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 듣는 교양] 오페라의 이해와 감상 2015-04-14
유혜민 | 90hyemini@hufs.ac.kr 조회수 934  댓글 0
최정윤(미네르바 교양대학 . 오페라의 이해와 감상 강의)

'오페라(opera)'라는 단어는 '작품'을 뜻하는 라틴어 'opus'의 복수형이다. 음악적인 요소에 문학적인 대사, 연극적인 구성과 연기, 미술, 무용 등의 요소들이 어우러진 종합 무대 예술인 오페라는 1597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학자, 문인, 음악가, 화가 등 지식인들에 의해 고대 그리스의 비극을 부활시키기 위한 연구의 결과로 탄생했다. 그렇지만, 오페라가 초창기의 모습대로 상류층 지식인들의 테두리 안에만 머물렀다면 그 이상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페라는 생겨난 지 얼마 안 돼 베니스의 상인들에 의해 주도됐고, 당시 오페라 관객의 절반은 평민들이었다. 관객이 그렇게 뒤섞여 있었기에 오페라는 현재까지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작품을 남기며 여전히 발전해 가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오페라가 어렵다고 말한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알아들을 수도 없는 외국어로 몇 시간 동안 계속되는 뚱뚱한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일은 아마 처음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생각보다 많은 오페라 명곡들을 알고 있다. 최근 한 이동통신 광고에서 들려오는 '기~가로, 기가로, 기가로...'하는 익숙한 멜로디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 제일의 이발사'라는 아리아의 일부분이고, 지인들의 결혼식 때마다 신부입장과 함께 듣게 되는 '결혼 행진곡'은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혼례의 합창'이다. 또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남자 주인공의 구혼 장면에, 유태인 수용소에서 주인공들이 생사를 확인할 때 흘러나오는 노래는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이라는 이중창이고,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이 감옥에 울려 퍼지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손꼽힌다. 이 밖에도 우리가 광고나 영화를 통해, 또 일상생활 속에서 익숙하게 듣고 있는 오페라는 수없이 많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오페라도 특정계층의 문화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주눅 들 필요가 없다. 누구나 영화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오페라 극장을 찾기 전엔 오페라 글라스를 쓸 줄도 몰랐다가도 막이 내린 후엔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오페라를 감상하며 감동을 얻는 데 꼭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오페라 역시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느껴진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우선 줄거리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줄거리만 아는 데 그쳐서는 오페라라는 종합예술의 극히 일부분만 이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가수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연기,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모두 중요하며, 음악과 연기뿐만 아니라 무대 미술과 조명, 의상까지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요소들로 이루어진 예술이 오페라이며 이러한 총체적인 체험이 바로 오페라 감상이다. 성악을 비롯한 음악뿐만 아니라 연극, 문학, 무용, 미술 그리고 기술까지 어떤 요소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오페라 감상을 시작할 것인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다. 어떤 작품이든 음악성과 연극성이 뛰어나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을 우선으로 해 다양한 관점으로 감상하면서 오페라의 본질을 쉽게 이해하고 지속적인 감상에의 흥미를 유발하고자 하는 것이 '오페라의 이해와 감상' 수업의 주목적이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믿는 것들의 가장 깊고 진실한 표현이 노래라는 사실을 이해하며 오페라 감상을 통해 삶을 더욱 더 풍요로운 감정과 열정적인 에너지로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학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매일의 커피 값을 아껴 구입한 오페라 공연의 티켓을 쥐고 오페라 극장을 찾아 설레는 마음으로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