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9-09-16

조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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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조금 빨리 글을 읽었고 글쓰기 상을 운 좋게 자주 탔었다. 그건 엄마의 자랑이었다. 여느 자식들이 그렇듯 나도 엄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글을 썼다. 그래서 나에게 글쓰기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학교숙제로 주어지는 일기도 불평 없이 꾸준히 썼다. 글은 나의 감정과 경험을 기록해주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엔 글을 읽고 쓸 일이 줄어든 것 같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대학생이 된 지금은 일기를 거의 쓰지 않는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짧게 남기곤 한다.
요즘엔 일기의 역할을 영상이 대신하는 것 같다. 유튜브에 ‘일상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일기를 적듯 기록한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영상은 제작자가 시간적 흐름을 정하고 자막이나 편집을 통해 부차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집중시킬 수 있다. 또한 댓글을 통해 같은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을 보면 글보다 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더 편리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글쓰기 능력은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영상은 내가 본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반면 글은 이를 묘사할 수도 비유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만큼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난 내가 원하는 대로 기록할 수 있는 글을 더 선호한다. 이것이 내가 외대학보에 들어온 이유다. 격주로 기사를 쓰면 꾸준히 글을 쓰지 않을까 싶어 학보에 지원했다. 첫 신문을 준비하며 그동안 나는 스스로를 위한 글만 써왔다고 느꼈다.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다. 나의 기록은 개인의 이야기지만 독자는 여러 명이란 사실을 간과했다. 이를 통해 읽는 사람이 편한 글을 쓰는 능력을 길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앞으로의 학보 활동으로 나의 글쓰기 능력도 기르고 나만 좋은 글이 아닌 모두에게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