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팔로워의 자질

2019-04-12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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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셰익스피어가 작품 ‘헨리 4세’에서 남긴 명언이다. ‘지도자’나 ‘리더’같은 단어엔 항상 ‘권한’과 ‘책임’이란 단어가 붙는다. 높은 자리인 만큼 권한이 많은 반면 책임도 무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랫사람들이 잘못해도 윗사람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다. 따라서 지도자라는 자리는 결정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사회는 언제나 지도자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찾아 헤맨다. 회사나 대학에서 면접을 보거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지도자적인 자질에 대해 질문하곤 한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현실적으로 우리 모두는 리더가 아니다. 리더는 소수지만 팔로워는 다수다. 또 리더끼리 모여도 그 안에서 리더가 있는 반면 팔로워가 되는 리더도 있다. 이렇게 우리는 리더와 팔로워의 구분이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렇게 팔로워가 절대 다수인 사회에서 좋은 리더는 바라면서도 좋은 팔로워에 대해서는 외면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처럼 좋은 팔로워에서 좋은 리더가 나온다. 처음부터 완벽한 리더는 없다. 모두 팔로워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팔로워에게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지난해 상반기 정기총회 도중 비가 쏟아졌다. 비를 맞으며 총회를 진행하는 회장단과 우산을 쓰며 묵묵히 서 있는 학생들, 우산을 나눠주던 학생회 간부들, 카메라와 노트북을 들고 나선 교내 언론까지 모두 한자리에 있었다. 총학생회는 꿋꿋이 비를 맞으면서도 총회를 진행했으며 학생들 역시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다. 학생들의 눈과 귀는 무대를 향했고, 카메라와 녹음기는 총회의 모든 것들을 기록했다. 학생 사회의 다양한 안건들이 올라왔고 필요한 경우 학생들의 질의응답 역시 이어졌다. 총회 도중 비가 내렸지만 이에 발 빠르게 대처한 학생회는 행사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다. 총회는 성사됐다. 그렇게 우리학교 학생들은 잔디광장에서 훌륭한 리더와 팔로워의 소양을 보여줬다
다양한 리더의 자질이 있듯 다양한 팔로워의 자질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덕목을 꼽으라면 ‘헌신’을 들 수 있다. 팔로워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수행한다. 자기 마음대로 튀어버리거나 본인의 일을 다하지 않거나, 공을 홀로 가로채가려는 팔로워는 어디서나 문제를 일으킨다. 물론 항상 순종하고 복종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잔디광장에 모였던 그때처럼, 학생 한 명 한 명이 그 자리에 서 있을 때 총회는 성사하는 것이다. 자리에 있었던 학생들 역시 다들 돌아가서 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학교를 위해, 학생 사회의 발전을 위해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헌신을 통해 책임감을 쌓아간다. 그리고 쌓인 책임감을 통해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다.
사람들이 내 노력에 대한 공로를 몰라줘도 실망하지 마라. 언젠가는 드러나고, 누군가는 감사할 것이다. 당신이 동정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아닐뿐더러, 이를 굳이 내비쳐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걱정하지 마라. 노력의 가치 역시 언젠간 반드시 되받는다. 스포트라이트는 리더의 자리에 올라서 받아도 충분하다. 리더라는 자리는 헌신과 책임감이 쌓여 올라가는 자리인 만큼 그럴 자격이 있다. 리더가 되더라도 팔로워들이 더 좋은 미래를 향할 수 있도록 헌신하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그렇게 아래서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주자. 당신이 리더가 됐을 때 모든 공은 당신에게 향하겠지만, 그 공은 당신만이 이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알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도 역시 팔로워가 될 것이다. 좋은 리더로서 헌신하는 팔로워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