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인 듯 이슬람 국가 아닌 이슬람 국가 같은 터키 이야기

2015-04-14

박은혜 | 90ir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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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터키 . 아제르바이잔어과 김대성 교수

터키 . 아제르바이잔어과 김대성 교수는 우리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동학과 주임교수 역임, 한국중동학회 총무이사 역임, 중앙 아시아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중동지역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특히 그는 터키에 특별한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다. 그의 터키에 대한 오랜 연구와 애정의 결실로「중앙아시아 이슬람과 여성」, 「터키 여성의 정체성」, 「이슬람사회의 여성」, 「오스만제국 근대사」, 「비와 토지」등의 여러 논문, 저서, 역서들이 있다. EBS TV '세계테마기행'에서 터키 서남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해 방영한 '거꾸로 가는 시간 여행 - 터키 편’에 출연해 직접 터키로 가 여러 명소와 터키 사람들의 정과 소소한 삶, 특별한 문화를 소개하며 터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형제의 나라 터키, 김대성 교수에게 이슬람을 중심으로 한 터키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국민의 98%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는 터키, 이슬람교의 전파 경로

터키 부족들이 이슬람과 접촉하게 된 시기는 8세기 중엽이다. 탈라스 전투에서 아랍인들과 일부 이란 사람들, 그리고 터키인들이 전쟁에 참여하게 됐다. 터키인들은 강대국인 중국을 피해 이동경로를 서쪽으로 바꾸게 되면서 이슬람 군대와 처음 접촉했다. 본격적인 접촉은 중앙아시아 쪽으로 세력을 키우던 당나라군을 중간지대에 있던 터키족, 당시의 카를룩 부족이 아랍인들과 연합해 격퇴시키면서 시작됐다.
터키는 본래 천신사상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알라’를 마치 천신같이 여기며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이슬람교를 받아들였다. 터키는 유목민족으로, 집단이동생활을 하는 공동체였기 때문에 부족장이 어떤 사상을 받아들이면 부족원들은 무조건적으로 그를 받아들이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래서 거의 모든 부족원들이 이슬람교를 받아들인 부족장의 선택을 따른 것이다.

◆압도적인 신도 비율에도 불구, 이슬람교는 국교가 아닌 이유

김 교수는 “여기서 ‘무스타파 케말’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교가 국교가 되지 못한 것은 결정적으로 터키의 무스타파 케말(아타튀르크)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1차세계대전에서 유능한 전술가로 인정받아 장군이 된 무스타파 케말이 지휘한 군대는 승리를 거뒀지만, 결과적으로 독일과 오스만제국이 연합군에 패배하며 1918년 항복문서에 사인을 하고 만다. 이 때 터키 민족은 참담한 패배감과 좌절감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케말이 직접 국민군대를 만들어 그리스 군대와 전쟁, 연승을 거뒀고 그리스 군은 1922년 철수하게 된다. 이스탄불을 점령했던 영국군 역시 철수하면서, 터키는 케말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가를 만들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했다. 이때부터 무스타파 케말은 ‘전승장군’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터키 국민들에게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된다.

“국부(國父)라는 뜻의 아타튀르크는 무스타파 케말의 다른 이름
무스타파 케말을 모른다면 터키 절대 이해할 수 없어 ”

육군 사관학교에서 공부하며 서구의 개혁사상이나 인간 존엄성에 대한 사상을 배우고 받아들인 무스타파 케말은 1923년 터키 공화국을 선포하고 1924년 이슬람 총 대표권인 ‘칼리프’(칼리프는 이슬람 공동체의 통치를 위해 예언자 무함마드가 행사하던 정치, 종교 양면의 권한과 그 권위를 계승한 후계자라는 뜻) 제도를 폐지했다. 이는 터키가 더 이상 이슬람의 종주국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칼리프 제도가 아예 없어져 터키는 이집트, 인도 등 다른 이슬람국가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하지만 이어 케말은 같은 해 8월, 이슬람을 관리하는 종교부를 해체했고 1926년에는 이슬람법을 대체할 서구식 법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터키는 이슬람법을 더 이상 적용하지 않는 완전한 서구식 법을 채택한 나라가 됐다. 뒤이어 1928년에는 아예 헌법의 이슬람 국교 조항을 삭제하기까지 이른다. 김 교수는 “무스타파 케말이 창당한 공화인민당의 다섯 개의 정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세속주의와 혁명주의”라며 “그는 개혁 없이는 서구화가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봤고 그의 개혁은 국교를 폐지시킬 만큼 몹시 서구적이고 파격적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도 보수 . 중도 . 서구화로 갈려

김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무스타파 케말의 세속주의 원칙에 반발하는 갈등이 지방에서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무스타파 케말이 ‘혁명 재판소’를 신설해 보수주의자들의 반발 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했다”며 “그러나 1차세계대전 당시 보여줬던 활약 덕분에 그가 채택한 세속주의에 크게 반대하고 일어나는 세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터키인들은 98% 정도가 이슬람교를 믿는데, 그들의 의식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샤머니즘적 요소, 이슬람적 요소 그리고 서구화 의식이다. 이렇듯 그들의 의식 속에 오로지 이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력도 보수, 중도, 서구화 세력의 세력으로 나뉘는데 20-25%가 보수, 20-25%가 진보, 중도가 50%로 구성돼 있어 안정적인 구조로 볼 수 있다. 중도 세력은 개인적인 신앙으로 이슬람을 생각하지만 생활 전 영역에 이슬람을 적용하는 것에는 부담을 가진다. 서구화 세력은 이슬람에는 현대 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율법이 많으며 이슬람 율법보다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터키는 민주국가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이 있는데 정당들 역시 보수, 중도, 진보 성향을 띤다. 국민들은 선거 때에 당시 정치적 분위기를 통해 투표하기 때문에 집권하는 정당의 성향은 늘 달라진다. 현재는 중도보수 정당이 집권 중이다. 그러나 야당인 진보주의 정당도 23% 정도의 적지 않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세속주의와 보수주의의 갈등이 시위나 폭력사태로 심각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이슬람에 따른 터키의 변화

김 교수에 따르면 터키가 이슬람교를 받아들이며 가장 많이 바뀐 것이 바로 ‘여성’에 대한 부분이라고 한다. 오스만 제국 때는 이슬람법에 따라 일부다처제를 채택했고 법정에서 재판을 할 때 남성 증인 한 명은 여성 증인 두 명과 같은 가치를 가졌다. 또한 여자를 배제하는 이슬람 신학교가 있었다. 그러나 무스타파 케말 때 공화국이 되면서 일부다처제가 폐지되고 여성에게 참정권, 피선거권까지 부여됐다. 이는 유럽의 여성 참정권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시작된 것이다.
김 교수는 “만일 케말이 없었다면 이란, 사우디와 같은 이슬람 국가들과 매우 비슷한 양상이었을 것”이라며 “터키 여성들은 서구식 법에 의해 지위가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 예로 터키에서는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여자 수상이 있었고 그녀는 약 10년간 정도당의 대표를 맡았다. 우리나라보다 터키에서 여성 정치가가 먼저 등장한 것이며 훨씬 먼저 여성들의 인권을 보장한 것이다.

“터키에 이슬람 신도 많지만,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여성 인권 보장 수준 매우 높아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없어”

더불어 오스만 시대에 착용이 의무였던 히잡, 차도르가 현재는 오히려 개인 생활에서만 자유일 뿐 공적인 장소에서는 착용하지 않도록 하고있다. 특히,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법적으로 이슬람 의상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제정했다. 의복 역시 서구식 의복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결정에 대해 오히려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왜 이슬람 의복을 입지 못하게 하느냐’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도 있다.

◆IS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터키, IS 단체와 터키의 오묘한 관계

현재 IS의 근거지는 시리아 북부와 이라크 중부에 위치해 있으며 IS 지배지역으로 접근하기 가장 쉬운 국가가 바로 터키다. IS 근거지로 넘어가는 방법에는 이란, 요르단 또는 터키를 통해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그 세 나라 중 터키의 관광객 수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평범한 터키 관광객으로 위장해 터키를 여행하다가 IS로 접근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선 IS와 IS 가담 희망자는 인터넷으로 통해 접선한다. 이 때 IS측이 시리아의 어느 호텔로 접선 장소를 지정한다. 가담 희망자 A와 IS 홍보팀이 접촉해 터키, 시리아에 인접한 호텔에 투숙을 하면 IS요원이 나서게 되는데, IS 요원은 터키 국경검문소를 무사통과할 수 없기에 터키와 시리아 인접지역에서 국경무역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주로 보따리 상인, 소규모 무역상에게 국경무역을 빌미로 협박을 가하는데, 그들이 생계 때문에 시리아 북부 지역을 점거하고 있는 IS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무역상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시를 이행할 수밖에 없다. 국경무역상들이 터키 여행자 신분으로 들어가 A를 IS로 안내하는 방식을 통해 IS에 가담하게 된다.
터키 경찰 측은 IS 가담을 막아달라는 여러 국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각 국에서 IS에 가담하려는 사람들을 차단하기 위해 가능한 한 국경무역상들을 예의주시해 검문하려 애쓰고 있다. 김 교수는 “IS와 터키가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며 단지 공통분모가 수니파 무슬림이라는 것”이라며 “그래서 터키는 사실 IS에 동조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척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종교적 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IS에 큰 거부감을 갖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가 터키에 가진 애정의 깊이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김대성 교수는 이번 해에는 시리아와 터키의 내전에서 비롯된 터키와 시리아의 관계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글, 사진 박은혜 기자 90ir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