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의자] 책따와 책, 따

2015-04-14

박은혜 | 90iron@hufs.ac.kr

조회수 584 댓글 0

▲지난 학기 처참했던 성적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교수님이 정해주시는 주 교재 말고 다른 책도 스스로 찾아 읽어보기로 말이다. 마침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얼마 이상 사면 하얗고 귀여운 인형이나 책의 표지로 만든 에코백을 증정해준다. 이 때다 싶어 개강 전부터 강의계획서와 인터넷 서점을 들락날락 하며 전공과 이중전공을 조금이라도 따라잡는 데 도움이 될 법한 책들을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택배를 받아보니, 상자 안에 책이 쌓여있는 만큼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제 이 책들만 읽으면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경제 수업도, 어렵기만 했던 문학 수업도 금방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번 달 17일자 동아일보에서는 요즘 쉬는 시간에 책을 읽는 아이들이 왕따가 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러한 현상에 ‘책따’라는 이름을 붙인 기사에서는 요즘 청소년들의 눈에 독서는 ‘찌질’한 일로 비친다고 전했다. 많은 교육청에서 독서 교육 지원을 위해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등 더 많은 책을 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 사이에서는 독서가 부정적으로만 보여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차이는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책 읽는 학생이 왕따가 안 된다고 해도 이미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독서가 내신이나 수능 탓에 한참 뒤로 밀려나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독서가 부정적인 일이 된 것은 스펙이나 입시, 성적 등에 독서의 가치가 가려져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낯선 것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우리는 책을 읽는 사람보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을 훨씬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대학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학술정보원의 ‘2014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 해 대학 재학생 10명 중 4명 이상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재학생 1명당 연간 대출도서도 3년째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우리학교도 전체 대출권수나 1인당 대출 건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청소년 때는 입시 걱정에, 대학생이 되면 취업 걱정에, 취업이 되면 승진 걱정에 책 읽을 시간을 마련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생각해보니 개강 전 열심히 채워넣었던 장바구니에는 전공이나 이중전공, 혹은 영어처럼 스펙과 관련이 없는 책이 단 한 권도 없었다. 순문학이나 만화책은 장바구니에 넣었다가도,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읽으면 되겠지 싶어 그냥 빼버렸다. 정작 먼저 읽으려고 사두었던 책도 개강 후 가방에 넣으려니 스마트폰 충전기, 지갑, 프린트, 다이어리, 주교재 등이 먼저 자리를 차지해 공간이 없다. 들고 가기에는 아무래도 무거운 것 같아 무심코 책을 다시 책꽂이에 꽂아놓고 보니, 우리가 책을 ‘왕따’시키는 것은 아닌지 문득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