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화성에 열광하는가? 2018-12-13
기자 | 이메일 조회수 404  댓글 0
 
며칠 전 정확히 2018년 11월 27일 화성에 로봇 탐사선 ‘인사이트’ 호가 성공적으로 착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소식은 세계적 이슈이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탐사선이 화성을 방문하는구나 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습니다. 이는 화성의 탐사 역사가 그야말로 집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오래됐고, 많은 탐사가 끊임없이 시도됐던 것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토록 화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지구의 환경이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게 바뀌게 된다면 인류는 이주해서 살 수 있는 적당한 환경의 다른 행성을 찾아야 하는데, 화성이 지구와 꽤 많이 닮아 있어 그 후보로 적합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겉모습만 봐도 화성의 양극에는 지구처럼 얼음 덮개가 덮여 있어서 지구와 비슷합니다. 화성은 지구와 비슷하게 26도 정도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서 지구처럼 계절이 있고, 지구에 비해 춥지만(최저 섭씨 영하 140도, 최고 섭씨 20도, 평균 섭씨 60도 정도) 지역에 따라 지구의 늦가을 날씨를 보이는 곳이 있어 그렇게 척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기 역시 지구에 비해 매우 희박하지만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으며, 화성은 태양에서 오는 해로운 에너지를 그대로 받지만, 이 또한 무엇인가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그리고 화성이 지구에서 6,000만km~7,000만km 정도 근접해 있을 경우 지구인이 그곳으로 이동해 가는 것이 그 어느 천체보다도 쉬울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애매한 적합성이 다소 불편하기는 해도 화성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이미 오래전부터 몇몇 천문학자들이 화성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한 데서 시작됩니다. 이탈리아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는 1884년 화성에 인공수로가 있는 것 같다고 했고, 뒤이어 미국 천문학자 ‘퍼시벨 로웰’은 그에 덧붙여 화성에는 지적 생명체가 있어 수로를 건설했다고 주장해 화성인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 환상은 라디오와 드라마는 물론 영화로까지 만들어졌고 이와 같은 화성인에 대한 그리움은 천문학자에 의해 시작돼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여전히 공상 과학 영화 속에서 계속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에게 이미 외계인이라면 ‘화성인’이고 금성인이나 해왕성인이 외계인으로 등장한다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이는 오랫동안 화성에 살고 있는 지적 생명체에 대해 환상을 품어왔기 때문이겠죠.
이런 주장들은 20세기에 우주개발 시대를 맞이해 탐사선을 화성으로 보내는 힘이 됐으며, 결국 인류는 화성 표면에 탐사선 착륙을 성공시키기에 이릅니다. 1965년 ‘바이킹 1호’, ‘바이킹 2호’가 연달아 착륙에 성공해, 화성 표면의 사진을 보내오고 화성의 표토에서 생명체에 대한 간단한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는 공들여 시도한 노력을 무참하게 만들었습니다. 바이킹이 보내온 사진은 황량하기 그지없는 척박한 광야였고 생명체의 기미는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화성에는 생명체가 없으며 화성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천문학자들은 바이킹이 보내온 한정된 지역의 사진만으로는 화성의 전체를 확인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 지역마저도 어쩌면 지구 위의 어느 황량한 지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으려는 시도, 아니면 생명체가 있었다는 흔적이라도 찾으려는 시도는 다시 시작됐고, 40여 차례의 실패와 성공이 거듭되는 가운데 1997년 ‘패스파인더’의 성공을 시작으로 화성 탐사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이전의 탐사선들은 한 지점에 고정돼 그 주변만 살피는 것이 임무였지만 패스파인더는 화성 표면을 자발적으로 움직여 가며 화성 표면을 더 폭넓게 관찰할 수 있어서 화성 탐사의 질을 높였습니다.
패스파인더 성공에 고무된 우주개발팀은 그 뒤를 이어 더 진화된 두 쌍둥이 로버 ‘스피리트’와 ‘오퍼튜니티’를 2004년에 각기 다른 화성 표면에 착륙시켰습니다. 이 두 로버는 패스파인더보다 더 넓은 지역을 거침없이 헤집고 다니며 화성의 여러 놀라운 모습들을 지구로 전송해 줬습니다. 화성 표면에서 끊임없이 모래 폭풍이 일어나 붉은 표토가 대기에 퍼지는 동영상을 보고 화성이 붉게 보이는 이유를 알게 됐는데, 이것은 또한 지구에서 볼 때 큰 규모의 줄무늬로 나타나기도 해서 그 옛날 퍼시벌 로웰과 스키아파렐리가 주장했던 인공운하의 정체임을 알게 됐습니다. 두 로버가 보내온 사진 중엔 지구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갈을 품은 암석들도 눈에 띄었고, 여러 지층이 쌓여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 주는 단층 사진도 있었습니다. 지층 형성이야말로 물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물이 존재했음을 추론하게 했으며 표토 아래에서는 소금이 발견돼 바다가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추론은 생명체가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화성의 물은 전부 어디로 사라졌는지, 왜 화성에서 생명체는 흔적조차 없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게다가 두 로버는 지표 아래 거대한 호수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줘 이젠 표면 관측만으로 만족할 수 없어 인류는 더 진화된 로봇 탐사선 ‘인사이트’를 말 그대로 화성의 내부를 보려고 화성에 보내 착륙에 성공합니다. 이제 인사이트는 다음 단계로 화성의 진면모를 보여 줄 것이니 우린 이 로봇에게 지구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게 됩니다. 앞으로 우주개발팀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화성에서 인류가 거주 가능하도록 장비를 설치한다거나 연료를 화성에서 자체 변환시키려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화성 이주 시대로 한 발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인간에게 있어 지구만 한 환경이 이 우주 속에 어디 있겠냐며 이미 우리가 적응하고 있는 이 지구를 더욱 아껴서 사용해 우리 손으로 다른 행성에 이주하게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던 한 천문학자의 말이 마음에 더 와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