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점

2019-06-09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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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 혹은 마침표라 불리는 이 문장부호는 문장을 닫을 때 혹은 문장 끝에 붙여진다. 나는 학보라는 길었던 문장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지난해 이맘때쯤 학보 97기 수습기자를 모집했다. 나는 글로벌캠퍼스 백년관에서 나가 걷던 중 수습기자 모집 현수막을 발견했다. 기자라는 막연한 꿈을 가진 나로서 ‘교내학보’는 꽤나 매력있었다. 당시 편집장과 문자로 몇 마디 나눈 후 밑져야 본전인 마음으로 학보에 지원했다. 필기시험과 면접을 본 후 97기 수습기자가 됐다. 사실 기대도 안 했었다. 어쩌면 그냥 별 생각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1년은 정말 다사다난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기억에 남는다. 학보에 대한 첫 이미지는 이문동 맘모스커피 앞에서 만난 거대한 정동민 씨(18학년도 하반기 편집장)였다. 당시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갓 입국해 옷도 몇 벌 걸치지 않고 있을 때였는데 처음 본 나를 알아봐줬다. 그리고 윤아영 씨(외대학보 97기 기장)는 아직도 처음 만났을 때 나눈 대화로 나를 놀리곤 한다. “입국하자마자 오신거에요?”라며 “저 같으면 안 왔을텐데”라는 아영 언니의 말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와야죠(웃음)”라는 대답을 전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나답지 않은 대답이다. 이렇게 내 정기자 생활은 시작됐다.
정기자라는 직으로 보낸 학보에서의 첫 학기는 열정녀 그 자체였다. 내 학교생활에서 1순위는 학보였다. 그래서 사서 고생하는 짓만 골라서 했다. 친구들이 나에게 몸이 3개 정도 되냐고 물어볼 정도로 열심히 했다. 다가가기 쉬운 주제부터 시작해 예민한 주제까지 모두 다뤄봤다. 맡은 기사의 양이 적은 날은 사회·문화면 원고지 20매 정도의 기사정도였고, 많이 맡는 날은 △커버스토리△단면 보도△기획기사△지구촌을 읽다△외대사△독자위원회까지 맡았던 적도 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어떻게 해냈는지 모르겠다. 아영언니한테 했던 말이 오글거리지만 내 진심이었던 거 같기도 하다. 사람은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해야하는 게 맞고 학보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초인적인 힘이 나왔던 것이다.
차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2019년을 맞이했다. 차장이라는 직책 뿐만 아니라 2학년이라는 별칭까지 따라왔다. 2학년이 돼서는 1학년 때보다 과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고 다른 교내 활동도 하지 않았다. 이번 한 학기는 온전히 학보를 위한 학기였는데도 지난해 하반기보단 수월했다. 한 학기 해봐서 그런 거일 수도 있지만 저번처럼 사서 고생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호에 비해 사서 고생하고 싶었던 호를 뽑자면 이번 호였다. ‘오랫동안 사서 고생하지 않았던 내 자신을 괴롭히고 싶어서’라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마무리는 항상 아름다워야한다’는 나의 가치관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학보 생활의 마지막 호는 다른 어떤 호보다 멋있게 장식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호 기획 주제는 이번 학기 기사 주제 중 가장 많이 고민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정보를 수집했다. 감정도 많이 낭비했다. 멋있게 해내고 박수 받으며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한 기획 주제는 사실 이번 호에 싣지 않았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한 가지 이유만 적자면 아직은 내가 나를 망치는 데 겁이 났던 거 같다. 그 주제는 남을 망치는 동시에 나까지 망치는 주제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주제를 이번 학보에 쓸 수 없었지만 언젠가 기성언론의 언론인이 된다면 한 번쯤은 다뤄보고싶다.
이렇게 지난 학보 생활을 되돌아보면 나에게 학보라는 문장을 마무리 하기 위한 문장부호는 온점만이 아닌 거 같다. 학보는 나에게 단순한 마침표가 아니라 다양한 색을 가진 물음표이자 느낌표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