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선제, 우리의 손으로 총장을 뽑을 수 있을까? 2019-05-12
윤아영 기자 | 97yyuna0@hufs.ac.kr 조회수 863  댓글 0
 
최근 ‘총장 직선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화여대와 성신여대의 경우 이미 총장직선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들을 시발점으로 전국의 대학들이 총장 직선제를 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학교 또한 제40대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총학생회장단(이하 총학) 리액션이 첫 번째 공약으로 ‘총장 선출권 재정립’을 제시했으며 지난달 19일 양 캠퍼스의 총학은 교수협의회와의 면담 진행을 위해 교수협의회 측에 공문을 전달했다. 대학 사회에서 일명 뜨거운 감자인 총장직선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봤다.

◆ 총장 직선제를 향한 우리학교의 행보

총장 직선제란 기존에 교수들만이 갖고 있던 총장 선출권을 학교 관련 구성원과 나눠 다양한 이들이 총장 선출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뜻한다.
현재 우리학교는 4년마다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총장후보 선출규정 개정안에 의하면 총장후보는 과반수가 출석한 교수협의회 총회에서 직접·비밀투표의 득표 순위에 따라 2인이 확정된다. 두 후보자는 우리학교 법인에 추천되고, 법인은 이들 중 한 명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총장을 선출한다. 법인에 추천될 총장후보를 결정하는 투표권은 교수협의회에게만 제공되며 학생과 교직원에게는 투표권이 제공되지 않는다. 이는 특정 대리인만이 투표에 참여하는 간선제와 이사회가 최종 결정을 하는 임명제가 혼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우리학교는 제11대 총장선거를 시행했다. 서울캠 총학이 발표한 1차 투표 결과 보고에 따르면 1,534명의 학생이 참여한 학생 모의 투표에서 기호 2번 유기환 후보가 31.3%로 1위를 차지했고 기호 3번 유태영 후보가 25.2%로 2위를 차지했다. 428명의 교수가 참여한 실제 투표에선 기호 6번 김인철 후보가 29.0%로 1위를 차지했고 기호 2번 유기환 후보가 13.8%로 2위를 차지했다. 법인 이사회는 최종적으로 기호 6번 김인철 후보를 제11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양 캠퍼스 총학은 ‘총장 선출권 재정립’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교수협의회에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으며 교수협의회는 이에 응해 지난 1일 양 캠퍼스 총학과 면담을 진행했다.


◆ 교수협의회와 양 캠퍼스 총학생회장단 면담

지난 1일 서울캠퍼스 본관에서 △김용련 제21대 교수협의회 회장△김형래 제21대 교수협의회 부회장△장은영 제21대 교수협의회 총무△이선범(서양어·포루투갈 17) 제53대 서울캠퍼스 비상대책위원장△송민지(일본어·일언문 17) 제53대 서울캠퍼스 부비상대책위원장△한준혁(통번역·중국어 16) 제40대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장이 함께 총장 직선제에 대해 면담을 나눴다. 총장 직선제에 대해 김용련 제21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용련 회장 : 현재 총장 직선제에 관해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으나 이러한 요구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교수협의회 집행부는 언제든 학생들과 논의할 것 입니다.
어떠한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때엔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공식적 절차를 통해 당위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총회를 통해 안건이 상정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을 잡은 후 제안을 해야 평의회에 보고 해 논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학생들이 총회에서 민주적 총장 선출 방식을 요구했다는 것만 보고받으면 교수협의회 측은 이를 평의회에 보고 할 때 ‘학생들이 총장 선거에 참여하고 싶다고 합니다’정도에서 논의가 그치게 됩니다. 평의회 구성원이 이 안건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기 위해 구체적 △계획△방안△구성원마다의 비율 등을 정리한 가안을 만들길 바랍니다.
교수협의회 회장으로서 최소한의 직권으로 다음 평의회 때 학생들과의 공식적 면담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총장 직선제를 수면 위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 차이는 굉장히 첨예하기 때문에 실행 여부에 대해 장담할 순 없지만 시간을 두고 진행하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양 캠퍼스 총학생회장단 입장

1. ‘총장 직선제’에 대한 교수협의회와의 면담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글캠 총학 : 현재 학교 관계자들은 총장 선출권 문제와 관련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지난 정기총회 때 많은 학우분들이 목소리를 내주신 덕분에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교수협의회는 여전히 총장 직선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며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서로 조율해 나가자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양 캠퍼스 총학은 빠른 시일 내 총장 직선제 도입이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예정입니다.
서울캠 비대위 : 교수협의회가 총장 직선제에 대한 의견 조율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는 다음 선거에서 총장 직선제가 시행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우리학교 역사상 양 캠퍼스 총학이 함께 움직인 것이 처음인 만큼 함께 협력해 학생들의 요구안을 신속히 실현할 것입니다. 해당 안건에 대해 3자 협의체를 이뤄 가안을 빠르게 정리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2. ‘총장 직선제’가 진행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글캠 총학 : 총장 선출권을 공약으로 내세울 때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한 부분입니다만, 총장 후보들은 유권자의 표심을 사기 위해 유권자 중심 공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즉 투표권이 있는 교수 중심의 공약을 내세우는 것입니다. 이처럼 학교의 주인인 학생이 총장 선출 과정에서 배제된다면 총장 후보들은 계속해서 교수 중심의 발전 전략만을 추구하며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소외시킬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총장 선출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서울캠 비대위 : 총장 직선제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이며 민주적인 우리학교를 위한 학생참여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장 직선제를 통해 우리학교의 불통행정의 한계점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의견이 직접적으로 정책에 반영되고 총장이 먼저 학생을 위한 정책을 고안해내야 합니다.

3. 앞으로의 계획 및 방향은 무엇인가요?
글캠 총학 : 무엇보다도 교수협의회를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갈 것인지 논의해 빠른 시일 내로 움직일 것입니다. 학생들이 요구하기 전에 학교와 총장이 솔선수범해 학생을 위한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캠 비대위 : 이번 해가 아니면 총장 선출권을 획득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돼 급하게 내부 회의를 진행했고 곧 학생총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는 비대위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총장 직선제에 대한 학우분들의 관심으로 이루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양 캠퍼스 총학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 교직원 노조 입장

Q. 노조 측에선 ‘총장 직선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기일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외국어대학교지부 지부장 : 가장 좋은 총장 선출 방법은 3자 협의체가 한 테이블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교수협의회에 지속적으로 건의했지만 교수협의회는 자체 규정을 내세우며 다른 구성원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배척해왔습니다. 교수들은 총장 선거권을 자신들의 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나눠 가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2017년 제11대 총장 선거 당시 노조는 민주적 총장 선출 제도를 만들자는 차원에서 공청회 개최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 회장은 해외에 나간다는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교수협의회는 총장 선출권에 대해 장기적인 논의를 가지자는 태도인데 저희 노조 측에선 이는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되며 의지를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교수가 뽑은 후보 중 1등인 후보가 총장으로 임명 되다 보니 법인 쪽에서도 순위를 바꾸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교수에 의해 뽑힌 총장은 대학을 운영할 때 나머지 구성원을 배제한 채 한쪽으로 치우친 행정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총장 직선제가 시행되기 위해선 법인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에 의해 부여된 임명권을 가진 것은 법인이기 때문입니다. 법인이 나서서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한 총장을 뽑는 제도를 구축해야 합니다.


◆ 다른 학교는 총장 선거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지난해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 총학은 총장 직선제 도입을 위해 대학원 총학과 함께 TF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제반 자료 준비△성명서 발표△기자 회견 등을 통해 해당 의제를 공론화했다. 그 결과 △대학본부△교직원 노조△교수협의회 등 학내 구성원 대표단체 간의 협의를 통해 총장 선출에 학생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지난해 시행된 총장 선거는 완벽한 직선제는 아니었습니다만 총장추천위원회 등 관련 기구에 학생 참여 비율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의제를 공론화해 교수협의회, 노조와 함께 긴밀하게 협의하고자 합니다”라고 전했다.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총학 또한 지난해 9월 총장직선제 도입을 촉구하며 무기한 노숙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고려대 안암캠퍼스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학내 전 구성원의 대표인 고려대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 모든 학내 구성원의 의사가 민주적이고 균형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는 현재 △법인△교수△교우△직원△학생 등 30명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꾸려 총장 최종 후보 3명을 결정하고, 이사회가 이 중 1명을 총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한다. 고려대 총학은“ 30명이 참여하는 간선제로는 학내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는 총장을 뽑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총학의 강력한 요구에 지난달 22일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총장직선제 도입 여부를 학교법인과 논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2017년 5월,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에선 개교 이래 최초로 학내 구 성원들에 의해 총장직선제가 시행됐다. 선거 결과,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및 정유라 특혜 파문 등에 대한 교수 및 학생 시위를 이끈 김혜숙 교수가 총장으로 당선됐다. 이화여대의 경우 △교수△직원△학생△동문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에 의해 투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지속됐고 그 결과 투표 값 반영 비율은 △교수 77.5%△직원 12%△학생 8.5%△동창 2%로 정해졌다.


윤아영 기자 97yyuna0@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