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강사법’ 우리학교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2019-03-13

김나현 기자 | 98nahyuuuny@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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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 8월 소위 강사법이라 불리는 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에 학사개편 바람이 불었다. 강사법은 고등교육법 제 14조2항에 명시돼 있는데 이는 시간강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전임교수와 함께 정식 교원으로 인정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오히려 대학이 고용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간강사를 대거 해고하거나 개설강의 수를 줄이는 등의 역풍이 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시간강사들은 ‘강사법 시행 중단’을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간강사 채용 비율이 높은 우리학교도 위 상황을 피해갈 수 없다. 우리학교는 강사법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교양강좌 감소에 재학생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봤다.

◆시간강사법이 무엇인가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고등교육법 제14조2항(이하 강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서정민 조선대학교 시간강사가 열악한 처우와 임용비리를 폭로하고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추진된 강사법은 시간강사에게 교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특히, △교원 지위 1년 보장△재임용 절차 3년 보장△방학 중 임금지급△퇴직금 지원△직원 건강보험 의무가입으로 총 6가지 주요내용을 명시했다. 이에 법으로 임용기간을 보장함에 따라 그동안 난제로 지적받은 시간강사의 불안정적인 수익에 대한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 보고 있다.
기대와 달리 강사법은 ‘시간강사 대량 해고’라는 예상치 못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대학들은 법안이 시행되는 8월에 앞서 시간강사를 줄이기 위해 각종 편법을 사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고려대△부산대△시립대 등 주요 사립대학에서 강사와 강의를 축소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강사법 대비 문건’이 유출됐다. 해고 위기에 직면한 시간강사들의 반발 역시 컸다. 지난달 24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대학 강사들의 네트워크 ‘분노한 강사들’이 강사 대량 해고 중단을 위한 시위를 별였다. 이들은 대학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주거나 개설 과목을 줄이는 등 원래 취지와는 반대로 시간 강사의 임용 자체를 위협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정부는 시간강사 정규직 전환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학의 꼼수와 시간강사들의 거센 반발에 대응해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는 금년도 교육부 예산 74조 9163억 원을 확정했는데 이 중 시간강사 처우개선비는 288억 원이었다. 교육부는 “지원금은 대학 재정 규모와 전임교원 비율을 파악해 차등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시간강사의 교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금이 나온 것은 이번 해가 처음이다. 그러나 지원금이라는 정부의 대안이 대학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학교 시간강사 임용 규정

우리학교 교원은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으로 나뉜다. 전임교원은 정년트랙과 특성화트랙으로 구분된다. 전임교원은 △교수△부교수△조교수로 구성되는데 부교수와 조교수는 근무년한과 교육 및 연구 업적을 고려해 교수로 승진 혹은 재임용 된다. 다만 강의중심교수와 연구중심교수가 속한 특성화트랙은 전임교원으로 인정받으나 △보직임명△직금수당△고속승진△조기정년 등은 보장 받지 못한다. 이번 달 20일 공개된 우리학교 이사회 동정 회의록에 따르면 이번 해 9월부터 적용될 특성화 전임교원 임용 규정이 개정됐다. 강의중심교수 재임용 심사 기준 중 수업평점이 3.8점에서 0.2점 더해진 4.0점으로 상향된 되면서 강의중심교수의 재임용은 수업 평점이 4.0점을 넘어야만 한다.
비전임교원에 속하는 우리학교 시간 강사는 강의 시간당 일정액을 받고 일하기 때문에 임금이 불안정하다. 지난해 11월 30일 우리학교 시간강사규정의 6개의 세칙이 개정됐고 5개의 세칙이 신설됐다. 특히, 강사법에 따라 시간강사의 강의 시간이 주당 9시간으로 제한됐고 강사료는 담당 강의시수를 기준으로 산정하되, 시간당 강사료에 관한 결정권은 총장이 갖게 됐다.

◆강사법에 우리학교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지난해 전국 185개 대학교 중 우리학교의 시간강사 비율은 1위였다. 교육 전문 신문 ‘베리타스 알파’에 따르면 우리학교 전체 교원 중 43.3%가 시간강사로 드러났다. 이는 2위를 기록한 연세대와 4.7% 차이 난다. 수도권 상위 17개 대학 중 시간강사 채용 비율이 40%를 넘은 것은 우리학교뿐이었고 시간강사들이 담당하는 학점은 총 8569.6점이다. 우리학교 비전임교원 채용 중 특이한 점은 초빙교수의 비율이다. 초빙교수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 월급제로 계약한 교수로 방학 중에도 월급을 받는다는 점에서 시간강사와 다르다.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시간강사에 비해 우리학교의 초빙교수는 0.7%에 그쳤다.
강사법이 우리학교 교원 임용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이번 달 7일 이사회 동정은 강사법 시행에 따른 대책이 담긴 회의록을 공개했다. 회의록을 통해 우리학교는 “강사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해 강사법에 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강사제도개선위원회가 밝힌 명확한 계획은 없어 차후 행보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조국현 서울캠퍼스 전 교무처장은 “우리학교가 강사법 시행으로 발생하는 재정 부담과 강사의 처우 개선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며 동시에 “△갑작스런 강사의 감축 및 해지△강의 규모 축소△대형 강좌확대△전임시수 확대와 같은 무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해 우리학교에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를 합해 총 271개의 교양강좌가 폐지됐다. 특히 글로벌캠퍼스 교양 강좌는 176개가 줄었다. 이는 수강신청 경쟁률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져 학생들이 곤혹을 치뤘다. 안정민(아시아 ·마인어 18) 씨는 “전학기에 자리가 많이 남았던 교양도 이번에는 거의 다 차서 잡지 못했다”며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윤병호 우리학교 학사종합지원팀장은 “전임교원들이 담당했던 진로설계 및 개발 세미나 강좌가 폐지돼 강좌가 줄었다”며 강사법의 영향으로 교양강의 수가 감소한 것은 전혀 아님을 강조했다.

◆다른 학교는 강사법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연대는 우리학교 다음으로 시간강사 채용 비율이 가장 높다. 교육 전문 신문 ‘베리타스 알파’에 따르면 연세대 시간강사 채용 비율은 38.6%로 수도권 상위 17개 대학 중 2위를 차지했다. 이번 해 연세대가 고용하고 있는 시간강사 수는 신촌캠퍼스와 원주캠퍼스를 합해 2천여 명이다. 그러나 대학 내 개편으로 2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번 해, 연세대가 선택교양 과목을 62% 가량 축소하면서 졸업이수학점을 채우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기고 있다. 이에 연세대에선 ‘시간강사법 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연세대 강사법 대책위)’가 결성됐다. 연세대 강사법 대책위는 △수강신청 피해 사례 조사△대자보 게시△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반대 서명 등 다양한 활동을 실시했다. 특히 이들은 “학교가 선택교양과 대학영어를 폐지하는 등의 강의를 개편해 교육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며 학습권 침해를 주장했다.
◆결국 학습권과 연결된 강사법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개정됐지만 시간강사의 안정적인 임금을 보장해줘야 하는 대학은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결국 일부 서울 유수 대학들은 학사 개정이나 강의 몰아주기 등의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줄어드는 강사 수에 비해 학생 수는 유사하기 때문에 이는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학교 입학자 수는 3380명으로 2017년 입학자 수보다 14명이 증가했다. 결국 강의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학생들이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적은 수의 교원이 많은 강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양질의 교육을 유지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인원을 늘린다 하더라도 다양성이 보장받지 못한다. 조국현 서울캠퍼스 전교무처장은 “강사들의 처우개선과 그에 따른 양질의 교육은 곧바로 학생의 수업권과 연결돼 있다”며 수업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강사법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강조했다.

김나현 기자 98nahyuuuny@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