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사한 미사일의 의미 2019-05-28
김나현 기자 | 98nahyuuuny@hufs.ac.kr 조회수 729  댓글 0
 
지난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북조선 인민군 전방 및 서부 전선 방어부대들이 화력타격훈련을 진행했다. 해당 훈련은 조선중앙통신과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에 의해 공개됐다. 한편 우리정부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대북 식량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북한이 진행한 화력훈련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가지는 의미와 이것이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알아보자.

◆단순한 훈련이었을까, 훈련을 가장한 도발이었을까

북한 국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인민군 전연 및 서부 전선 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휘소에서 여러 장거리 타격수단들의 화력훈련계획을 요해하시고 화력타격훈련 개시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훈련을 전연과 서부 전선 방어부대들의 위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서부 전선방어 부대들의 화력임무수행능력을 칭찬하며 만족감을 표했다. 동시에 “훈련은 인민군대의 주업이며 강도 높은 훈련시행은 인민군대가 지녀야 할 가장 큰 애국심”이라며 “투쟁의 열풍을 더욱 세차게 일으켜 일당백의 무쇠 주먹, 영웅전투원들이 되기 위해 튼튼히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전투 임무수행능력 제고를 강조하며 “불의의 사태에 주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단의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4일 북한은 동부전선 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이라는 명목 아래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다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 유도무기** 타격 훈련을 보도했다. 우리나라 국방부는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이스칸다르(ISKANDER)*** 러시아 지대지미사일과 비슷한 외형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이스칸다르는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사거리를 최대 500km까지 조절가능하며, 맞받아치기 어려운 미사일로 꼽힌다. 군사분계선****에서 발사할 경우 우리나라 중부권 이남까지 타격권에 속해 위협이 될 수 있다. 동부전선 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한 지 닷새 만에 진행된 화력훈련에 우리나라 군 내부 분위기는 긴장감이 높은 상태였다. 이어 우리군은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추가 도발 가능성을 두고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사포: 동시에 많은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장치
**전술 유도무기: 랜스 단거리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미국에서 개발된 육군용 전술 지대지 단거리 탄도 유도탄
***이스칸다르: 미사일 방어체계를 돌파할 수 있는 러시아의 주력 단거리 탄도미사일
****군사분계선: 두 교전국 사이에 휴전이 제의됐을 경우 그어지는 군사행동의 경계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반응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9일은 스티븐 비건(Stephen Biegun)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이하 비건 대표)가 우리나라를 방한한 날이었다. 당초 비건 대표는 우리정부와 함께 △북핵 수석대표 협의△남북관계 한미 워킹그룹△실무협의체 회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식량 지원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의 여파로 비건 대표는 예정된 약식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이튿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의 내용 역시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이 역시 비공개 처리하기로 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하며 인사로 답변을 대신했다. 약식회견 취소 요청은 미국이 이번 화력훈련을 엄중히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일부 외신은 북한이 화력훈련을 진행한 것을 두고 미국 국방부가 이를 탄도미사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 국방부의 성명이라며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는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로 300km이상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작은 단거리 미사일이며 신뢰 위반은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10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도 지난 9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반적인 훈련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아울러 “이번 미사일 발사가 북미 협상의 후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지금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국의 입장이 사실상 북한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 평가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리나라의 반응

북한이 화력타격훈련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 내 외신 보도와는 다르게 우리군은 “미국도 역시 소형 단거리 미사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미 국방부와 긴밀히 연락하고 있지만, 미국 측이 북한의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알지 못한다”며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방부는 전날 조선인민군 전연 및 서부 전선 방어부대들이 발사한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판단했다. 군 관계자는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공동평가에 따라 북한이 쏜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미사일은 16시 29분과 16시 29분에 발사됐으며, 240mm 방사포와 신형 자주포로 총 2발이었던 것이 드러났다. 지난 4일에 발사한 미사일과 비교해 이번 미사일은 이동발사대에서 외형적 차이가 있었으며, 발사체 비행특성은 상이했다.
한편 지난해 9월, 우리나라와 북한은 ‘9.19 남북군사합의’을 맺은 바 있다. 합의의 내용은 △지상△해상△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화력타격훈련이 9.19 남북 군사 합의를 무시하는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9.19 합의서에 이 부분에 대한 조항이 분명히 명시돼 있지는 않아 위반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국제사회에 미친 영향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많은 국가에서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프랑스△영국△독일△일본 등 핵확산금지조약(이하 NPT)회원국들은 2020년 NPT평가 회의를 위한 제3차 준비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들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서 준비위원회는 북한에 군사도발을 중단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 측 대표는 성명서를 낭독하며 “우리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자제하는 것과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하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해 북미대화 재개 전망이 더 어두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양국 정상 간의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로 보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우리나라를 방한해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알렸다. 성명은 “북한의 검증 가능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긴밀한 공조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의 화력타격훈련이 잇달아 진행된 가운데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협의가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나현 기자 98nahyuuuny@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