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의자] 스승과 제자 2015-05-29
김다정 기자 | 이메일 조회수 489  댓글 0
▲2014년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부임해 한화 이글스를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선수를 부를 때 꼭 ‘아이’라고 부른다. 한화 이글스 부임 전 그가 이끌었던 고양 원더스의 출범부터 팀의 해체까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에서 김 감독이 왜 ‘아이’라고 부르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프로 진출에 실패한 뒤 마지막 기회였을 고양 원더스가 해체되자 갈 곳이 없어진 선수들을 위해 한 팀 한 팀 전화를 걸고, 그러면서도 조금이라도 처세를 잘 했더라면 선수들을 여기저기 보내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며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는 노감독의 모습에서였다. 선수들 또한 감독님이 계시니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믿으며 힘든 훈련도 마다 않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곰곰히 생각해보면, 요즘 스승과 제자 사이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 유교적 가치관에서는 부모와 스승이 베풀어준 은혜가 같다고 한다. 스승의 가르침에 마치 나를 이 세상에 낳아준 것과 같은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어버이날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꽂아드리듯, 스승의 날에는 카네이션으로 가르침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러한 말이 너무 이상적인 말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사실 언젠가부터 사제 관계가 인간적인 관계보다는 실리 중심으로 움직여가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학원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에서조차 ‘어떤 선생님은 잘 가르친다, 못 가르친다’라며 친구들끼리 속닥거리는 일이 많았다. 더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선생님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유대감을 쌓지 못했던 것이 사제 간의 거리를 더 벌려놓았던 것 같기도 하다. 대학에 와서는 이렇게 유대감을 쌓을 기회조차도 더 적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취업을 준비할 때가 되니 ‘안정적인데 선생님이나 할까?’라며 농담을 하는 친구들도 몇 명이지만 보인다. 정말로 교사로서의 뜻을 품고 선생님이 될 준비를 해가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가도 교육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괜한 소리를 하는 것 같아 입을 다문 적이 있었다.

▲전 서울대학교 교수가 제자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총장까지 지냈던 모 교수는 특혜 외압 의혹으로 조사까지 받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5월 14일 보도를 통해 한 학생이 교수 앞에서 ‘시간 강사 주제에’라며 폭언을 했던 사건을 교권 하락의 한 사례로 보도했다. 학생들의 단체 컨닝 사건이나, 폭언까지는 아니더라도 ‘출튀’부터 대놓고 자는 행위까지 인간적인 관계에서는 하면 안될 일까지 스스럼 없이 저지르기도 한다. 물론 일부 교수와 일부 학생의 일이긴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사제 관계를 더욱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정말 학생을 자식처럼 여긴다면, 교수를 부모처럼 여긴다면 이러한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사제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서 이러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것인지, 이러한 사건들이 벌어져 사제 관계가 멀어지는 것인지 한 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