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의 외국어 원어 연극사(演劇史) - ③1971년 5월 29일, 최고의 무대에서 극찬 받은 우리학교의 201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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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5월 29일과 30일, 당시 최고 시설을 자랑하던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이 열렸다. 길버트(Sir W. S. Gilbert) 극작, 설리번(Sir Arthur Sullivan) 작곡의 <H.M.S. Pinafore>이 무대에 올랐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원어 연극 공연 수준이 오페레타[operetta, 경가극(輕歌劇)) 장르까지 소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작품을 감상한 한국의 대표적 희곡 작가 이근삼은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이 극찬했다.


“외대의 <군함 피나포오호>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연극계 의 앞길이 그리 암담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유쾌하고 흐뭇한 한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역시 우리의 극계도 한 번 더 낡은 껍질을 벗고 새 세대의 연극을 바라야 한다는 생각이 구체화되는 것 같아서 기뻤다.”
- 경향신문 1971. 6. 2.-


이근삼은 우리학교 원어연극의 특징을 크게 두 가지로 뽑았다. 첫째는 실험 정신과 모험심이다. ‘길버트·설리반의 연극이 한국에서 공연되기는 처음이다. 우리가 아는 뮤지컬하고는 달리 이번 극은 거의 오페라와 가까워 공연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재치 있는 대사도 그렇고 내용과 주제를 노래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만큼 연출자며 연기자의 재능과 오랜 연습이 요구된다’는 설명을 통해 우리학교 원어연극의 실험정신을 높이 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이 걸어보지 않은 길에 용감하게 발을 내딛는 모험심이 예술정신의 정수라는 것이다.
둘째, 순수한 열정이다. 그는 우리학교 학생들의 연기와 노래가 때 묻지 않아 신선하며 성의와 연습도가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원어 대사가 좀처럼 외워지지 않으면 될 때까지 되뇌고 전문 연출가의 지도 없이 노래와 춤 연습을 반복했다. 무대 의상을 구할 길이 없으면 집에서 얼기설기 바느질을 해 만들어 입기도 했다. 그리고 모여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식으로 준비를 했다. 우리나라 대학 원어연극의 선구자이자 수십 년 변함없이 발군의 실력을 보여 온 우리학교 원어연극의 높은 성취도는 젊은이들의 실험정신과 순수한 열정이 우리학교 외국어 교육의 근성과 전통을 만나며 형성된 시너지의 결과였다. 또한 완벽을 추구하는 우리학교의 학풍이 빚어낸 집념의 결과이기도 했다.
처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우리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살리면서 대한민국의 선도적인 문화 트랜드를 만들어 갔다. 개교 직후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우리학교의 원어연극은 세계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세계와 보다 가까워지고자 하는 학생들의 뜻으로 자발적으로 시작되었다. 원어민 교수의 지도 아래 완성도 높은 극 구성과 학생 배우들의 외국어 소화 능력 및 문화 이해도까지 더해져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이렇듯 우리학교의 원어연극은 학술과 문화 공연이 결합한 새로운 예술 장르의 장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문화 수용의 창구이자 재창조 과정이었다.


-기록 및 사진 제공 : 역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