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를 기제로 시작된 변화, 서울캠퍼스 정기총회 성사

2018-10-05

조유진 기자 | 96yujin@huf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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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6시 반 서울캠퍼스 잔디광장에서 ‘2018년도 상반기 전체정기학생총회(이하 정총)’이 열렸다. 총 학생 수 8981명 중 10분의 1이상인 899명의 참석이 의결성사기준이었던 이번 정총은 집계 결과, 899명을 넘는 956명이 참석하며 성공적으로 개회됐다. 지난 2013년도 2학기에 성사된 정총 이후로 약 4년 반 만에 학생들은 총학생회장단과 함께 교내 안건을 논의하고 의결했다. 3년 만의 총학생회 당선, 4년 만의 정총 성사, 우리학교는 ‘변화의 바람’이라는 총학생회의 구호처럼 학생권리실현에 한 발 다가서고 있다. 총학생회와 학생들의 관심으로 일군 이번 정총, 주요 안건과 성과를 알아봤다.

◆과거 정총의 한계점 극복한 2018년도 상반기 정총

과거 정총의 한계점 중 하나는 ‘홍보’였다. 지난해 정총의 경우, 개회를 1주일 앞둔 시점에서 홍보가 시작됐고 이는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지 못해 아쉬움을 샀다. 정총 참여 프로모션이었던 ‘칠성사이다 무료 나눔’ 역시 정총 당일 날 급히 진행돼 한 발 늦은 홍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총을 비롯한 학내행사 홍보를 페이스북 페이지 같이 한정된 매체에만 의존한 것 또한 문제였다.
이번 해 상반기 정총 성사를 위해 총학생회는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했다. 정총개회 20일 전부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총학생회 홈페이지 등 다양한 미디어와 소통 플랫폼에 관련 정보를 게시함으로써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실제로 △자치교류국△인권연대국△정책교육국의 국장 및 국원들은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각 자치국에서 맡은 안건에 대한 설명 영상을 게시하며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총학생회는 다양한 온라인 매체 활용뿐만 아니라 가시적 홍보방식 또한 함께 개진했다. △교내 정문·학내 건물에 대형 플랜카드 설치△학내 엘리베이터·화장실에 정총개회 날짜와 시간을 담은 쪽지 부착△강의실에 정총 관련 유인물 배부 등 정총 개회를 위한 적극적 홍보는 많은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 홍보는 학생들의 무관심이라는 과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그간 오바마홀에서 진행됐던 정총과 달리 이번 정총은 잔디광장에서 진행됐다. 정총개회장소에 대해 안중헌 학생회장은 “이번 정총이 최대한 많은 학생들의 눈에 띄어야겠다고 생각 했고 과거 오바마홀에서 진행했던 정총들이 무산으로 끝났기 때문에 오바마홀에 대한 학생들의 기억이 부정적일 것이라 생각했다”며 “특히 오바마홀보다 잔디광장 무대가 회장단과 학생 간 거리가 가깝다는 점도 장소선정 이유 중 하나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앞으로 열릴 정총도 잔디광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총에는 ‘실시간 문자 통역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했다. 총학생회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속기사를 섭외했으며 사전에 개설된 통역방을 통해 정총내용을 글로써 전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상반기 정총회의록은 이번 달 내에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이다. 또한 개인적 사정으로 정총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은 우리학교 교육방송국 FBS에서 진행한 정총 라이브방송을 통해 그 진행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총학생회·학생들 회동시킨 주요안건, 구체적 내용?

이번 정총은 △성원확인△서기단장 선출△보고안건△논의안건△결의안건 순으로 약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우리학교 재학생들을 구성원으로 각 단과대·학부별 좌석 구역이 배정됐고, 단대별 착석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자유석이 마련됐다. 성원 충족에 따른 정총 성사를 시작으로 논의된 안건은 △민주적 총장선출제도△학내 권력형 성폭력 근절△학사제도협의회 신설 및 학습권 보장△교육환경 개선 촉구 및 자치공간 공간권 보장이었다.
첫 번째로 ‘민주적 총장선출제도 촉구’는 지난해 정총에 이어 또 다시 안건으로 상정됐다. 현재 우리학교의 총장선출권은 직선제라는 이름하에 교수에게만 주어지고 있다. 이는 총장후보들이 공약에 있어 ‘교수연봉 인상’같은 일부 집단만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역효과를 일으켰다. 총장선출방식으로 비롯된 독단적 행정의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받았다. 이준화(서양어·프랑스어)씨는 민주적 총장선출제도 논의가 통과된 후 학생들과 교직원에게 총장투표권이 얼마나 할당 되는 지를 질의했다. 전병수 부총학생회장은 “다음 총장투표가 4년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그 전에 총장선출제도를 개선할 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며 “협의체가 만들어지면 관련한 요구안을 구체적으로 작성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덧붙여 안중헌 총학생회장은 “학교를 구성하는 교수진·학생·교직원 3주체가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각각의 투표권과 합리적 배분율을 요구할 예정이다”라고 답변했다.
두 번째 안건은 ‘학내 권력형 성폭력 근절을 위한 6대 요구안’이다. 미투 운동으로 우리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에는 피해자들의 고발이 잇따랐으며 우리학교 내 권력형 성폭력의 민낯이 드러났다. 총학생회는 이에 대한 학교의 미흡한 대처방식을 지적하며 △미투 운동으로 그 실상이 드러난 S·K교수파면△L교수 진상조사 진행 및 보고△성평등센터 내실화△교원 대상 성평등·성폭력 관련 교육 의무화 및 교원업적평가 반영△학내사건 징계위원회 학생참여 보장△피해자 연대 천명 및 사과를 담은 요구안을 발표했다. 서예슬(서양어·노어 17)씨는 “성폭력 근절을 위해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잘못된 편견을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제도적·행정적 조치 이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계획이 있는가”를 질문했다. 안중헌 학생회장은 “총학생회에서 학교 측에 성폭력 피해자와의 연대 및 보호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학교 학생사회 내 인권의식성장을 위해 총학생회 인권연대국은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격주에 한 번 씩 인권문제를 논하는 ‘인권을 푸르다’라는 카드뉴스를 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 번째 안건은 ‘학사제도협의회 신설 및 학습권 보장’이다. 2014년 김인철 총장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상대평가를 통보 및 적용했다. 학생들은 상대평가가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대학 교육의 본질을 흐린다고 지적했고 20-30명이 수강하는 소규모 어학강의가 대부분인 학내 교육환경과는 맞지 않는 제도라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토로해왔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우리학교 특성에 적합한 학사제도를 요구하는 바이다”라며 “성적평가방식에 있어 절대평가를 어학강의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학사제도협의회’ 마련을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학사제도협의회는 △교수△교직원△학생이 학사 관련 사항을 논의하는 회의체이다. 학사제도수립에 학생의 개입과 권리실현이 있다는 점,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학사제도협의회 설립은 의의를 지닌다.
마지막 안건은 ‘교육환경 개선 촉구 및 자치공간 공간권 보장 요구’이다. △학내건물 엘리베이터설치△자치공간 공간권 보장△도서관 신축에 따른 면학 공간 대안마련이 주된 내용이다. 엘리베이터 설치와 관련해 김기훈(서양어·프랑스어 14)씨는 “예전에도 엘리베이터 설치 관련 논의가 이뤄졌는데 학내 건물 낙후로 인해 설치가 어렵다고 들었다”며 구체적인 설치방안 모색의 결과를 물었다. 총학생회는 “낙후된 건물로 건물 내 엘리베이터 설치는 불가능하지만 외부 부착형 엘리베이터 설치는 가능하다”며 “행정지원처 면담을 통해 설치방법 및 예상비용 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올해 안 엘리베이터 공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답했다. 이 밖에 자치 공간 관련 제언사항으로 ‘남학생휴게실 설치’ 논의도 오갔다. 남학생휴게실 설치는 이번 총학생회의 공약으로 전병수 부총학생회장은 “남학생휴게실 설치는 이번 달 안으로 공간을 마련해 설치할 예정이다”고 답변했다.

◆총학생회, 지속적인 변화와 발전 약속

정총 성사를 위해선 학생들의 참여가 우선된다. 2013년도 하반기 정총 성사 이후 정족수 미달로 계속해서 무산됐던 정총이기에 이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다분했다. 우려의 시선 속에서도 2018년도 상반기 정총은 총학생회의 적극적 홍보와 학생들의 높은 참여의식으로 성황리에 개회됐다. 우리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 한 익명의 제보자는 “궂은 날씨에도 학생들이 끝까지 남아있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뽑은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정총을 끝까지 진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서 자랑스러웠다”며 “학교를 향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전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격려와 기대감을 표했다. 악화된 기상 상황에도 각 단대 학생회장과 단위대표자들이 우산을 대여해 지급했고 학생들은 담요, 비닐 등으로 비를 피하며 마지막 결의안건을 발표하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최현지(중국·중외통 17)씨는 “효력이 미미했던 지난해 정총과는 다른 모습에 감동받았다”며 “학생들이 문제라고 인식하는 안건들을 결의할 수 있어서 유의미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안중헌 총학생회장은 “그동안 거의 성사되지 못했던 정기학생총회를 956명이라는 높은 참여율로써 많은 관심 보여주신 학우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드린다”며 “정기총회가 열린 잔디광장까지 발걸음을 옮긴 수고를 이해하고 결의한 안건들을 반드시 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음을 무거운 마음으로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전병수 부총학생회장 역시 “비가 오는 악천후에도 학우 여러분들이 남아서 권리를 실현했다는 것은 하나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 느낀다”며 “변화의 바람, 당신에게 푸름이라는 기조가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유진 기자 96yujin@huf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