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거래, 원인과 대책은?

2019-09-27

이다민 기자 | 98bdaminc@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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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 기간, 학교 근처 피시방은 수강신청을 하려는 학생들로 붐빈다. 그러나 강의마다 수강 인원이 제한돼 학생들이 원하는 모든 수업을 신청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수강신청을 실패한 학생들은 학점을 채우기 위해 강의 잔여석이 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친구에게 대리 수강신청을 부탁하기도 한다. 심지어 학생수요가 많은 강의는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학생들은 강의 거래에 대해 원칙상 금지된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는 수강신청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이에 강의 거래의 주요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 수강신청 대란, 왜 일어나는가?

학생들은 등록금을 납부했음에도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수강신청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현재 우리학교의 수강신청 시스템은 학생들이 학년별 지정 날짜에 수강신청을 진행한 뒤 정정기간을 통해 신청 강좌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강의 수용 인원 제한으로 원하는 강의를 듣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전공과목의 경우 담당교수의 재량으로 강의에 대한 증원신청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강좌의 수강생은 이미 포화상태인 경우가 많다. 특히 기존 인원 자체가 많고 이중전공생이 대거 유입되는 △글로벌경영대학△상경대학△사회과학대학 학생들은 학기마다 수강신청 대란을 겪고 있다.
고윤성 우리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장(이하 고 학부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상태”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한 “학교 측에도 강의를 추가적으로 배정해달라고 지속적인 요청을 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강의실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과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인원은 분명히 다른 문제”라며 강의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 인원을 수용 중임에도 학생들의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이수중인 문희진(아시아·아랍어 18) 씨는 “강의 사고팔기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중전공이나 부전공생은 1전공생 전용 강의를 들을 수 없어 힘들게 수강신청을 했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최근 시행된 강사법의 영향으로 교수가 담당해야 할 학생 수가 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대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병호 우리학교 학생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 팀장은 “강사법 시행 여파로 수강신청에 애로사항이 발생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상대책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추가 수강신청 기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지난 강의계획서를 참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며 “이는 우리학교에서 처음 실시해 타 학교에서도 참고 사례로 활용한다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강의 사고팔기, 대책은 무엇인가?

우리학교 학생징계규정 제13조 기타 규정에는 ‘△대학의 통신망△데이터△소프트웨어 등을 △부당 사용△불법유출△파괴△변경 및 그 운용을 방해한 학생에게 유기정학 징계처분을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더불어 ‘그밖에 대학 교육목적에 위반된 행위로써 학생의 본분에 어긋난 행위를 한 자와 대학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에게는 해당 학생징계위원회에서 징계처분을 한다’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강의 거래 현상은 포괄적인 교내 징계 규정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학종지에 따르면 아직까지 관련 규정에 의해 처벌된 사례는 없다.
학교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황우정 학종지 과장(이하 황 과장)과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황 과장은 “강의 거래와 관련된 내용은 이번 달 초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며 “강의 거래 관련 게시물 캡처 화면을 직접 목격한 뒤 대안을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해 약 한 달 간 이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강의 거래가 단지 서울캠퍼스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글로벌캠퍼스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학교는 수사 기관이 아니며 강의 거래 대부분이 익명으로 이뤄지기에 당사자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교내 기관의 공통 의견이 존재했다.
현재 양 캠퍼스 학종지 팀이 △행정상 무리가 발생하지 않는 선△학생 요구 수용△학교 시스템 상 개선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선범(서양어·포르투갈 17) 서울캠퍼스 비상대책위원장은 “강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며 “학생들의 수업 수강권이 근본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해결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더불어 “해당 사안은 계속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할 문제”라며 “남은 임기 동안에 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서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권 주요 대학 수강신청 시스템은 크게 △마일리지제도(연세대)△대기순번제(이화여대 외)△취소 후 시간차 반영 시스템(한양대)로 나뉜다. 황 과장은 “타 학교 사례를 검토하고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제보를 받은 뒤부터 시스템 개선을 위한 작업에 즉시 착수했으며 현재 교내의 다양한 부처와 협동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개설 강좌가 적다는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 “누구나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인기 강좌만 개설할 수는 없다”며 “다양한 커리큘럼 제공 또한 대학의 존재 이유 중 하나”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수업이 부족하다는 것이 절대적인 양의 부족인지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해서 체감 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 학부장 역시 “학생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학교 측 역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다민 기자 98bdaminc@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