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의미

2019-09-27

조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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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기자에 대한 막연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기자’ 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마다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하는 기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러한 허세 가득한 상상이 원동력이 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지원했고 현재는 외대학보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외대학보에 들어올 때, 기자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배우는 기자가 되겠다고 야심 차게 포부를 밝혔다. 두 번째 마감을 하고 있는 현재, 계속되는 수정작업에 벌써 지치는 나 자신을 보니 지금은 초심을 생각해 봐야 할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기자는 대중들에게 외면받으며 ‘기레기’라는 신조어를 통해 비하 받고 있다. 기자에 대한 대중의 신뢰성이 바닥이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기자는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그들의 눈과 귀가 돼 사실을 전달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대중들은 기자가 전달한 사실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설정하고 여론을 형성한다. 나는 기자가 단순히 사실을 옮기는 게 아니라 동시에 의미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이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 모두가 객관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실재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눈에 따라 구성된 주관적 인식일까? 기자로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생으로서 항상 실재와 인식에 대해 고민한다. 대개 정치인들은 “언론이 프레임을 씌워 왜곡된 보도가 일어났다”고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기자들이 주관을 갖지 않고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기사를 쓴다면 그것이 진정한 기자의 역할일지 의문이다.
이번 호에 강사법에 대해 다루면서 위와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정부와 대학△대학과 강사△대학과 학생 사이 등 여러 곳에서 갈등이 벌어졌다. 팽팽하게 입장이 대립되는 상황을 보도하면서 ‘사실’이라는 것이 있을까, 내가 공정한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일었다. 또한 입장차이가 발생할 때, 이것을 기계적으로 균등하게 다루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직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아마 꽤 오랫동안 이 학보 생활을 이어나가면서 고민해야 할 주제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자는 대중에게 올바른 시각을 제공해 줘야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기자의 생각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대중들을 선동하는 프레임은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을 악의적인 프레임이라고 간주하고 이를 배제한다면 기자의 의미는 왜곡될 것이다.
외대학보 활동이 내가 가졌던 포부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취재과정에서의 고난이 미화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자의 고충을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앞으로 힘들 때마다 이 글을 다시 읽어보며 힘을 내야겠다. 외대학보에서의 기자는 막연히 가졌던 상상만큼 멋있지도, 스릴 있지도 않지만, 더욱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고민을 내게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