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의자] 펜은 총보다 강하다 2015-04-14
김다정 | 조회수 548  댓글 0
▲ 지난 달 가장 뜨거웠던 뉴스 중 하나를 꼽으라면 미스에이의 멤버 수지와 배우 이민호의 열애설일 것이다. 인기 많은 두 사람의 연애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기사 중 이목을 끈 부분은 둘이 함께 호텔에 투숙을 했다는 내용이다. ‘국민 첫사랑’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여자 아이돌에겐 치명적인 타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사에 보도된 것과 실상은 달랐다. 이민호는 그의 어머니와 누나가 함께 동행 해 가족 동행으로 호텔에 투숙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해당 기사에 실리지 않았다.

▲ 같은 날 이명박 정부가 5년간 2800억원을 해외 자원개발 기업에 일반융자 형식으로 빌려준 것이 확인되면서 일부의 기업들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전대통령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덮고자 연예인 열애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는 ‘음모론’도 함께 나왔다. 열애설 기사는 끝도 없이 나오는데 이명박 정부의 기사는 몇 개 되지도 않았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이 두 가지 사건 속에서 지난 해 종영한 드라마 ‘피노키오’가 떠올랐다. 이 드라마는 기자를 주인공으로 다루는 드라마로 언론윤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그 중 ‘팩트와 임팩트’, ‘보고싶은 뉴스와 봐야 할 뉴스’를 다룬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다. ‘여자 아이돌과 남자 배우가 함께 호텔에 투숙했다’ ‘남자 배우는 가족과 함께였다’ 위 두 문장은 팩트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였다’라는 팩트를 제거함으로써 첫 문장은 임팩트가 되며 그것은 수용자들에게 자극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이 자극으로 인해 이 뉴스는 ‘보고 싶은 뉴스’가 돼버렸고 이명박 정부의 비리 의혹은 ‘봐야 할 뉴스’지만 지나치는 뉴스가 돼버렸다.

▲ 흔히들 ‘펜은 총보다 강하다’고 한다. 이 말은 본래 우리나라 독재 정부 아래서 언론 자유를 외쳤던 기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말이었다. 하지만 2015년 대한민국에서 이 말은 ‘권력’이다. 그러나 큰 권력만큼의 책임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임팩트에 눈이 멀어 팩트를 훼손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황색언론의 피해자를 만들어내며 권력을 휘두른다. 그래도 괄목할만한 점은 언론들의 이런 현실을 국민들도 이제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필터가 가능하며 진실을 알려고 힘쓰기도 한다. 그동안 지나쳤던 ‘봐야 할 뉴스’와 ‘팩트’를 비추지 않은 뉴스가 많겠지만 앞으로 마주칠 수많은 뉴스를 철저히 감시하고 진실을 알려한다면 ‘펜은 총보다 강하다’는 말이 처음의 의미로 돌아갈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