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도쿄올림픽, 계속되는 논란

2019-10-10

기자 | 이메일

조회수 431 댓글 0

다음 해 7월 일본에서 열릴 ‘2020 도쿄올림픽(이하 도쿄올림픽)’에 개최 전부터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패럴림픽 메달에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문양이 새겨졌으며, 과거 성추행 파문이 있던 하시모토 세이코 참의원 의원이 일본 올림픽 장관으로 임명됐다. 이 밖에도 △야외수영장 수질△후쿠시마산 식자재 사용△후쿠시마 원전 가까이에 위치한 야구경기장 등의 문제로 다양한 논란에 휩싸인 도쿄올림픽을 자세히 알아봤다.

◆정치적 논란이 된 욱일기 사용

지난달 12일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는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를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대해 “사안별로 금지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하 박 장관)은 “욱일기는 19세기 말부터 이어져 온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며 아시아 침략 전쟁에 사용된 일본 군대의 깃발”이라며 “현재에도 일본 내 극우단체들의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 시위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역시 정치적 문제가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동조의 뜻을 밝혔다. 또한, 도쿄 패럴림픽 공식 메달이 욱일기와 흡사하다는 비판도 있다. 도쿄 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메달 디자인은 방사형으로 뻗은 선의 형태로, 이는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해당 메달 디자인은 총 421건의 응모작 중 부채에서 영감을 얻어 결정됐다”며 △바위△꽃△나무△잎△물 등 일본의 자연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욱일기는 빨간색 원 주위에 방사형 선인 욱광(旭光)을 그린 깃발이며 현재 일본 자위대의 공식 기(旗)이기도 하다. 태양 주위로 햇빛이 퍼져나가는 문양은 일본에서 일족문(日足紋)이라 불리며 오래전부터 사용돼왔다.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일본의 육군과 해군에서 군기(軍旗)로 사용됐으며 이러한 문양은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한다. 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해 육군과 해군이 해체되면서 욱일기 사용이 일시적으로 중지됐다. 이후 1954년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를 창설하면서 욱일기는 다시 군기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독일이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 문양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과는 반대의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욱일기는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에 막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IOC는 욱일기에 대한 우리나라와 중국의 우려에 대해 “경기장이 정치적 주장의 장소가 돼선 안 된다는 방침엔 변화가 없다”며 “개별적으로 판단해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올림픽 헌장은 “올림픽 경기장 내에서는 어떤 종류의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 활동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당시 일본은 남·북한 합동 팀의 ‘한반도기’에 그려진 독도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올림픽 정신에 따라 한반도기의 독도가 정치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독도를 지도에서 삭제했다.

◆일본 올림픽 장관의 자질 부족 논란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하시모토 세이코(이하 하시모토 장관)를 올림픽장관으로 임명했다. 하시모토 장관은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일본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의 여성 메달리스트이다. 또한 사이클 종목으로 동·하계 올림픽에 총 7번 출전했다. 하시모토 장관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일본 선수단장을 맡기도 했으며 현재는 일본의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 다음 날 일본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 강제로 입을 맞췄다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하시모토 장관이 자신의 직분을 이용해 일명 ‘갑질 성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아베 총리는 하시모토 씨를 올림픽장관으로 임명했다.

◆기준 미달의 야외수영장 논란

도쿄올림픽엔 야외수영장 수질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달 11일엔 테스트 이벤트로 ‘오픈 워터 수영 대회’가 진행됐다. 도쿄의 오다이바 해상공원에서 트라이애슬론과 남녀 5km 마라톤 수영이 펼쳐졌는데 이 수영장의 수질과 수온에 심각한 문제가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수영연맹 규정엔 ‘수온이 섭씨 31도를 넘으면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해당 대회에선 경기가 오전 7시에 진행됐음에도 경기장의 수온이 섭씨 30도를 넘었다. 또한 2017년 10월 진행된 수질 조사에서 오픈 워터 경기장의 박테리아는 국제 기준치의 20배를 초과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당시 조직위 관계자는 폭우로 인한 일시적인 수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정상적인 경기가 어려울 정도로 악취가 났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처럼 경기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에 조직위는 경기 시간을 오전 5시로 앞당기고 수중에 스크린 필터를 만들어 문제없이 대회가 치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경기장의 수온이 1도만 높아져도 정상적인 대회 개최에 문제가 발생하기에 사상 최초로 경기가 취소될 가능성이 농후한 실정이다.

◆방사능으로부터의 안전성 문제

전임 올림픽장관이었던 스즈키 다이치는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는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세계 각국 선수들에게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에서 생산한 식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피해지역 농수산물의 안전성과 훌륭함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취지다. 현재 일본은 국제적인 방사능 수치 기준보다 20배 높은 기준을 세우며 후쿠시마가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가까워질수록 일본의 기준도 넘어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체육회는 방사능 오염 수치에 대한 △토지△대기△해양 자료는 있으나 식자재에 대한 자료는 없다며 이를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IOC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으며 다른 참가국의 문제 제기도 없다”고 답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우리나라 선수단의 식사를 따로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올림픽에서 쓰이는 식자재 뿐만 아니라 경기와 성화의 장소 또한 논란이 됐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참가할 소프트볼과 야구의 예선 경기가 열리는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은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곳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약 70k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또한 도쿄올림픽의 성화는 원전 사고현장에서 2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출발한다. 이는 직선거리로 치면 서울시에서 성남시까지의 거리다.

◆우리 정부의 대응책

이번 달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도쿄올림픽 욱일기 반입에 대해 “욱일기는 과거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상징이다”며 “평화의 제전이 돼야 할 올림픽에서 사용된다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일본 안에서도 욱일기 반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안다”며 “우리는 일본 측과 IOC에 욱일기가 반입·사용되지 않도록 관철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 장관은 도쿄올림픽 논란에 대해 “우리 선수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 정부가 문제에 대해 항의하고 대한체육회에서도 IOC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며 “다른 나라와 연대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조직위가 방사능 관련 자료를 홈페이지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기관들과 면밀하게 분석해 지속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전했다.

조하영 기자 99yo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