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의 외국어 원어 연극사(演劇史) - ①세계의 문화를 원어로 재창조하다

201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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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학생들은 전 세계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학습하며 쌓아 온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외국어를 활용한 다양한 학생 활동을 지속해왔다. 이를 통해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을 기원하는 우리학교만의 문화를 만들어 왔다.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모의UN총회(1958)와 세계민속예술제전(1971) 외에도 우리학교는 외국어 작문·회화 경시 대회, 글로벌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체육 행사 등이 활 활발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개교 직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우리학교를 대표하는 학생활동이 있었는데 바로 우리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외국어 원어 연극이다.
1956년 4월 20일, 우리학교 개교 2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행사는 우리학교 최초의 공식 원어 연극 행사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행사는 우리학교 영어회화학회인 E.S.S(The English Speaking Society)의 주도로 마련됐다. 공연 작품은 크리스토퍼 프라이(Christopher Fry)의 <The Lady’s Not For Burning>이었는데 이 작품을 국내 무대에서 선보인 것은 최초였다. 졸업생도 배출하지 못한 신설 학교의 원어 연극 공연에서 높은 수준의 작품성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공연이 끝나자 뜻밖에도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작품의 수준에 대해서도 의외의 호평이 이어졌다. 영어 연극이 전공인 오화섭 연세대학교 교수는 “대단히 훌륭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영어 연극을 보여준데 감사하다”며 극찬했다. 한 외국인 관람자는 “뉴욕이나 시카고에서 연극을 보는듯한 느낌을 가졌다”며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수준 높은 원어 연극에 대한 극찬과 사회적 관심은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가져다줬고 이후 학교를 대표하는 전통으로 발전했다. 이와 같은 성공은 물론 학생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부단한 연습의 결과였다. 또한 외국어 교육에 대한 우리학교의 집념과 학풍이 반영된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했다.
개교 직후부터 정부는 우리학교에 부여된 사명과 역할을 감안해 우수한 외국인 교수 임용을 적극 지원했다. 이 사업으로 영국 런던대학의 저명한 영문학자 레이너(George Rainer) 교수가 초빙됐다. 햄릿의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의 연극 애호가이기도 한 레이너 교수는 1957년 4월 20일 개교 3주년을 맞아 <곰돌이 푸(Winnie the Pooh)>의 작가로 잘 알려진 앨런 밀른(Alan A. Milne)의 작품 <Mr. Pim Passes By>의 감독을 맡아 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선보였다. 영어 연극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과 특유의 열정을 지닌 영문학 교수의 지도로 탄생한 원어 연극은 더욱 큰 화제를 몰고 왔다. 미국 대사관, 영국 공사관 등 주요기관에서 찾아온 외국 귀빈 200여 명이 천여 명의 관객과 함께 연극을 관람했다. 작품은 성황리에 상연됐고 호평이 이어졌다. 한국의 전후 복구를 지원하던 유엔 산하 경제조정관실의 책임자인 윌리엄 와르네(William E. Warne)는 노진식 영어연극회 회장에게 “학생 배우들이 영어와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자신의 대학 시절을 상기시켰다”며 극찬하는 서신을 보내올 정도였다.

②편에서 계속

-기록 및 사진 제공: 역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