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치 이대로 괜찮은가 2019-10-10
허지나 기자 | 99_jina@hufs.ac.kr 조회수 480  댓글 0
 
지난달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의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회장단과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경영대학(이하 경영대) 학생회장이 사퇴하며 교내 학생자치기구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현재 동연과 경영대 학생회는 각각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로 전환된 상태다. 동연과 경영대 학생회의 사건 발생 개요와 우리학교 학생자치 위기 사례들에 대해 알아보자.


◆글캠 동아리연합회 회장단 사퇴

이번 달 2일 글캠 제37대 동연 회장단(이하 회장단)의 징계가 확정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3일 회장단의 양심선언 대자보로부터 시작됐다. 이를 통해 이원준 제37대 동연 회장(이하 이 동연장)과 현진우 제37대 동연 부회장(이하 현 부동연장)은 권우영 전 중앙감사위원장(권 중앙감사위원장)으로부터 부정청탁을 받은 후 부적절했던 과거에 대해 양심고백을 하고자 함을 밝혔다. 대자보에 따르면 지난 2월 회장단과 당시 연합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권 중앙감사위원장은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동연 회장단 선거에 도움을 줬다. 회장단은 이 사실을 밝히며 당시 시작됐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최근 권 중앙감사위원장이 자신들에게 동연회장직 출마를 위한 도움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자신들도 과거의 부적절했던 선거를 반성하고 이를 책임지며 사퇴할 것으로 밝혔다. 이어 지난달 24일 권 중앙감사위원장 역시 회장단의 사직과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게재했다. 이를 통해 회장단의 △부정선거△다음 해 총학생회 출마를 위한 사퇴 준비 및 그로 인한 동연 업무 소홀△동아리지원처 간부들에게 했던 인격 모독적 발언과 불통 행정 등을 지적했다. 이후 같은 달 25일, 이 동연장과 현 부동연장은 동연 간부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문을 보내고 연합선거위원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또한 같은 날 긴급 개최된 확대운영위원회에서 권 중앙감사위원장과 이 동연장은 모두 징계를 통해 정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들은 영구적으로 △학생사회 행사 참여△선거권·피선거권△학생회·자치기구 활동△학생자치장학금 수령 등의 권리 행사 가능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달 1일에 열린 연합운영위원회와 동아리대표자회의에선 회장단 탄핵소추안이 재적인원의 절반을 넘어 가결됐다. 이 의결에 따라 회장단은 탄핵 소추라는 징계를 받게 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모 동연 소속 중앙동아리 회장은 “학내 민주주의 질서를 심각하게 유린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회장단과 권 중앙감사위원장의 대자보를 보면 본인의 행위를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기보단 서로를 지적하는데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회장단이 부정선거로 정당성을 잃었다고 느꼈다”며 이는 “부당하게 행사된 권한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러한 일이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대학의 비슷한 사례에서 형사 처벌을 받은 경우도 봤는데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우리학교 학생들이 관심을 덜 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얘기했다. 이어 “동연 내부 자체의 징계 규정이 미비한 것 같다”며 보완을 향한 바람을 드러냈다. 또한 “동연과 같은 학생자치기구에 출마하기로 했다면 그 자리에 따른 책임의 무게를 잘 인지하고 충분히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설캠 경영대학 학생회장 사퇴

지난달 18일, 경영대 정기 학생총회에서 학생들은 경영대 학생회장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이후 20일에 경영대 학칙에 따라 학생대표자회의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연서와 임시 경영대 학생대표자회의 소집 요구서를 이찬영 제11대 경영대 학생회장(이하 이 학생회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의 연서에 따르면 탄핵 소추안 발의 배경은 △학생회칙 위반△중앙운영위원회 및 전체대표자회의 대의원으로서의 직무 유기△중앙운영위원회 의결권 박탈 등이다. 이틀 후인 22일, 이 학생회장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이를 통해 세 가지 논란에 대해 사과를 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중앙운영위원회 무단 불참에 관한 것이었다. 그로 인한 자격 박탈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음을 밝혔다. 두 번째론 경영대 하반기 정기총회를 진행하는 데에 학생회칙 제20조 1항인 ‘정기총회와 임시총회 소집에 있어 의장은 최소 7일 전에 공고해야 한다’를 지키지 못했음을 반성했다. 마지막으론 사과문 게재가 늦었다는 논란에 대한 용서를 구했다. 이후 같은 달 25일, 이 학생회장은 회장직을 자진하여 사퇴했다. 이로 인해 집행부원 전원도 자동으로 사퇴 처리됐으며 이어 경영대 비대위 설립위원회가 구성됐음이 공고됐다. 다음 날인 26일, 경영대 비대위 설립위원회는 간선투표를 통해 비대위 위원장이 선출됐음을 알렸고 이날부터 경영대 학생회는 비대위 체제로 돌입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고형석(경영·경영 15) 씨는 “이 학생회장이 의결권을 박탈당한 사실은 학생회장의 기본적인 소임을 다하지 못한 직무유기”라며 “이로 인해 경영대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학생대표자회의의 탄핵소추안 발의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학생회장이 자진하여 사퇴한 것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중앙운영위원회 무단불참 건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우리학교 학생자치 문제

지난 5월 우리학교 글캠 독일어통번역학과에서도 학생회장의 문제를 고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과 회장이란 직책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독단적인 과 운영비 사용△과방 감시카메라 설치△도덕성 결여 등을 이유로 학생회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지난해 11월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당시 총학생회 출마 후보팀인 하모니와 유착 관계에 있어 하모니의 편의를 봐줬다는 논란이 일어 사퇴한 바 있다.
지난 1월 설캠에선 총학생회장단 사태 의결 건이 임시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올랐다. △농활격려금 심의 불이행△박철 전 총장 및 S·K교수 사건 대응 미숙△성희롱 및 언어폭력 등에 관한 문제들이 그 이유였다. 지난해엔 영어대학 학생회장과 EICC 학생회장이 사퇴했다. 각각 성희롱과 성추행 논란으로 인한 결과였다. 또한 2017년엔 남한결 전 부비상대책위원장(이하 남 부비대위장)의 교비 횡령 사건과 이슬 전 서양어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이하 이 서대 비대위장)의 교비 사용 및 관리 과정의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남 부비대위장은 학생회 자금을 횡령한 후 이를 스포츠 도박에 사용해 징계를 받았다. 이 서대 비대위장은 교비 450만원에 대한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영수증을 발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양지선(국제지역·아프리카 17) 씨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자리가 비대위로 대체되는 일이 빈번해진다면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차질이 생길 것 같다”며 “학생자치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 같아 염려된다”고 얘기했다. 따라서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회칙을 준수하는 자세를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이상적인 학생자치기구라면 평소 행실로 신뢰감을 쌓아 학교 측에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할 때 믿음직한 인상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시홍주(인문·철학 18) 씨는 “돈과 개인의 욕망으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이 학생자치를 훼손해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며 “학생들의 대표 자격을 얻기 위해선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이 아닌 진심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내영(국제지역·인도 15) 씨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학생의 의견과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 공약과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자치기구였으면 좋겠다”며 “이상적인 자치는 행동과 결과물이 투명하게 보이는 적극적인 자치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매해 우리학교 학생자치기구에 관한 논란이 불거져 왔고 탄핵과 사퇴가 반복됐다. 이에 대해 앞으로 학생사회의 귀추가 주목되는 바다.


허지나 기자 99_jin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