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의 힘

2019-04-12

윤아영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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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방중교육을 받던 수습기자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차장이라는 직함을 달게 됐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는 학보사에서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도 찾아왔다.
사람들은 흔히 대학교 3학년을 사망년(死亡年)이라고 부른다. 이는 취업 준비로 죽을 듯한 고통을 받는 학년이라는 뜻의 신조어이다. 하지만 4학년이 되고 보니 이 단어를 만든 사람은 4학년을 겪어보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나름대로 4학년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졸업반 사람들은 인턴 혹은 취업을 해 취업계를 제출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편입학으로 학교에 들어온 탓에 남은 학점이 많았고 입시 준비로 놓쳤던 스펙을 채워나가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졸업논문까지 겹치니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는 학보사 일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이라는 벽 앞에 무기력해진 것이다. 그렇게 세 번째 마감이 다가왔다.
이번 기사는 학술기사를 쓰게 됐다. 주제는 ‘국민총소득 3만 달러’로 경제에 관련한 내용이었다. 어려운 내용을 잘 이해해 기사를 쓸 수 있겠냐며 걱정하는 편집장에게 잘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평소 경제는커녕 숫자만 나와도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한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일주일 동안 관련된 기사와 칼럼을 읽고 학술자료를 찾아 주제에 대해 최대한 이해해보려 노력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리 준비해 간 질문과 추가로 궁금했던 것들을 여쭤보자 교수님께선 공부를 많이 해온 것 같다며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또한 기사 마감 후 정확한 내용 확인을 위해 기사를 보내드렸더니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했다며 기자로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셨다. 알게 모르게 낮아진 자존감에 스트레스를 받던 나에겐 교수님과의 대화가 한 줄기의 빛처럼 느껴졌고 다시 활기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말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무기력하게도 생기가 돋게도 할 수 있다. 어쩌면 교수님께서 해주신 칭찬은 형식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지쳤던 나에겐 큰 힘이 됐고 앞으로 남은 세 번의 마감을 해낼 용기를 줬다. 이 일을 계기로 과연 나는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어쩌면 내 상황에 지쳐 이기적인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진정한 어른이 되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해내며 주변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면 어느새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