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블루오션, 중앙아시아

2019-05-12

이다민 기자 | 98bdaminc@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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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하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중앙아시아 3개국인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지난 3월에 이뤄진 신(新) 남방외교의 연장선에 있는 외교 전략으로 보인다. 취임 이후 한반도 주변의 4강 외교에만 집중했던 그간의 행보에서 나아가 북방 외교의 실질적 지평을 넓혔다는 의의를 가진다. 중앙아시아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지역이며 이후 관계를 어떻게 지속하고 발전시켜야 할지 조양현 우리학교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 초빙교수를 만나 알아봤다.
Q1. 중앙아시아는 어떤 지역인가요? 중앙아시아에 대한 교수님의 전반적인 견해가 궁금합니다.

중앙아시아는 아시아 대륙 중앙부의 광대한 지역입니다. 일반적으로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키스스탄△카자흐스탄을 가리키지만 넓게는 △몽골△중국 일부 지역△아제르바이잔△터키까지 묶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경제는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고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위한 인프라 또한 부족한 실정입니다.
현재 중앙아시아 지역과의 협력 전략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은 명확한 전략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과 우리는 미약하게나마 혈연적, 언어적으로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관심을 갖고 다가가면 연계를 맺기에 용이한 국가들입니다. 현재로선 경제적 수준의 차이로 인해 우리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반을 다진 이후에는 상부상조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국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중앙아시아 지역은 ‘블루오션’입니다. 반대로 이미 많은 기업과 국가들이 진출해서 경제적으로 포화 상태인 국가들은 레드오션으로 그런 국가들은 우리가 진출해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편 중앙아시아는 우리가 진출해서 자리를 잡는다면 지속해서 경제적 이득을 제공할 것입니다.

Q2. 중앙아시아와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적 관계는 어떤가요?

이전에는 중앙아시아 지역들 중 주로 우즈베키스탄과 교류를 했습니다. 자동차 산업을 기반으로 교류를 시작했고 가스플랜트 산업단지도 현재 완공된 상태입니다. 이번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이 ‘신 북방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에 우리나라가 정치·경제적 관계를 맺었던 국가들 이외에도 관심의 폭을 넓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순방에 방문한 주요 3개국 외 중앙아시아의 다른 소국들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관심 밖에 있는 실정입니다.
경제협력국과 사업 분야를 다양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업이 다변화 될수록 한 사업이 짊어지는 경제적 위험부담은 줄어들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천연자원과 에너지가 부족한데 반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천연자원이 풍부합니다. 따라서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 교류를 시작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사업 다양화와 경제적 위험부담 완화에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정치·외교적으로는 면적이 중요한 반면 경제적으로는 인구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인구는 3200만에 육박합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주목하는 국가입니다. 많은 나라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입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는 러시아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은 2015년부터 관세동맹을 출범한 바 있습니다. 그 때문에 세 나라는 정치 외교적으로도 밀접하다고 볼 수 있죠.

Q3. 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에 방문한 것이 ‘신북방 외교 정책’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중앙아시아 순방이 갖는 정치·경제적 의미가 무엇인가요?

하지만 우리의 북방 진출을 위해 북한에만 기댈 순 없는 노릇이지요. 경제적으로 확대해 나갈 만한 동북아시아 국가들로는 △중국의 동북 3성△러시아의 연해주△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를 포함한 극동지방△몽골 등이 있습니다. 서쪽으로 영향권을 더 넓혀본다면 중앙아시아가 있고 마찬가지로 터키 또한 북쪽으로 진출하는 데 중요한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북방 정책’이란 단순히 정치·외교적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영토를 넓힌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큽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에 부닥친다면 경제적으로 협력을 맺어둔 국가들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FTA*를 맺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FTA를 맺게 되면 그 나라의 기업과 사람들이 유입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간에 불가분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죠. 북방과 FTA를 맺게 된다면 현재 △미국△EU△터키에 이어 우리가 진출할 수 있는 경제영토가 넓어집니다. 물론 장단점은 있지만 초기 단계에는 경제적 인프라를 설치하며 영토를 확장하는 게 우선이고 그 이후에 정치·외교적으로 보완과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 좋겠죠.

*FTA : 국가 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모든 무역 장벽을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협정

Q4. 이번 순방을 통해 3개국과 어떤 경제적 협력체가 결성됐나요?

보건의료 사업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기술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렇다 할 응급의료 시스템도 없고 의사들의 손기술 등도 우리나라의 수준을 따라오기 힘들죠. 따라서 중앙아시아 지역에 의료 관련 기술을 수출하는 협력체가 결성됐습니다. 더불어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설립됐던 세종학당도 투르크메니스탄에 신설하기로 협의했습니다. 세종학당은 우리말과 문화를 더 널리 알릴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섬유 산업 등 중앙아시아와 우리가 서로 협력해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경제적 협력체가 활발히 구상되고 있습니다.

Q5.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요?

우선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에 갖는 관심의 정도는 그들이 우리에게 갖는 관심과 똑같은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국가 간 관계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이 기업의 몫임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정부가 해외 진출 기업들에 상주할 수 없고 대사관의 인력도 한정적이라 정부가 솔선해서 도움을 주기 어렵습니다. 기업 간 투자나 수출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기업이 아직 익숙지 않은 나라더라도 용기 있게 진출해 거래를 맺고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관계가 더 활발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자동차가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도 자연히 높아지겠죠.
두 번째로는 중앙아시아 지역 현지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해야 합니다. 중앙아시아 지역에 있는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언어 계통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학교의 강점은 언어를 가르친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가 중앙아시아와의 교류를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경제 교류를 하기에 앞서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지역의 현지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능력입니다. 기업이 외국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매니지먼트 과정에서 그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영어만 구사할 줄 알죠. 영어라는 언어를 바탕으로 교류를 하면 현지어를 구사할 때보다는 비효율적이고 가까워지기 더욱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경우 과거에는 CIS의 영향으로 러시아어를 구사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젊은 층으로 경제 활동 주체가 교체될수록 각각의 국가의 모국어를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족하더라도 그 나라의 말을 구사한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부족하게나마 간단한 인사말을 익혀 인사하는 것이 성공적 비즈니스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겠죠. 언어가 통하면 낯선 문화까지도 이해하기 훨씬 수월해지니까요.

Q6. 마지막으로 향후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의 관계에 있어 보다 비전 있는 분야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의 산업 중 전 세계 다양한 국가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ICT*입니다. 우리나의 하드웨어적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또한 통신과 네트워킹 기술이 발전돼 있어 여러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ICT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ICT는 여러 산업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예를 들어 구급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것 또한 ICT의 부재에서 발현된 현상일 수 있습니다. ICT는 어찌보면 기계 언어 기술이라고 볼 수 있고 다양한 기계들이 산업 주체로 떠오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 만큼 ICT는 여러 기업들에게 주목받는 사업입니다. 중앙아시아도 ICT 기술이 필요한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그들의 관계에 ICT는 소중한 분야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ICT :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는 창조경제의 기반이다. 특히 최근에는 빅데이터, 모바일, 웨어러블이 새로운 화두가 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됐다. 이는 사물 인터넷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물의 연결, 사물과 사물의 연결도 가능하게 한다.

이다민 기자 98bdaminc@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