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 듣는 교양] 상거래질서와 규범 2015-05-29
유혜민 | 90hyemini@hufs.ac.kr 조회수 665  댓글 0
임채욱(미네르바 교양대학, 상거래질서와 규범 강의)

보통 법에 대한 가장 흔한 명제는 “법은 어렵다”고, 법은 법률가만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법률을 소송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미디어의 영향으로 법률 하면 형사소송을 먼저 생각하는 것에 그 이유가 있다. 그래서 자신이 특별히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법적 문제가 생길 일이 없다고 여기게 된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법률이 일상 생활과 동떨어진 매우 특수한 경우에나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왜냐하면 사실 형사재판은 매우 특수한 경우고 대부분의 재판은 민사재판, 즉 상거래에 관한 소송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 혹은 과도한 보상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재판장에 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전공자가 아닌 이상 형사재판 혹은 소송을 위한 법률을 자세히 알기보다는 사회생존을 위해 상거래질서 유지를 위한 법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먹고사는 문제, 즉 사회생활에서 민법과 상법 및 그 특별법을 통해 구현된다. 본인이 필요한 법률에 접근할 수 있고, 그 법체계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민법은 자본주의 경제 시장의 참여자인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등하고 공정한 거래라고 여기는 조건과 규칙을 법률로 만든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라면 어딜 가나 유사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것까지 법으로 정해야 하나’ 싶은 내용을 담은 조문도 많다. 사법부는 이렇게 상식적인 법률을 기준으로 시장경제의 정의를 추구한다. 그렇기에 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체제로 택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은 동일가치의 교환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교환물의 내용과 방법은 사회의 발전이나 지역에 따라 판이하게 다를 수 있지만, 동일가치의 교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의 근본적인 속성이다. 따라서 이 강의에서는 법규범을 설명하기에 앞서 경제학기초, 경제사, 제도경제학 및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기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간략하게 설명한다.

또 시장자유주의의 한계와 정부의 시장 참여 효과라는 경제활동의 기초도 다룬다. 오늘날 순수자본주의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없다. 모든 국가에서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제도를 반영해 수정자본주의시장경제체제를 택하고 있고 실제로 수요 공급의 과정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규범이 요구된다. 상거래를 규제하는 법률이 존재하는 이유는 경제활동의 가장 기초가 되는 거래 정의를 보호(통제)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경제활동인 거래를 둘러싼 주요 법규 및 그 필요성을 이해하고,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를 통해 교양 수준에서 상거래 질서와 법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경제사건과 법규와의 관계를 학생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시각과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