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그 이후의 향방 2019-03-13
안소현 기자 | 97sonia@hufs.ac.kr 조회수 287  댓글 0
 
지난달 27일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지난해 6월 진행됐던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1년도 안 돼 성사된 만남이었기에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회담은 결렬됐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미국 각국의 입장△회담이 결렬된 이유△이후의 향방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과정과 목적

이번 해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이하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비쳤다. 당시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목표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다”라고 밝혔다. 이어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자신의 트위터에 “나도 북한이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잘 깨닫고 있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한다”라는 글을 기재했다. 이어 김 위원장으로부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요청하는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며 두 국가 사이 회담 개최에 관한 논의가 시작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유치 장소로 △태국 방콕△베트남 하노이△미국 하와이 등 여러 후보지가 거론되던 중 베트남 하노이가 최종적으로 선정됐다. 베트남은 미국과 적대관계에서 우방국이 됐다는 역사적 상징성을 지녔으며 과거 자국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유치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지난 달 27부터 28일까지 진행됐으며 북한은 제재 해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적으로 회담에 참석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유

회담은 합의문을 발표하지 않은 채 결렬됐다. 이에 여러 외신들은 결렬 사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첫 번째 이유는 양국이 주장하는 비핵화 방식의 차이였다. 지난 3일 미국 언론사인 폭스 뉴스(Fox New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 측에 ‘빅딜(Big deal)*’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스몰딜’을 원했다고 전했다. 이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전면적인 관계 개선인 반면 김 위원장이 원했던 것은 단계적인 비핵화와 관계 개선, 즉 스몰딜이었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하 볼턴 보좌관)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은 매우 제한적인 양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빅딜을 수용하도록 설득했지만 그들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볼턴 보좌관은 “이번 회담의 결렬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지 못하느니 차라리 회담을 결렬시키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이유는 북한이 영변 외에도 숨겨놓은 핵시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안보연구소는 지난해 5월 평안도 강선에 핵시설을 언급했고 ‘더 디플로맷(The Diplomat)’ 역시 강선 지역의 위성사진과 함께 이 지역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원심분리기 수천 대가 가동 중이라고 추정했다.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영변 외의 다른 핵시설 역시 폐기할 것을 제시했다. 영변의 핵시설 폐기만을 협상 조건으로 내놓았던 북한은 미국의 제안에 동의할 수 없었고 협상은 결렬됐다. 하지만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핵과 미사일 목록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빅딜: 빅딜은 ‘덩치 큰 거래’라는 합성어로 원래는 경제 위기 속 출범한 정부가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 간에 대형 사업을 맞바꾼다는 경제용어이다. 정치적 상황에서 빅딜을 제안했다는 것은 합의를 위해 큰 조건들을 내걸고 요구했다는 의미이다.


◆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 회견과 미국의 입장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게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비핵화를 원했다. 북한의 숨겨진 핵시설을 숨기고 이 사실을 아는 미국은 영변 핵시설의 폐쇄와 더불어 다른 핵 시설도 폐쇄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일부 제재를 풀겠음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또한 북한이 요구한 5건의 제재 해제 요구는 모든 제재를 풀어달라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회담 이후 자국으로 돌아간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북한 내 특정 지역 시설 비핵화 요구에 대해 김 위원장의 동의를 구할 수 없었다”며 “이는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 봐야 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미 제재는 강력한 상황”이라며 “북한 주민들도 생계를 이어가야 하고 자신 또한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가지면서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며 더 이상의 추가적 제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CVID: CVID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의미한다.


◆북한의 반박 의견

지난 1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기자 회견을 통해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미국 측의 주장과는 다르게 북한은 제재 일부 해제만을 원한다”며 “유엔 제재 결의 11건 중 5건(사진 첨부 예정)만 해제 요구했고 이는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반박했다.
이어 “북한의 비핵화에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 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직은 부담스러울 것이라 생각해 부분적 제재 해제를 제안한 것”이라며 “안보리 제재 5건도 전부가 아닌 군수용을 제외한 민수·민생용만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의 입장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며 “특히 두 정상 사이에서 연락 사무소*의 설치까지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성과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미국, 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로부터 3일 뒤인 3월 4일 청와대에서 NSC(National Security Council)*가 열렸다. 이어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라며 “제재 틀 내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NSC는 우리말로는 국가안전보장회의라는 뜻으로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고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 등 8명의 구성원이 참여해 △통일△외교△안보 현안에 관한 정책을 조율하는 회의이다.

*연락 사무소: 아직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국가 간에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전단계로 상호간에 설치하는 사무소를 뜻한다.


안소현 기자 97soni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