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공결제를 향한 다양한 시선 2019-11-24
조미경 기자 | 99migyong@hufs.ac.kr 조회수 352  댓글 0
우리학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여성건강권 및 모성보호 확대 요청과 단과대학 및 학생회의 제도개선 요구에 따라 2017학년도 2학기부터 생리공결을 유고결석 사유로 인정했다. 생리공결제는 여학생들의 생리 기간 중 생리통, 생리 증후군 등으로 인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생리공결제의 본 취지에 맞지 않게 오남용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우리학교 생리공결제 실태와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생리공결제 도입배경

우리학교는 2017학년도 2학기부터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생리공결제를 도입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학생이 생리로 인해 결석하는 경우 출결상황 관리에 대해 ‘병결’ 혹은 ‘기타결석’으로 처리하고 여성의 건강권 및 모성보호 측면에서 적절한 사회적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 등을 보완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교육부는 초·중·고교에 생리공결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이후 대학 내 생리공결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자 2017년 8월 31일 우리학교는 생리공결제 시행을 결정했다. 당시 학사종합지원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2015학년도부터 생리공결제가 꾸준히 안건에 올랐지만 악용 우려 등의 이유로 시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학생들이 생리공결제를 원하고 있고 학생회에서 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해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당시 총학생회가 우리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리공결제 관련 설문조사엔 총 1361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는 △생리공결 신청 시 별도의 진단서를 요구하지 않는다△생리공결 신청 시 이틀 이상의 기간을 인정한다△생리공결 신청 시 교강사의 재량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학생들의 의견은 학교 측에도 전달됐다.


◆생리공결제에 대한 논의

현재 우리학교 생리공결제는 학생이 별도의 증빙서류 없이 공식 홈페이지에 첨부된 유고결석신청서를 작성해 담당 교강사에게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재학생들은 유고사유가 끝난 날부터 7일 이내에 신청해야 하며 출석 인정 횟수는 학기 중 2회이다. 또한 다른 유고결석계와 같이 교강사의 재량으로 진행된다. 한편 현 제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양립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생리공결의 교수 재량적 허용△생리공결제 연속적 신청가능△간단한 서류제출이다.
첫 번째로, 우리학교에선 생리공결제의 운용을 교강사의 재량에 맡긴다. 생리공결제 시행방침은 공식적으로 제도화됐지만, 이는 결국 교수의 재량에 따라 운용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미비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디지털마케팅커뮤니케이션 수업에선 생리공결제를 포함한 유고결석계는 1회만 신청할 수 있다. 외대학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 학생은 “생리공결제가 제도화됐음에도 가끔 받아주지 않겠다는 교수님들이 계셔서 당연히 쓸 수 있는데도 눈치를 봐야 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생리공결제도 일종의 유고결석계에 속하기에 생리공결제만 운용방침을 다르게 한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밖에 다른 유고결석사유는 △불의의 사고로 인한 입원△징병검사 및 예비군 훈련△우리학교 및 소속 단과대학을 대표하는 공무·행사 등이다.
두 번째로, 우리학교는 직전 생리공결제 신청 이후 차기 생리공결제 신청 사이에 기간제한이 없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의 주장은 여성의 평균 생리주기가 28~30일이란 것을 고려할 때, 생리공결제 신청기간을 제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외대학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 학생은 “한 학기에 2번을 쓸 수 있는데, 이것을 연속으로 2번 제출해 출결을 보완하시는 학우 분들이 있다”며 “차라리 28일마다 한 번씩 쓰게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명여대)에선 한번 생리공결제를 신청하면 다음 생리공결제는 15일 이후에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여성의 생리일수와 주기가 정확하지 않으며, 연속된 날짜로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 생리공결제를 이용할 수 없다는 반박이 제기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우리학교에선 특별한 서류 없이 학교 홈페이지에 첨부된 별도의 양식을 작성해 제출하는 것으로 생리공결이 인정된다. 이에 외대학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해당 결석 건에 대한 처방은 아니더라도, 심한 생리통으로 인한 산부인과 처방전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덧붙여 “확실한 병원진단서 같은 서류가 필요하다고 생각 된다”고 서류제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한양대학교(이하 한양대)는 생리공결제를 신청할 때 병원 확인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실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란 비판도 존재한다. 현재 많은 대학이 이러한 부작용을 인식해 생리공결 증빙서류제출을 없애거나 간소화하는 추세이며 한양대 역시 이러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학교는 이미 지난해 제52대 총학생회 푸름의 선거공약인 ‘생리공결제 전산화’의 시행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당시 총학생회는 학생이 종합정보시스템에 본인의 생리날짜를 기재하게 하고 생리공결 사용을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는 식으로 생리공결을 전산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사생활 및 개인정보 침해 등의 문제들이 제기돼 총학생회는 제도시행을 잠정 보류했다. 제도 보완의 시도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처를 통해 생리공결제 방향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학교는 생리공결제를 어떻게 운영할까?

생리공결제 도입 이후 많은 대학이 시행과 폐지를 반복하며 제도 안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숙명여대는 이번 해 2학기부터 생리공결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숙명여대는 우리학교와 같이 별도의 증빙서류 제출 없이 출석을 인정해주고 있으나 학기 당 4회까지 인정해준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숙명포털시스템’이란 학내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직전 유고결석 일자 기준 15일 경과 후 차기 신청이 가능하다.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또한 2007년부터 생리공결제를 도입하고 이를 유고결석계란 명칭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생리공결이란 이름으로 이를 따로 운용할 경우 해당 제도가 일부 학생만을 위한 것으로 비춰질 염려가 있었다”며 “생리도 유고결석계 여타 유고결석 사유와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학생들이 학내 시스템에서 특정 수업 생리공결을 신청하면 해당 교강사에게 전달되는 식으로 제도를 진행하며 학기 4회 이내에서 월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한양대는 월 1회, 학기 5회 이하로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병원 확인서 제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리학교와 차이가 있다.
한편, 서강대학교(이하 서강대)는 2007년 생리공결제를 시범운영했지만, 악용을 우려해 2008년 8월 폐지했다. 서강대 교무처는 “학생문화처 주관으로 세 학기에 걸친 생리공결제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일반결석의 패턴과 차이점이 없다”며 “F학점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리공결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성균관대학교(이하 성균관대)의 경우엔 생리공결제의 시행 여부 및 사용 가능 횟수 등을 모두 교강사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모든 학생에게 해당하는 제도가 아니기에 병가의 일환으로 운용하고 교수 재량에 맡기고 있다”며 “이를 명시적으로 운영할 경우 악용 사례가 늘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생리공결제에 대한 의견

생리공결제에 대한 우리학교 학생들의 의견 또한 다양했다. 외대학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 학생은 “실제로 심한 생리통으로 인해 사용하는 학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에브리타임을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서 생리공결을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은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생리공결제를 악용하는 일부 여성 학우가 있다고 해도, 여성이 한 달마다 평균 5일이란 시간을 불편해 한다는 점을 감안해 생리공결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또 다른 학생은 “주위에 생리공결제를 악용하는 학우들이 많다”며 “연휴 때와 연휴가 아닐 때의 생리공결제 이용률을 분석해, 효용성을 따져 존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리공결제 시행에 대한 필요성을 고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지영 건국대학교 몸 문화연구소 교수는 “우리 사회의 학습권과 노동권 등이 모두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개편돼 있다 보니 여성의 신체나 인권 등이 좀처럼 고려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 생리공결제란 제도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여성 인권이 낮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리는 임신과 출산의 연장선으로 출산휴가처럼 당연히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며 “생리는 남성과 다른 여성의 신체적 특징 때문에 나타난다는 점을 인지해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경 기자 99migy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