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이란 이름의 칼날

2019-03-27

이다민 기자 | 98bdaminc@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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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각종 SNS를 비롯한 통신수단이 발달해 수많은 정보들이 빠르게 퍼진다. 이러한 문화를 반영해 익명으로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각종 창구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브리타임 등 각종 창구에는 많은 이들의 의견이 교환되고 있다. 지난 19일, 우리학교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서도 한 교수의 발언으로 인해 논란이 일었다. 현 시점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 연예인을 옹호했다는 주장이 우리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을 통해서 제기된 것이다. 처음 제보된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해 알아보자.

◆논란의 시작

지난 19일 화요일 오후 10시 26분 우리학교 페이스북 대나무숲(이하 대나무숲)에 우리학교 A교수가 강의 도중 정준영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 사건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해당 교수가 강의 시간에 연예인 승리와 정준영이 저지른 부정한 행위들을 언급하며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해자”라 칭했고 “공인이 일하는 것이 힘들면 그런 방식으로 분출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도덕관념이 저 수준인 사람을 교수라고 강의를 들어야 한다니 기분이 매우 더럽네요”라는 비방까지 올리며 “술자리보다 강의시간에 입조심 하셨으면 합니다, 교수님”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의 작성자가 올린 해당 글은 사용자들의 공감 표시한 개수가 400개를 넘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 중 대부분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주위에 글을 전달하며 더 널리 퍼뜨렸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데 그런 식으로 분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 대부분 학우들의 입장이었다. 간혹 “교수 발언의 취지나 논점이 오해의 소지는 있으나 해당 사건 당사자들을 옹호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논란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댓글도 있었으나 각종 기성언론들이 제보를 기다린다며 연락처를 남기면서 논란은 더욱 커져만 갔다.

◆기성 언론의 보도로 불붙은 논란

해당 원글은 2019년 3월 22일 오후 기준 약 130개의 댓글이 달린 상태이다. △CBS 노컷뉴스△외대알리△KBS 등의 언론사는 피해자의 신원은 보호할테니 제보를 기다린다며 취재 의사를 표했다. 이후 △SBS△오마이뉴스△디스패치△조선일보△연합뉴스 등의 대형 언론사들은 우리학교 대나무숲에 제보된 A교수의 발언에 대한 익명의 글을 보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논란을 반박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대나무숲 31649번째 제보 작성자는 “불법촬영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한 사건 당사자는 연예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그를 통해 해소했을 수도 있다 내용이었다”며 “사건 당사자의 범죄 행위를 옹호하기보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의 행위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추측과 견해를 제시한 것 뿐”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보도된 내용들 때문에 △SNS△뉴스사이트△각종 커뮤니티에서 교수와 우리학교를 향해 던져진 비난의 수위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에게 이야기를 들었으며 증거가 될 만한 필기도 확인했다고 밝힌 익명의 한 학생은 우리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논란이 된 발언 전후의 수업 내용은 ‘미디어를 비롯한 사회가 얼마나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가’였고 그 예시로 정준영 사건을 언급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처음 제보된 글과는 상반되는 의견들이 재차 언급되자 학우들의 여론도 달라졌다. 해당 논란이 사실이 쌍방으로 확인되지 않은 채 기성 언론에 보도되어 우리학교의 평판이 실추됐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 것이다. 지난 20일 에브리타임에는 “트위터에 해당 논란을 다룬 기사가 올라갔고 우리학교가 비판을 받고 있다”며 “본인이 익명성 뒤에 숨어 저지른 행동 때문에 벌어진 일에 대해 사과하길 바란다”는 글이 작성됐다. 이 글은 23일 기준 100개를 넘는 반응을 얻었으며 해당 글의 댓글 작성자들도 해당 교수가 입은 피해가 큰 만큼 사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학교의 대응

우리학교 측은 현재의 논란에 대해서 진상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해당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과 A교수를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후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논의를 진행해보겠다고 입장을 전해왔다.
해당교수는 2019년 3월 20일 우리학교 해당학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아래는 해당교수의 사과문 전문이다.

<사과문 전문>

○○○과 학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과 교수 A입니다. 어제 제 수업 중에 한 내용 가운데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연예인의 이탈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나무 숲과 언론사를 통해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난의 글이 올라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선 논란거리를 만들어 학교와 학과, 그리고 학생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 생겼다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학교 보직을 맡아 일해 본 사람으로서 사실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논란 자체가 피해를 야기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업에서의 제 발언을 토씨 하나까지 다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 의도는 언론에도 밝힌 대로 가해자를 두둔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이유를 대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유난히 연예인, 아이돌이 그런 문제에 취약한 이유를 찾아볼 때, 어려서부터 스파르타식으로 길러져 욕구 충족이 안 된 상태에서 성공과 부를 쥐면 그렇게 잘못된, 뒤틀린 방식으로 분출하지 않나 추측해본 것이죠. 그리고 이 문제를 길게 다루지도 않았습니다. 에스엔에스(SNS)의 미디어적 특성을 이야기 하다 짧게 나온 이야기입니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 가운데 제 이야기에 어떤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말한 학생도 없었고요. 경위야 어찌되었든, 수업 중에 제가 다룬 내용과 표현 가운데 일부 학생이라도 불편함, 불쾌감을 느꼈다면 그 학생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더불어 이렇게 논란거리로 학과 학생들에게도 불편함을 끼쳤다면 또한 학과 교수로서 미안함을 전합니다. 대나무 숲에 올린 글에 말조심을 하라는 구절이 있더군요. 저도 제 의도가 다른 이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다시 한 번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위 사과문이 공개된 이후 해당 교수는 논란이 된 발언이 있었던 수업의 수강생들에게 따로 메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업 내용과 관련해서 “학생들의 느낌을 존중한다”며 본인의 의도는 “그런 일들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추측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이돌로 키워져 부와 성공을 가진 사람이 억눌림을 그런 식으로 분출했을지 모른다는 것이지, 그래서 그들이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뜻은 전혀 아니었다”며 본인의 의도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다음 수업때 어색해지지 말자는 부탁을 전했다.

◆안타까움에 찬 학생들

처음 글이 올라온 이후 에타 게시판에는 해당 교수에 관한 글이 쏟아졌다. 공감 10개를 받으면 자동으로 선정되는 ‘HOT 게시물’ 게시판에는 논란에 대한 글이 주를 이뤘고 “익명이더라도 보다 신중하게 글을 작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과 “본 논란이 우리학교의 평판과 위상에 큰 해를 끼친 것이 유감스럽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글들은 약 30개에 육박하는 공감을 받으며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해주었다.
임하영(서양어·독일어 18) 학우는 해당 논란에 대해 “기존의 논란들이 해당 발언 논란에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많은 논란이 있었고 그 논란들이 사실로 밝혀질 때마다 학생들은 실망하고 좌절했다”며 “그러한 경험들로 인해 이번 사건도 문제가 제기됐을 때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일파만파 퍼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하며 유감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해당 수업을 수강한 주대건(서양어·독일어 17) 씨 역시 “사건의 진위 여부가 판별되기 전까지는 너무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와 같은 문제는 여론에만 휩쓸려 색안경을 끼고 볼 사건이 아니다”라며 의견을 밝혔다. 조성희(중국어·중외통 17) 학우는 “예민한 사안일수록 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교수가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 학생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제공하고 혼란을 야기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이다민 기자 98bdaminc@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