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거래 유통 표준 선정 2019-03-13
안효빈 기자 | 97anhyobin@hufs.ac.kr 조회수 863  댓글 0
 
지난달 우리학교는 박춘원 우리학교 일반대학원 정보·기록학과 겸임교수가 제안한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거래 및 유통을 위한 메타데이터’ 표준안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이하 TTA) 승인을 거쳐 정보통신산업 표준으로 제정됐다고 전했다. 이 표준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거래 시 필수 요소와 스마트계약 체결에 필요한 표준 항목을 정의하고 있다. 이에 국제적 메가트렌드를 선도하는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거래 유통 표준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아보고자 박춘원 우리학교 교수를 만나봤다.

Q1. 블록체인은 무엇이고 이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중심 기술로 각광받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로는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Big Data) 등이 있습니다. 이 기술들이 보편화되면 △초연결 사회△데이터 중심 사회△공유 경제△스마트 공장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변화는 큰 편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초연결 사회의 중앙 시스템을 장악하는 ‘빅 브라더’의 등장, 사용자의 모든 행동이 데이터화 돼 제3자가 이를 악용하는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침해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모든 위험 요소는 결국 데이터 신뢰 상실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데이터 신뢰 문제의 대안을 제시해 줍니다.
첫째, 분산 원장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 데이터 위·변조가 어려워 보안성이 뛰어납니다.
둘째, 거래 데이터가 모두 노출되고 추적이 가능해 데이터 투명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셋째, 기존 서비스들의 중앙 집권적 체제를 대체해 과도한 권력 집중으로 발생하는 여러 폐해의 위험성이 매우 낮아집니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의 폐해를 방지·억제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 시스템 구축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4차산업혁명의 인프라 기술로 파악됩니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첫째, 기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기반 기술에 비해 블록 생성 및 거래 처리 완결 속도가 현저히 낮습니다.
둘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엔 부의 편중 문제로 발생하는 ‘자기지속성(Self-sustainability)’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셋째, 한국 사회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나는 투기 현상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기술 발전 초기 단계에서 늘 등장 하던 것으로 기술 진보와 제도 정비 등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와 같이 블록체인 기술은 단점보다 더 많은 장점이 있어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여러 사물에 정보 통신 기술이 융합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 받는 기술

*분산원장시스템: 수많은 사적 거래 정보를 개별적 데이터 블록으로 만들고 이를 체인처럼 차례로 연결하며 네트워크에 연결된 여러 노드(node)*에 복제해 분산 보관하는 블록체인 기술

*노드(node): 네트워크상의 연결 포인트 혹은 데이터 전송의 종점이나 재분배점

Q2. 미디어 블록체인 형성을 위한 기술적·정책적 환경은 무엇인가요?

블록체인에 기반 미디어 서비스를 구축할 때 기술과 정책 측면에서 많은 고려가 필요합니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은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기존 중앙집중형 데이터베이스 방식에 비해 데이터 처리 성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처리 성능을 제고 하기 위해 블록의 크기 제한을 비롯한 여러 복잡한 방법과 기술을 사용하게 됩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기술은 동영상처럼 대용량의 비정형 데이터를 다루기엔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반의 미디어 서비스를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확보해야 합니다.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는 대용량 비디오 전송 성능을 보장하는 지역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Local Content Distribution Network) 환경 구축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근 단말 간 직접 통신(PDN:Peer to Peer Delivery Network)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기 시작 했습니다.
정책 측면에선 스팀잇(Steemit)*과 마찬가지로 디튜브(Dtube)*가 출범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미디어로서 내건 4가지 대표 문구를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코인 인센티브를 통한 확실한 보상 시스템입니다. 사용자의 플랫폼 기여도에 따라 암호화폐로 보상을 제공합니다. 즉, △동영상 업로드△공유△댓글 작성 등 사용자의 모든 행위는 블록체인 기술로 위·변조가 불가능합니다. 또 사용자는 플랫폼에 미치는 기여도에 비례해 코인을 받습니다.
둘째, 강제적 검열 시스템이 없습니다. 철저히 분산화된 플랫폼이기 때문에 플랫폼이 동영상 내용을 검열하거나 지침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부적절한 콘텐츠 관리는 업보트·다운보트와 같은 사용자의 평가를 통해 이뤄지게 됩니다.
셋째, 플랫폼의 공정성입니다. 디튜브의 알고리즘은 특정 콘텐츠 노출을 임의로 조작할 수 없도록 만듭니다. 또한 누구나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넷째, 광고 청정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디튜브는 사용자 경험을 최대화하기 위해 플랫폼을 광고 없이 운영합니다.
이러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선 코인 보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코인 경제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그러나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코인 경제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국가가 통제하는 검열 기반 체계에서는 블록체인 미디어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서비스의 기반이 토대가 커뮤니티의 자정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제약이 있다면 서비스의 자기 지속성 확보가 어렵고 사용자 유입이 쉽지 않아 서비스 활성화 자체가 힘듭니다. 정책 개선과 기술 진보가 병행돼야 합니다.

*스팀잇(steemit): 네드 스캇과 댄 라이머가 2016년 4월 시작한 블록체인 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이나 네이버의 블로그처럼 자신이 제작한 콘텐츠를 올릴 수 있고 독자들이 그 콘텐츠가 마음에 들면 ‘업보트(upvote)’를 누른다. 제작자가 올린 콘텐츠에 업보트가 많을수록 더 많은 가상화폐를 보상으로 받는다.

*디튜브(Dtube): Decentralize youTube의 약자로 글로벌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대체를 목표로 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영상 플랫폼


Q3. 어떤 경우에 미디어 산업에 블록체인이 결합되며, 그 예시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블록체인 기술△암호화폐△미디어가 서로 결합되며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서비스의 기본적인 특징은 ‘P2P(개인과 개인)’라는 블록체인의 네트워크 특성에 따라, 기존에 존재하던 거래의 매개 서비스가 사라진 형태가 많다는 것입니다. 즉, P2P 네트워크상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연결돼 당사자 간 직거래가 이뤄진 형태로 미디어 서비스가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 같은 중간 매개자가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수수료가 없어지므로 상품을 소비자에게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더라도 오히려 판매자 수입은 늘어납니다. 이런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로 ‘우조뮤직’을 들 수 있습니다. 우조뮤직은 스마트계약 기능으로, 2세대 블록체인의 대표주자로 유명한 ‘이더리움’이라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앱(Decentralized Application)*입니다. 우조뮤직에서 이더리움 암호화폐로 음원을 구입하면 그 금액은 스마트계약 기능에 의해 기존 중간 매개자에 대한 수수료 공제 없이 자동으로 △제작자△작곡가△작사가 등에게 배분됩니다.
이 외에도 △‘디지마크’△‘디슨트’△‘콜루’와 같이 △복제 방지 워터마크 기술 제공△다양한 콘텐츠 거래△저작권 관리 등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시스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음악 분야 외 예술품 거래 분야에서도 △미술품의 가치를 증권화함으로써 여러 사람이 작품 소유권 일부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메세나’△후원 기금을 조성해 예술가와 후원자를 1:1 연결해주는 ‘아트바이트’△개인 간 예술작품 거래를 이어주는 ‘아트텍스’△예술작품 전시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아트코인펀드’ 같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디앱(Decentralized Application): 중앙에서 관리하는 중앙 서버가 없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 개인과 개인 형태로 작동하는 어플리케이션으로, ‘탈중앙화한 어플리케이션’의 줄임말이다..


Q4. 이번에 새롭게 제정된 표준이 갖는 의의 및 필요성은 무엇인가요?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거래 및 유통을 위한 메타데이터’ 표준 제정이 필요한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응용 기술 영역은 인공지능이 주도하고 있으며 인프라 구축 영역엔 블록체인 기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모바일 중심 생활양식 확산으로 쇼트 폼 비디오*가 새로운 미디어 유통 단위로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한국은 초기에 이 두 메가트렌드를 결합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쇼트 폼 비디오 거래 유통 시스템을 활용한 국제적인 미디어 거래 및 유통 표준을 선행 제정했습니다. 따라서 국제 표준 제정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며 이를 통해 한국이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 기반한 미디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본 표준엔 제가 새로운 동영상 패러다임을 설명하기 위해 최초로 고안한 용어인 타임드 데이터(Timed Data)*와 ‘VADs (Video As Data service)’라는 용어가 반영됐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와 관련된 용어를 선점했다는 점 역시 의미가 있습니다. 특정 기술 분야의 개념과 용어를 선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산업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있어 중요합니다. 이번 공적 표준 제정을 통해 이를 가능하게 한 첫 단추를 꿴 점이 의의가 큽니다.

*쇼트폼비디오(Short-form-video):짧은 형식의 영상물

*타임드 데이터(Timed Data):동영상을 콘텐츠가 아닌 데이터 처리 관점으로 정의한 새로운 개념


Q5. 이번 표준을 기반으로 한 한국 및 세계 미디어 산업의 전망 및 발전 방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기술 표준의 선점은 세계적으로 특정 산업 분야의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이번 TTA 산업 표준 제정을 계기로 ISO*/IEC*307 위원회가 관장하는 블록체인 국제 표준 제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거래 및 유통 분야 국제 표준으로 승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2~3년 내 제가 개발한 표준안이 국제적으로 제정되면 전 세계의 미디어 거래 및 유통 과정이 블록체인 기반 쇼트 폼 비디오 거래를 지원하는 형태로 변화할 전망입니다. 이것이 실현되면 새로운 개념의 동영상인 타임드 데이터 중심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인 브이에이디(VAD)서비스* 관리 활용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과 서비스를 주도할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넥스트 유튜브(Next YouTube)’ 시대를 선도할 수 있게 됨을 기대합니다.

*ISO: 국제표준화기구

*IEC: 국제전기기술위원회

*브이에이디(VAD)서비스: 내용을 편집하지 않고 메타데이터만으로 서비스 및 재활용이 가능한 동영상 서비스


안효빈 기자 97anhyo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