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갈등으로 번진 검찰 개혁, 향방은? 2019-10-10
안효빈 기자 | 97anhyobin@hufs.ac.kr 조회수 340  댓글 0
 
지난달 28일 서울특별시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선 ‘제7차 사법 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이하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의 주최로 열렸으며 전국에서 수만 명이 참여하는 등 대규모 집회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검찰 내부 적폐 세력 청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등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이 이는 가운데 검찰 개혁 논란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 검찰 개혁의 발단

검찰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 질서 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탄생한 국가기관이다. 검찰이 가진 검찰권은 형벌권의 실현 과정에서 재판 과정을 제외한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이처럼 사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 가진 국가적 지위와 책임은 막중하다. 검찰의 역할이 중요한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 검찰은 △기소독점권△수사권△수사종결권△경찰 수사 지휘권△공소취소권 등 독점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강제할 만한 장치는 없다. 이에 최근 검찰 권력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예로 몇 년 전 국민적 관심을 끌며 논란이 됐던 일명 ‘고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먼저 지난 2003년 3월, 고 장자연 씨(이하 장 씨)는 조선일보 일가 등에 대한 성접대 폭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해당 문건에 상당히 많은 유력 인사가 언급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재판에 넘겨진 이는 장 씨의 매니저와 전 소속사 대표뿐이었다. 이에 해당 인사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에 대해 비리 수사 의혹이 일었으나 당시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말로 논란을 일축했다.
또한 2013년 7월, 사건 당사자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하 김 전 차관)은 성폭력 범죄와 성접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은 같은 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검찰에 대해 부실 수사 및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해 설치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해당 사건 재수사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이번 해 6월 김 전 차관 사건을 다시 재판에 부쳤으나 당시 의혹을 받은 검사들에 대한 처분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부 무혐의에 그쳤다. 이러한 논란을 바탕으로 검찰 개혁 여론은 크게 일기 시작했다.


◆ 갈등의 시작

이번 검찰 개혁과 관련한 갈등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하 조 장관) 수사에 대한 논란을 계기로 심화 됐다. 앞서 조 장관에 대해선 △자녀 입시 부정△웅동학원 관련 비리△사모펀드 운용 등 여러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또한 최근엔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이하 정 교수)가 자녀 입시를 위한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이에 대한 관련 검찰 조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조 장관 자택을 압수 수색했으며 정 교수를 소환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의 처분이 “강압 수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이는 검찰 개혁 촉구 시위의 계기가 됐다. 해당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가 조국이다’, ‘정치검찰 퇴진’ 등의 메시지가 담긴 푯말을 들고 검찰청사 일대를 행진했다. 주최 측은 “검찰과 언론이 조 장관과 정 교수를 피의자로 몰고 있지만 사실 이들은 피해자”이며 “진짜 공동 정범은 약 70년간 헌법과 국민 위에 군림하며 직권을 남용하는 검찰과 이들의 정보를 받아쓰는 언론”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 개혁이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사명임이 확인됐고, 과잉 수사를 일삼는 경찰과 이를 정쟁의 소재로 삼는 야당에 경종을 울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촛불 집회가) 정치권에 지체 말고 검찰 개혁에 나설 것을 명령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이하 개혁위) 발족식에서 논란 당사자인 조 장관은 촛불 집회에 대해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역사상 가장 뜨겁다”며 “검찰 개혁은 유권자인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말했다. 또한 “검찰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도적 통제 장치가 없다”며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 방안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마련하고 시행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국 관련 수사가 “황제 대우가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본래 예정돼 있던 1차 조사에서 정 교수의 건강상 이유로 조사가 예정보다 일찍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왜 정 교수를 긴급체포 하지 않고 귀가시켜 공범들과 입을 맞출 시간을 주냐”며 “검찰은 정 교수에게 ‘황제조퇴’까지 시켜주는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교수에 대한 영장 청구가 늦어지게 되면 증거 인멸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며 “검찰은 눈치 보지 말고 모든 의혹의 정점인 조 장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러한 주장은 촛불 시위의 맞불 시위 격인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이하 광화문 집회)’로 이어졌다. 이번 달 3일 열린 광화문 집회엔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등을 포함한 보수 단체가 참여해 문재인 정부와 조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시위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이하 황 대표)△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여러 인사도 참여했다. 한편 황 대표는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정권과 맞서 싸우겠다”며 “대통령이 국정을 내팽개치고 진영 지키기를 고집한다면 거센 민심이 정권을 뒤엎을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한 바 있다.


◆ 검찰 개혁 방향

지난달 30일,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에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 기관이 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주길 바란다”며 공개적인 검찰 개혁안 마련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에 이번 달 1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 자체개혁안을 내놨다. 해당 개혁안엔 전국 검찰청 가운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하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세 곳을 제외하고 특별수사부*(이하 특수부)를 모두 없애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개혁안 내용에 따르면 검찰 내에서 파견 근무를 할 시에도 특수부와 같은 직접 수사부서로 가는 것은 통제 대상이 된다. 이는 집중돼 있던 검찰 권력을 줄이고 무리한 수사 관행을 없애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방검찰청 특수부 폐지는 사실상 이전부터 진행됐다”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폐지되지 않는 이상 현재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에 이번 달 4일 개혁위는 “전국 각 검찰청의 형사·공판부를 제외한 모든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 및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사실상 검찰 자체개혁안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폐지까지 지시한 셈이다. 이어 개혁위는 검사의 내부 파견 및 직무대리 최소화도 지시했다. 이는 직접 수사부서가 축소되더라도 형사부 검사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직접 수사부서의 규모가 커질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이처럼 검찰 개혁 및 그 방향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적 관심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부: 검찰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 최정예 수사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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