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총소득 3만 달러의 빛과 그림자

2019-04-12

윤아영 기자 | 97yyuna0@hufs.ac.kr

조회수 651 댓글 0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1953년 처음 집계된 국민소득에서 65달러를 기록한 후 65년 사이 468배 증가해 3만 1349달러에 이른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3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진입해 선진국 대열에 서게 됐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드문 고속성장은 역사에 남을 값진 기록이지만 경제 성장에 부합하는 사회적 지표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우리학교 경제학부 손종칠 교수를 만나 국민총소득 3만 달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자세히 알아봤다.

Q1.‘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1953년 1인당 소득 65달러에서 2018년 3만 1349달러를 기록하는 고속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현재 인구가 5000만 명을 넘으면서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 7개국뿐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1950년대 전쟁의 폐허로부터 시작해 65년 동안 경제개발과 성장을 거듭하며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 대열에 안착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Q2.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1970, 80년대에 세계는 △홍콩△싱가포르△대만△우리나라를 통칭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홍콩△싱가포르△대만은 모두 중국계 나라입니다. 또한 홍콩과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이며 대만 또한 2000만 명의 인구에 국토의 면적 또한 좁은 편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비중국계 나라이며 이들보다 많은 인구와 넓은 국토를 감당해야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경제성장은 유례없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제성장의 요인은 생산요소의 투입과 기술의 진보로 나눠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생산요소 투입은 급격히 증가한 노동자의 수와 노동 시간을 뜻합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후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으로 생산 가능인구가 폭발적으로 급증해 노동시장에 유입됐습니다. 이러한 압축적이고 엄청난 양의 인구증가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의 3분의 1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는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이 합작투자를 진행함으로써 해외의 기술을 전수받아 기술 혁신을 이뤄낸 것입니다. 이 외에도 해외 선진 기업의 투자유치 및 자체 R&D 역량의 강화 등이 경제 성장에 기인했다고 생각합니다.

Q3. 1만 달러, 2만 달러의 문턱을 넘을 때마다 금융위기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3만 달러 돌파 후 또다시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가능성 있는 상황인가요?

실제로 약 10년 주기로 1997년, 2008년에 금융위기가 발생해 그 10년 후인 이번 해에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10년 주기설’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종의 대외 안전망 역할을 하는 △대외신인도△환율△외환보유액△재정건정성을 고려해본 결과 우리나라는 국제기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의 경기순환국면이 좋다고 볼 순 없으나 거시 경제적 조건으로 평가했을 때 기초체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미시 경제적 조건으로 평가했을 때에는 잠재적 위험요인들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는 높은 주택 가격에 의한 담보대출로 다른 나라에 비해 가계부채비율이 높습니다. 가계부채에 의해 발생한 미국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고려했을 때 이는 당국의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자원을 대기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와 같은 체제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30-50클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뒤늦게 경제발전을 도모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자본주의가 시작된 나라였고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00여 년 일찍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경제를 발전시켜나갔습니다. 이들에 비해 경제성장의 후발주자였던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대기업, 재벌기업 위주의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Q4. 고속성장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여전히 부진합니다. 6개국의 3만 달러 달성 시기에 상대적 빈곤율은 11.8%였는데 반해 한국은 17.4%로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민소득에는 가계소득뿐만 아니라 기업소득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돼 있습니다. 절대 빈곤율 자체는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 빈곤율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부모세대가 빈곤하더라도 자식세대는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열화된 경쟁사회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지속되며 산업의 역동성이 저하됐고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게 됐습니다. 이는 부모세대의 경제적 영향력이 자식세대에 크게 작용했고 상대적 빈곤율의 심각성을 고조시켰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여전히 약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5. 진정한 3만 달러 시대가 도래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데 비해 행복지수는 세계 54위로 현저히 낮습니다. 이는 3만 달러 성장을 이루어낸 6개국에 비해서도 편차가 큽니다.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사회 자체가 경쟁 환경에 일찍부터 노출된다는 것입니다. 한번 뒤처지게 되면 회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행복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는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주려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틀을 구축해 함께 발전하는 길을 강구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에 대한 포괄적인 대응과 해법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다양한 논쟁과 토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를 우리 손으로 조금씩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향후 4만 달러 그리고 5만 달러 시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양적 성장과 함께 삶의 질에 대한 것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의 역동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는 등 성장 친화적인 사회복지 및 안전망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가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민총소득(GNI) : 한나라의 국민이 국내외 생산 활동에 참가하거나 생산에 필요한 자산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
**30-50클럽 :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명 이상의 나라. △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가 이에 속한다.

윤아영 기자 97yyuna0@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