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의자] 포기하면 행복합니다

2015-04-13

박은혜 | 90ir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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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토리세대’란 마치 득도한 것처럼, 어떤 것도 탐내지 않고 욕망을 억제하며 살아하는 세대를 말한다. 사토리(さとり)는 깨달음, 득도의 뜻을 지닌 일본어로 1980년대생부터 90년대생까지 현재 20대 중‧후반인 사람들을 일컫는다. 사토리세대는 필요이상의 돈은 필요 없다고 말하며 낭비를 하지 않는다. 이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후유증으로 나타났다. 사토리세대는 미래를 현실적으로 보는 현명한 집단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기성세대들에게는 부정적으로만 비친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의욕적이고 어떠한 일에든 도전해야 할 20대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것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으로까지 보인다.

▲최근 큰 흥행을 한 영화 <국제시장>에서 보여준 아버지의 삶은 현 50‧60대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큰 공감을 줬다. 그들이 살아왔던 시대에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사회의 성장을 통해 ‘성공’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 20대들에게는 무한경쟁만 보일 뿐, 성공의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학교에 입학해 대외활동을 하고, 2학년이 되면 토익, 3학년과 4학년 때는 취업준비, 그 사이 학점관리는 기본. 그리고 취업 전쟁을 거쳐 사회에 뛰어든다. 하지만 취업을 해 돈을 벌게 된다고 해서 결혼을 할 수 있는 것도,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사토리 세대가 꿈꾸는 것은 먼 미래의 행복이 아닌 현재의 행복이다.

▲일본에서 실시한 생활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70%는 ‘현재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20대의 79%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는 일본의 거품경제 시대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다. 사토리세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높았던 기성세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말이다. 책 <일본 젊은이들은 왜 행복한가>의 저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현재 젊은이들에게 부모 세대처럼 열심히 일해 집과 차를 마련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할 전망이 있다면 아마 대다수 젊은이들은 현재 행복의 상당부분을 희생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더 바랄 미래가 없기에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아닌 현재 자신의 생활방식을 즐기는 것을 택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상황을 돌아보면, 우리나라도 언젠가 일본을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 청춘이라는 이유만으로 젊은이들이 아파야 할 필요도, 천 번을 흔들려야 할 필요도 없다. 아프면 그대로 병이 들고, 흔들리다가 꺾여버리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에 이어 이에 더해 인간관계,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오포세대까지 등장했기에 애초에 포기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토리세대의 출현은 먼 미래가 아닐 것이다. 포기를 선택하는 젊은이들을 다그치기보다 왜 그들이 이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