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과의 대화, 우리학교의 미래에 대해... 2018-12-13
나산 기자 | 96mountain@hufs.ac.kr 조회수 403  댓글 0
 
지난달 21일 오후 5시 30분 사이버관 대강당에선 ‘총장과의 대화’가 개최됐다. 행사는 김봉철 학생인재개발처장과 전병수(영어·영문 16) 서울캠퍼스 부총학생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학교 측에선 김인철 총장을 비롯한 조국현 서울캠퍼스 교무처장, 최승필 기획조정처장(이하 기조처장) 등이 자리했다. 학생 측에선 안중헌(서양어·독일어 16)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단과대 대표△중앙운영위원회△일반 학생들이 참석했다. 대화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문제△안전 문제△공간 문제△재정 문제△승강기 설치△장학금 기준 변경 문제 등 학교 측에 시설과 제도에 관한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어떤 내용들이 오갔는지 알아보자.

◆개회사

김인철 총장(이하 김 총장): 최선을 다한 1년을 보냈지만 때로는 민망하기도, 고통스럽기도 했다. 총장으로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아직까지 장학금도 못 늘렸고, 만족도가 떨어지는 강의도 처리하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다. 때문에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학생들의 편에 서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래야 제대로 된 총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를 운영하는 중에 시행착오도 있고 실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점은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면 좋겠다. 오늘 총장과의 대화에 와주신 학생들에게 정말 고맙고 양 처장님을 비롯한 각 팀장님들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Q1. 교수협의회 총회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걸렸었다. 이에 총회가 왜 열렸는지, 안건은 무엇이었는지 알려 달라.

김 총장: 이번 총회는 임시 총회였다. 총장에겐 우리학교의 재정적인 어려움에 관해 질문하기 위해 참석을 요구했다. 여기서 나는 △재정적 어려움이 도래한 이유△총장으로서 재정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활동△추후 재정 예측 등과 같은 질문에 답했다.
나는 우리학교의 재정 문제를 건전하게 처리하고 나아가 이 학교에 필요한 재원을 잘 마련해 교수님들의 연구 인센티브는 물론 학생들의 장학금 그리고 교직원의 급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승필 기조처장: 우리가 재정적으로 두 가지 어려운 이유가 있다. 우선 양 캠퍼스의 건물 리모델링 사업을 하며 여러 곳에서 빌린 금액에 대한 만기가 이번 해와 다음 해까지 두 차례다. 또 하나는 우리학교가 보유한 부동산에 부과된 세금 만기일 역시 위와 같다. 이 두 만기일이 겹치며 우리학교를 재정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다만 2020년엔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되며 자연스레 나아질 것이다.
학교에선 긴축재정계획을 세웠다. 다음 해부터 이 계획에 따라 재정을 운영할 것이다. 이는 긴축뿐만이 아니라 학생 상담영역과 같은 곳에 예산을 늘리거나 필요 없는 부분들을 과감히 삭제하는 등 예산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한 계획이다.
종합적으로 이번 해와 다음 해까진 어려울 것이나 2020년엔 분명 더욱 나은 재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Q2. 얼마 전 우리학교 장애학생들의 시설 이용에 대한 기사가 온라인상에 대두됐다. 이와 관련해 승강기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김 총장: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 몸이 불편한 친구를 업고 사회과학관 5층까지 올라가고 내려왔던 경험이 있다. 그로부터 42년이 흘렀지만 우리학교엔 아직도 본관과 도서관 외엔 승강기가 없다. 참 부끄럽다. 전임 총장들이 학교를 잘 운영하지 못해 일어난 상황이기도 하지만 내 책임이기도 하다.
학교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 해 1~2월에 설계해서 3월에 공사를 시작할 것이다. 총 5개 건물에 설치하기 때문에 상당한 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일반 학생이 아닌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승강기이기 때문에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가급적 빨리 설치하겠다. 내 임기 안에 장애 학생들을 위한 승강기 설치는 마무리 짓고 나가겠다.

Q3. 교내 흡연으로 인한 담배 연기가 가끔씩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이에 대한 방책이 따로 있는가?

김 총장: 서울캠퍼스(이하 서울캠)엔 흡연 부스가 없다. 글로벌캠퍼스에 흡연부스를 설치해봤으나 시간이 지나니 지저분해지고 기능적으로도 떨어졌다. 학교의 전체적인 풍경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캠엔 설치하지 않았다.
총괄지원팀: 흡연 부스 설치를 검토해 봤으나 서울캠 특성상 공간도 좁고 유지·관리 측면에서 힘들 것 같아 만들지 않았다. 흡연실 혹은 흡연 가능 장소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5년 전쯤 총학생회와 얘기해 몇몇 장소를 지정해 흡연할 수 있도록 팻말을 세웠다.
학생지원팀: 흡연자와 금연자 사이의 주장이 팽배하지만 학교에선 기존 흡연자들을 생각하되 금연자들을 배려할 수 있도록 조율 중이다. 또 외대사랑순찰대를 운영해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는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이에 여러분들도 잘 협조해주길 바란다.


Q4. 학생과 관련한 권력형 성폭력 징계위원회에 학생대표자를 포함하는 방안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학교 당국은 징계의 △진행 과정△결과△판단근거 중 어느 것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답변 바란다.

김 총장: 교수 징계위원회는 재단 이사회에서 △교수△이사△전문가를 포함한 7명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학생이 들어가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내 편견일 수 있다. 이사회에 가서 학생과 관련한 사건일 경우 학생대표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징계위원회의 절차는 원래 투명하지 않다. 징계 사유에 대해 알 수 있는 사람은 △성평등센터장△변호사△상담원△징계위원△조사위원뿐이다. 그 사람들도 자신이 들은 사실관계나 의문 등을 주변에 발설할 경우 관련 규정에 위반된다. 총장인 나도 조사의 개괄적인 부분만 알 뿐 완벽한 조사 내용은 모른다. 이는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그래서 완벽한 공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Q5. 학내 성평등센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인력이 부족해 사건 처리가 지연되며 성교육 강사 초빙 비용을 학생들한테 부담시키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성평등센터를 개선할 방안이 있는가?

김 총장: 우리학교 성평등센터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교직원△상담원이 각각 한 명씩 배정돼 있다. 또 10명의 변호사가 우리학교 학생들을 위해 이와 관련한 법률적인 상담과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사건 처리 기간에 대해 성평등센터에 질문한 결과 사안이 민감하고 공개하기 어려워 오랜 시간을 두며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진단하기 위해 두 달 정도 걸린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다른 대학에게도 문의해 본 결과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우리학교는 이와 관련한 문제로 교수님 두 분이 세상을 떠나셨고 학교를 떠나신 분도 계신다. 또 징계를 받고 학교에 돌아오시지 못하고 있는 분도 있다. 그래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총장으로서 약속한 대로 성평등센터 직원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행정지원처에 검토하도록 하겠다. 성평등 사전 교육비용은 학생들이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Q6. 얼마 전 헌법재판소에서 박철 전 총장의 헌법소원이 기각 및 각하됐다. 이에 대해 앞으로의 △명예교수 철회 절차△총장의 의견△학생들이 받은 상처에 대해 답변 바란다.

김 총장: 박철 전 총장은 노조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 법원에 제소됐고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다. 하지만 판결 조항 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항이 있다고 주장해 헌법재판소에 소원했지만 얼마 전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안다. 지속적으로 얘기하지만 모든 법률 절차가 끝나고 벌금형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인사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명예교수 임면은 해당 학과 교수들로부터 의견을 모은 후 중앙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재 박철 전 총장이 재직했던 스페인어과에 자료를 보낸 상황이고 곧 결과가 나올 것이다.
두 번째로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회 간부들을 징계한 것은 총장실을 점거한 것에 대한 징계이지 박철 전 총장의 사태와 관련한 징계가 아니다. 게다가 학생들의 징계 사실을 학적부에 등재하지 않았고 부모에게 통지하지도 않았다. 또 해당 학생의 등록금을 면제해 재정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게 했다. 물론 해당 학과의 교수들이 징계 학생의 유기정학 기간을 길게 잡아 학기를 포기해야 하긴 했다. 이는 총장으로서도 안타까웠다. 다만 이와 같은 징계는 총장실을 점거해 총장의 업무를 못하게 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징계이지 박철 전 총장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밝힌다.

Q7. 정문 맞은편에 짓고 있는 건물에도 내국인 학생을 수용할 것인가?

김 총장: 요즘은 교내 기숙사도 쉽게 만들 수 없다. 주변에서 하숙하는 학생들이 교내로 들어올 경우 학교 바깥에 있는 상권이 죽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구청의 허가를 받기 힘들다. 정문 앞 신축 건물은 외국인 학생들의 생활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해서 허가를 받았다. 다만 오로지 외국인 학생만 유치하진 않을 것이다. 건물이 지어지면 건물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모여 기숙사를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이 만들어진다. 이 법인에서 건물 운영 계획을 세울 때 내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들의 수용 비율이 정해질 것이다. 이에 총장으로서 우리학교 학생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겠다.

Q8. 학내 안전체계 확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산 편성 의지나 계획 있는가?

김 총장: 이전에 모 학생이 쓰레기에 ‘폭발물’이라고 적어두는 바람에 교내에 국립 폭발물 처리반이 들어오고 뉴스 중계차들이 들어온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학교는 안전에 대해 민감하다.
시설계획팀: 24시간 자치 공간 개방 같은 경우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다만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현재 이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도 학교 안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불편하겠지만 학생들이 양해해주길 바란다.
최승필 기조처장: 안전예산에 관해선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겠다. 우리학교는 예산에 따라 인력과 시스템을 어떻게 적절히 배분하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안전에 대해 유의미한 행동을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안전 부문 관련 자원의 분배 과정에서 충분히 실현할 것이다. 또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여러분들과도 의논하겠다.

Q9. 가장 최근에 부끄러운 점 느끼셨다면? 그리고 이는 학교 운영계획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만약 없다면 학생들에게 학교 비전과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김 총장: 최근 우리학교가 QS 대학 순위와 중앙일보 대학 평가에서 기대한 순위를 확보하지 못한 점에 대해 부끄러웠다. 내 학창시절 이 학교가 가졌던 품격과 위상을 되찾고 싶다. 그래서 우리학교가 종합대학 7위, 아시아 50위 안에 들기 바란다. 내가 퇴임할 때 종합대학 7위 현수막을 내거는 것이 소망이다. 내가 앞장서겠다. 서로 합심해 우리학교를 발전시켜 나가자. 그게 내가 우리 학생들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학생들과 만날 생각이 있다. 숨기지 않겠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하겠다. 고칠 수 있는 것들은 고치겠다. 총장이라도 불가능한 것들은 못 하겠지만 만약 여러분의 주장이 타당할 경우 처장단과 협의해 전격적으로 수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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