조는 빠른 시일 내에 조합원총회를 열고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다. 잠정합의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9년도 임금 전년 대비 1.8% 인상△인력 충원에 대해 노사와 국토부가 협의△KTX-SRT 고속철도 통합 운영 방안 노사 공동 건의△자회사 직원의 임금 수준 개선 건의△코레일 관 광개발 임금·승진 체계 우선 논의 등이다. 하지만 노사에겐 아직 합의 를 끝내지 못한 사항들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노조는 인력충원과 관련 해 국토부와 더 협의할 계획이다.
또한 파업은 끝났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사측은 다음 해에 4조 2교대제로 전환하기 위해 1865명의 신규 충원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반면 노조는 4654명 증원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토부는 노조의 입장에 부정적이다. 더불어 국토부는 노사가 인력 증원을 요구 하기보다 인력 재배치를 하는 등 내부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1일,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비상수송대책회의에서 김현미 국 토부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추가 수익 창출이나 비용절감 없이 일시에 인력을 증원하는 것엔 영업적자 누적 등 재무여건을 악화시키고 운임인상 등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한편 노조 내부에선 이번 합의가 총파업을 한 것에 비해 소득이 없다는 불만도 크다. 잠정합의안에 포함된 1.8% 임금 인상은 지난해 정부가 정 한‘2019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의 총인건비 인상률 과 같다. 특별히 파업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로 보기 어려운 대목인 것이 다. 그런데다 이 정도 수치의 임금 인상은 매해 노사협약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도 노사는 전년 총액 대비 임금을 2.6% 인상하기로 한 바 있다. 덧붙여 임금 인상 외의 안건도 건의를 하겠다는 정도에 그쳤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반면 긍정적인 평가의 목소리도 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인력 증원과 관련해 국토부를 협상자리로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 입장 차가 크기 때문에 국토부와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 하다. 정부는 기존의 3조 2교대 근무 시에도 사원이 주 39시간을 일하는 데, 4조 2교대 근무제로 전환되면 사원의 근로시간이 불과 약 37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를 위해 4000여 명을 충원하면 매해 4000억 원의 세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파업 첫날 김경욱 국토 부 제2차관(이하 김 제2차관)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김제 2차관은 “국민에게 부담이 되면 검토 자체가 불가능하다” 며 “코레일의 지난해 영업적자가 900억 원인데, 1865명만 증원해도 매해 3000억 원 적자가 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시작부터 노조 내부 반응이 엇갈리기도 했다. 지난달 11일 부터 13일까지 진행됐던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 비율은 53.9%로 역대 두 번째로 낮았으며 파업 참여율은 21일 오전 11시 기준 28.9%로 지난 2016년 총파업 당시 이틀째 참여율 36.7%에 비해 저조했다. 이에 노조 내부에선‘명분도 효과도 없는 파업’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엔 이러한 불만이 담긴 댓글들이 올 라와 있다. 일부 조합원은 “지금 노조는 명분만 찾고 실리는 하나 도생각안하는정치노조”라며노조내부를향한날선시선을 보였다.
노조에서 요구한 ‘자회사 직원 본사 고용 ’에 대해서도 젊은 노조원 사이에선 입장이 갈리고 있다. 코레일 공개채용(이하 공채) 은 공기업 중에서도 높은 경쟁률로 유명하다. 이에 공채를 통해 어렵게 본사에 입사한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서 파업의 요구사항 중 하나가‘자회사 직원들의 본사 고용’이란 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종료된 파업, 남겨진 것들
일각에선 잠정합의안 내용엔 큰 소득 없이 파업이 끝나버렸다는 평 을 하며 지난 2016년 9월에 74일간 진행된 파업과 비교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수도권에서 대입 시험을 봐야 하는 수험생들의 불편과 한-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와 같은 국가적 행사 기간과 겹쳐 노조가 파업 이 장기화되는 것에 심적 부담을 가졌을 수 있다는 관측하고 있다. 이 번 타결에 대해 정부가 급한 불은 껐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파업이 장 기화됐을 경우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수출업계와 일부 건설업에도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이제 막 시행되는 시점에 근무 시간 단축을 위해 4654 명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철도노조 측 입장은 시민들의 공감을 사지 못 했으며 이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여론이 크다. 그뿐만 아니라 노조가 파업을 하는 동안 출퇴근길 혼잡을 겪어야 했던 수도권 직장인들의 원성과 수험생들의 대학 수시와 논술고사 기간과 맞물려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이 컸던 상황 역시 이러한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앞으로 노조의 행보에 대한 귀추가 주목될 전망이다.

허지나 기자 99_jin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