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마존 화재를 둘러싼 국제사회 갈등

2019-09-27

허지나 기자 | 99_jina@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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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권을 강조하며 경제를 위한다는 이유로 환경보호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브라질 정부와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해 브라질 아마존에선 9만 5천500건의 화재가 발생하며 2010년 이후 최다 수치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지난 8월 발생한 화재가 한 달째 지속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브라질 아마존의 화재와 그로 인한 브라질 정부와 국제사회의 갈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 아마존 화재의 심각성

아마존은 한반도 면적의 70배에 이르는 크고 넓은 열대우림으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 산소의 20~30%를 만든다. 아마존은 △브라질△볼리비아△콜롬비아△에콰도르 등 9개국에 걸쳐 있으며 브라질 영토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에선 콩과 소고기 수출을 늘리기 위해 영토에 불을 지르고 나무를 베어 경작지를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2050년쯤 아마존의 40% 정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 화재 사고가 급증하며 열대우림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협회에 따르면 이번 해에 발생한 화재 사고는 9만 5천500건에 이른다. 지난달에만 축구장 420만 개 면적에 해당하는 2만 9천944제곱킬로미터가 타버렸다. 또 약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화재로 서울의 15배가 넘는 면적이 훼손됐으며 이는 아마존 생태계의 20%에 해당한다. 계속된 화재로 아마존 인접 북부 지역인 △혼도니아주△마투그로수주△파라주 등까지 불길이 번지기도 했다. 지난달 19일엔 아마존에서 270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상파울루까지 검은 연기가 번져 일대가 대낮에도 밤처럼 어두웠으며 정전이 되기도 했다. 아마존 지역에선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주민이 늘었고 연기 때문에 비가 오염돼 식수에도 문제가 생겼다.
한편 이번 아마존 화재 원인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있었다. 환경보호 운동가와 단체는 평소 아마존에 대해 반환경적인 태도를 보였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하 브라질 대통령)을 지목하며 비판했다. 하지만 브라질 대통령은 비정부기구(NGO)가 자신을 비판하기 위해 일부러 화재를 냈다는 식의 엇갈린 주장을 펼쳐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여러 추측이 잇따르고 있지만 결국 인간의 난개발*이 주원인이라는 것이 공통적인 목소리다. 아마존 환경 연구소 설립자인 마울루 모티뉴는 “아마존에선 자연발생 화재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합적인 계획 없이 이루어진 개발로 인해 다양한 도시문제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개발 형태를 말한다.

◆ 브라질 정부와 국제사회의 갈등

이번 해 취임한 브라질 대통령의 대표 공약은 아마존 개발이었다. 그는 환경부를 없애고 농업부를 통폐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당선 이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상업적 개발을 허용하겠다며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개간과 벌목을 활발히 했다. 그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개발하지 말라는 것은 브라질 발전을 저해하려는 국제사회의 음모”라며 화재 관련 통계를 거짓이라 주장했다. 이처럼 브라질 대통령은 아마존 개발이 주권적 권리라며 열대우림 보호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개입을 거부했다.
브라질 대통령은 ‘전기톱 대장’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환경 보호 규제를 완화했다. 이로 인해 유럽 국가들과 외교적 마찰을 빚어왔다. 이러한 상황에 이번 아마존 화재까지 발생하자 유럽 연합 등 국제사회는 아마존 보존을 요구하며 브라질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이에 대해 부당한 주권 침해라고 맞서며 논쟁이 벌어졌다. 먼저 에마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하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 화재를 ‘국제적 위기’로 일컫고 주요 7개국(이하 G7) 정상회의에서 최우선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브라질 대통령은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은 식민주의 정신을 담은 것이다”며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정상회의에서 프랑스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를 주요 의제로 뒀다. 그 결과 화재 진압과 열대우림의 장기간 보호 조치를 위해 2000만 달러의 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 브라질 정부는 G7의 기금 지원 제안을 환영하며 화재 진압을 위한 군 병력 배치를 촉구하기까지 했으나 브라질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 이후 입장이 변했다. 지난달 26일 오닉스 로렌조니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라질은 민주적인 자유 국가로, 프랑스 대통령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는 식민·제국주의적 조치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를 대변해 기금 지원을 거부했다. 또한 브라질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브라질의 자연 자원을 이용하려고만 한다”며 비판했다. 이어 프랑스 대통령이 G7 지원 논의 과정에서 “브라질 대통령이 환경문제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고 발언한 것에 사과하면 G7의 지원을 수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오타비우 두 헤구 바후스 브라질 대통령실 대변인(이하 대변인)은 “브라질 정부는 해외 단체는 물론 다른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데 열린 입장”이라며 사실상 브라질 대통령의 모욕 발언 철회 조건을 취소했다. 이어 대변인은 브라질 주권이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원금이 국내에 들어오면 브라질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기에 주권이 훼손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아마존 화재에서 비롯된 외교 갈등이 브라질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지난달 23일 아일랜드는 브라질이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유럽연합(EU)△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등으로 이뤄진 남미 무역 블록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코)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핀란드 역시 브라질산 소고기 수입 금지의 가능성을 밝혔다. 이를 통해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 압박이 브라질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17일 주한 브라질 대사관 앞에서 동물권 단체 디엑스이 코리아·서울 클라이밋 세이브 등이 “아마존 화재 원인은 축산업”이라며 브라질 정부에게 “축산업을 폐지하고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브라질 정부가 축산업이 브라질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환경 파괴를 은폐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이번 해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발생건수는 84% 증가했지만 환경 범죄자 처벌은 30% 감소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 아마존을 향한 지원

현재 중남미 국가들은 브라질 아마존 화재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네라 칠레 대통령은 “형제이자 친구 국가인 브라질이 아마존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도 “콜롬비아 정부는 지구의 허파를 지킨다는 시급한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기 위해 형제 국가들에 도움을 주겠다”며 “아마존에 발생한 환경 비극엔 국경이 없으므로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3일 미국 또한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한 민간부문 개발을 지원하기로 합의하며 브라질 정부의 정책 전환에 힘을 보탰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아마존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1억 달러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며 “기금은 앞으로 11년간 아마존 개발에 나서는 민간 주도 브라질 기업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라우주 브라질 외무장관은 “개발은 숲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아마존 지역 개발을 위해 함께 노력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허지나 기자 99_jin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