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카풀, 앞으로의 향방은?

2018-12-13

이은지 기자 | 97eun_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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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8일 경기도 성남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카오카풀 서비스를 반대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가 진행됐다. 이후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2차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택시기사들이 삭발을 감행했다. 2차 집회에서 택시기사들은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카풀은 없어져야 한다”며 “하루에 2번으로 제한된 카카오카풀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현재 택시기사, 택시를 이용하는 국민들 그리고 정부는 카카오카풀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카풀이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과 해결책에 대해 살펴보자

◆카카오카풀의 등장 배경

최근 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소유경제를 넘어서 공유경제로 성장·발달하고 있다. 기존 소유경제 체제에서 경제시스템은 소유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기초에 두고 있었지만 최근 물건을 서로 빌리고 빌려주는 공유 경제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우버화(Uberlization)’라고도 불린다 . 우버화에서 ‘우버(Uber)’는 미국 카풀 서비스에서 비롯된다. 서로 빌려주고 함께 나누는 의미로 ‘우버화’와 ‘공유경제화’는 의미가 상통한다.
이처럼 서로 빌리고 빌려주는 경제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숙박이나 교통 또한 공유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공유경제 사회에 접어들면서 생긴 숙박 공유 서비스로는 ‘에어비앤비(Airbnb)’나 ‘롬 (Roam)’ 등이 있다. 또한 교통 공유 서비스로는 ‘럭시(Luxi)’, ‘풀러스(Poolus)’ 등이 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럭시’를 인수해 ‘카카오카풀’이라는 시스템을 출시했다.

◆카카오카풀이란

‘카풀’이란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사람끼리 같은 승용차를 타고 가는 것을 칭한다. 카풀을 이용하는 승객은 차량 소유주에게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때 비용은 일반적으로 택시보다 싸고 대중교통보다 비싸다. 우버는 자가용 승차 공유 서비스로 2013년 8월 우리나라에 도입됐지만, 서울시와의 마찰과 택시업계의 반발로 1년 반 만에 중단 됐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카카오카풀은 우버와 다르다. 카카오카풀은 자가용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택시와 다르게 일반인과 일반인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이다.
지난 10월 4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노사 4개 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풀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계획을 철폐하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카풀업체와 택시업계 간의 입장 차이 조율을 위해 나서고 있으나 타협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카풀에 대한 문제점

수익성의 절벽에 부딪힌 택시업계는 비교적 저렴하게 운영될 카풀 서비스의 등장이 달갑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들은 생계의 상당 부분 타격받을 수 있는 카풀 서비스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관내 택시 기사들은 하루에 165,000원을 벌고 여기의 80%가량인 135,000원을 사납금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사납금의 일부를 다시 기본급으로 기사들에게 지불하지만 물가에 비하면 사실상 매해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입장이다. 한 택시기사는 “12시간을 일해야 사납금을 겨우 채울 수 있다”며 “사납금을 채운 뒤 버는 돈이 제대로 된 수입인데 근무 강도가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시 관내 법인 택시 22,603대 중 시간대별로 승객을 태우고 다니는 택시는 절반 이하인 9,330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택시 법인들 또한 점점 줄어드는 기사들의 수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번 해 2월 기준 법인택시의 면허대수는 88,304대인 반면 운수 종사자는 107,931명으로 나타나고 있어 택시 1대당 근로자 수가 1.22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1일 2교대제의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을 나타낸다.
하지만 시민들의 의견은 다르다. 시민들은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 및 난폭운전 문제를 지적하며 기존 택시업계에 비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시민은 택시 파업 기사에 “길거리에 무질서하게 서 있거나 난폭하게 운전해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택시가 없으면 오히려 여유롭게 출·퇴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택시 파업이 계속 됐으면 좋겠다”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또한 택시기사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와 달리 시민들은 카카오카풀 드라이버가 되기 위해선 준중형 이상 차량을 소유하고 있어야 하고, 등록된 지 7년 이하의 차량이어야하는 등 엄격한 조건들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높아 택시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따른 카카오카풀 관계자들은 택시업계와 지속해서 상생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카카오카풀은 출·퇴근 목적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택시처럼 기동력있게 여러 승객을 태울 수 없다며 혹시라도 승객을 1명만 태우는 등 이를 악용할 수 있는 운전자 발생의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스템적인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카카오는 기존 업계와 공존이 필요한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며 “그동안 서비스 취지를 명확히 설명하면서 서로 공존하며 상생과 지원 방안을 제시해왔기에 택시 업계에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만 끼친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택시업계가 가장 큰 문제로 삼는 것은 일반 카풀이 아닌 ‘카카오카풀’이다. 기우석 전국민주택시조합 기획국장은 예전 카풀은 사실상 동호회나 회사 쪽에서 방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이용한 것이라 크게 상업성을 띠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 카카오 카풀은 대기업이 택시업계에 발을 들여 자가용을 상업적으로 영업시키는 행위로 기존의 택시 영업과 유사하게 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정부의 입장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대 승용차를 함께 타는 카풀은 합법이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이 시간상으로 정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기존 카풀 서비스업체는 이를 이용해 카풀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 카풀 서비스업체는 오히려 이를 악용해 24시간 동안 자가용을 이용한 카풀 서비스 영업행위를 진행해 불법 논란에 빠지게 됐다.
정부는 카카오카풀이 기존 카풀의 불법 행위들을 따라하지 못하게 운영시간에 제한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 횟수 또한 하루 2회로 제한하고 카풀운전자는 별도의 직업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또한 카풀 도입을 포함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국의 사례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 정부들은 ‘선 도입 후 규제’로 카풀을 진행중 이다. 프랑스는 2012년 우버를 도입하고 택시업계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우버기사가 되기 위해선 영업면허를 취득해야 한다는 규제를 도입했다. 이외에도 우버가 도입된 해부터 1년간 신규면허발급을 중단했고 우버를 이용할 때 차량소유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최저 비용을 설정하는 등 규제를 도입했다. 이처럼 택시업계와 카풀 서비스 사이에 생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책이 등장했다.
또한 중동에선 카림(Careem)이 우버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카림은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택시업계와의 의견충돌이 있었지만 카림 대표는 이 충돌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카림 대표는 “택시노조, 연합회 등과 자주 만나며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현재 카림은 중동에서 현지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국민과 택시노조·택시연합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동남아시아에선 카풀 서비스 그랩(Grab)이 유명하다. 그랩은 말레이시아 현지에 보편화된 카풀 서비스로 말레이시아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여러 국가에서 현지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까지도 필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현지 택시 기사들은 그랩으로 인해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주장하며 그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고객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완강하게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카풀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많은 이해관계자 간의 협의가 잘 이뤄져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이은지 기자 97eun_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