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 과거와 미래의 교차점에 서다 2019-11-08
조하영 기자 | 99young@hufs.ac.kr 조회수 502  댓글 0
 
대학언론은 교내·외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갖는다. 독자들의 알 권리를 지켜주고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대학언론은 과거와 달리 학생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학교 내 소식에 관심이 없다거나 종이 신문을 읽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대학신문은 독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이에 대학언론의 △역할과 역사△현시대의 의미△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대학언론의 역할과 역사

대학언론은 △학생△교직원△졸업생 등을 포함한 교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신문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언론은 주로 총장 명의로 발행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신문은 1912년 미국 선교사들이 경영하던 평양의 숭실학당 대학부가 발행한 ‘숭대시보’다. 대학신문은 광복 이후 ‘경성대학 예과신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발행됐다. 초기 대학언론은 주로 대학기관에 소속돼 기관을 홍보하며 기성신문과 달리 교내의 사건과 학생의 의견을 반영했다. 대학언론은 군사 독재 시절 학생운동과 함께했으며 민주화 시기 대학문화를 선도했다. 당시엔 인터넷 등의 매체가 발달하지 않아 종이신문을 통해 학생운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에 그 영향력이 컸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학생운동의 쇠퇴와 인터넷의 발달로 대학언론의 영향력은 줄어들게 됐다. 누구나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대학언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게 된 것이다.


◆대학언론의 위기

대학언론은 국내·외 여러 사안에 대해 다룰 뿐만 아니라 학내 여론을 형성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캠퍼스 내에서 대학언론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독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첫 번째 이유론 종이신문의 쇠퇴를 들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와 같은 쉽고 간편한 매체의 발달로 종이신문을 찾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두 번째 이유론 주요 독자인 학생들이 학내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 번째 이유론 여론을 형성하는 매체가 온라인 커뮤니티로 옮겨간 점을 들 수 있다.
전국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이라고 불리는 익명 기반 대학 커뮤니티를 이용한다. 이 커뮤니티는 재학생 인증을 한 같은 학교 학생들만 이용이 가능하며 △시간표△수업일정△학교식당 메뉴 등을 포함한 학교생활 정보를 접하기에 편리하다. 익명을 기반으로 운영되기에 다양한 정보들이 빠르게 올라오고 의견 표출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등의 문제점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에타에선 정보의 교류가 빠르기에 다양한 학내 사안이 공유되며 학생들이 활발하게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우리학교 사례

우리학교 교내언론기구는 △학보사 「외대학보」△영자신문사 「디아거스(The Argus)」△교지편집위원회 「외대」가 있다. 외대학보는 1955년 4월 11일에 창간된 이후 우리학교의 역사를 담아왔다. 우리학교 역사관에 따르면 외대학보는 “우리학교의 공기(公器)로서 교육이념인 △진리△평화△창조를 사시로 해 신문을 발행함으로써 대학생의 호국정신을 선양하고 건전한 학풍 진작으로 보다 나은 면학과 학교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창간됐다. 또한 이는 1986년 4월 8일 자인 439호에 2면의 사설 <교육의 목적을 망각한 군사교육>과 6면 기사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의 생명, 박세경 변호사 인터뷰> 등을 통해 대학생다운 방식으로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쟁취하고자 했다. 방학과 시험 기간을 제외한 격주로 발행된다.
디아거스는 1954년 설립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영어신문이다. 영문으로만 발행되는 지금과는 달리 창간 초기의 디아거스는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독일어△일본어△스페인어 등 다양한 제2외국어로 발행돼 우리학교의 특성을 살린 외국어 종합지였다.
교지 외대는 우리학교의 공식 언론기구 중 유일하게 발행인과 편집장이 학생인 학생자치 언론기구다. 일 년에 총 네 권의 계간지 형태로 발간되며 학내의 사안뿐만 아니라 사회나 문화 분야의 글도 기고된다. 교지는 매 학기 학생들의 교지대로 운영된다.

본지는 우리학교 교내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현황과 독자의 비율 등을 알기 위해 에타를 통해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교내언론에 대해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73%의 학생들이 ‘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교내언론에서 발행되는 신문 등을 자주 읽는가’에 대한 답변으론 △‘읽지 않는다’ 49%△‘가끔 읽는다’ 32%△‘자주 읽는다’ 19%가 있었다. ‘학생들이 교내언론에 무관심한 이유’엔 △‘학내 사안에 관심이 없다’ 45%△‘종이로 된 글을 잘 읽지 않는다’ 44%△‘기사의 질이 떨어진다’ 11%로 답했다. 또한 ‘학교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습득하는 경로’로 △‘페이스북과 에타를 포함한 온라인’ 62%△‘오프라인(학교 내 게시판, 친구)’ 25%△‘교내언론’ 13%를 꼽았다. 교내언론이 매일 발행되는 것이 아니기에 시의성이 떨어져서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

종이에 씌어 진 글을 잘 읽지 않는 현 상황은 대학언론뿐만 아니라 인쇄 매체 전체가 직면한 문제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접근성을 높이는 대안이 제시된다. 연세대학교의 신문사 ‘연세춘추’는 무거운 내용의 신문을 꺼리는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잡지 ‘The Y’를 발행한다.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내용인 △자취방 추천△맛집 지도△학교 인근 상권 등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거나 가벼운 내용의 칼럼과 인터뷰로 지면을 구성한다.

김지연(동유럽·세크어 19) 씨는 “많은 학생들이 학교신문이 어디 있는지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신문의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불편함을 말했다. 김시유(자연·화학 19) 씨는 “아무래도 요즘 대학생들은 많은 정보를 디지털화된 방식으로 소비한다”며 “특히 종이신문같이 아날로그적인 방식은 갈수록 그 존재 자체를 잊게 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이 교내 사안에 관심을 두고 인식을 해야 학교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해 이를 다루는 교내언론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학교나 도서관 앱처럼 교내언론을 앱으로 만들어 각종 정보나 최근의 학내 이슈들을 올릴 수 있는 장을 여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앞으로 대학언론이 학생들에게 읽히는 신문이 되기 위해선 인쇄 매체가 직면한 문제점과 교내언론이란 한계점을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 강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하영 기자 99yo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