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정총은 정기 무산 총회다? 2017-12-21
정동민·홍주연 기자 | 95m52535@hufs.ac.kr 조회수 1756  댓글 0
 
지난 18일 오후 6시 반 서울캠퍼스 오바마홀에서 2017년 하반기 전체정기학생총회(이하 정총)가 진행됐다.
이번 정총은 총 학생 수 8219명의 10분의 1 이상인 813명이 참석해야 성사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 한참 못 미치는 459명의 학생만이 참석했고, 정총은 상반기에 이어 또 다시 무산됐다.

◆정기총회, 그게 뭔데?
학생총회는 본회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정기학생총회(이하 정총)는 매학기 1회에 한하여 매 학기 개시 후 50일 이내에 의장이 소집하는 총회다. 정총 출석 대상은 우리학교 학생 모두다. 개회의 선언은 본회 정회원의 10분의 1 이상이 출석했을 때 이뤄진다. 정기총회는 해당 단위 학생회의 최고 의결기구로서 본회의 활동 및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안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정총의 구성원은 해당 단위의 모든 재학생으로 구성되며 매학기 예산·결산 보고, 사업진행 보고, 보고안건, 논의안건을 진행한다.
이번 정총의 첫 번째 안건은 ‘입학금 폐지’였다. 2017년 현재 우리학교의 입학금은 99만 8000원 으로 전국 2위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그러나 그 쓰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 학생측은 금액 사용의 명확한 출처를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 안건은 ‘총장선출권 개혁’이었다. 학생 측은 현재 우리학교 총장선거가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잔디광장 앞 교내 게시판에 ‘교수, 직원, 학생 함께하는 총장선출제도 마련하라!’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그 외에도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 및 대표자 3인 징계 철회, 교내 안전 관리 체계, 외국인 등록금 인상, 송도 캠퍼스부지 현황 등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모두 학생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논의해 왔던 사안이었다. 그러나 14년도 성적평가방식 논란 당시 정총이 성사된 이후로 더 이상 정총 성사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 정기총회, 왜 중요한가?
정총이 성사되면 우리학교 학생들의 이름으로 공신력이 생기게 된다. 한편 정총이 성사되지 않으면 “참가인원 000명이 의결했다”라는 식으로만 표현할 수 있다. 즉 정총이 아니라 참여인원만큼의 소회의로 명칭이 바뀌는 것이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생회장 최재원(사회·미디어 16) 씨는 “정총이 성사되지 않으면 기능적인 시스템이라기보다 담론형성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고 하며 “정총이 성사되면 우리학교 학생회의 이름으로 의결된 안건들이 올라가게 된다. 그러면 임직원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고,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즉, 대표성을 가지는 의결이 되는 것이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인 학생으로서 그 권리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와 닿지 않을지라도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언젠간 피해가 있을 수 있다. 한 학기에 한번 정총에 참석해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학교에 어떤 요구를 해야 하는지 학생들이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이렇게 중요한 정총에 왜 참여하지 않는 것일까?

1. 어차피 안 열리잖아요
학생들에게 정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성사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정총을 가야할 이유를 못 느낀다고 답한다. 총회에 가도 정족수가 모이지 않기에 총회가 성사되지 않고, 의견의 효력도 없어진다. 매번 이런 현상이 반복되기 때문에 정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참석하지 않는 학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수빈(아시아언어문화·태국어17) 씨는 “정총이 학교에 의견을 전달하는 유일한 길이란 것은 알지만, 매번 정족수 부족으로 성사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참여해야하는지 고민이 많아진다.”며 “많은 학생들이 함께 참석해 총회가 효력이 생기길 바란다.” 고 전했다.

2. 단과대별로 앉기 부담스러워요
‘단과대별로 착석하는 시스템’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보다 편하게 인원수를 세기 위해 실시하는 방식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이 방식을 불편해하고 있다. 김(사회·행정 13) 씨는 “고학번임에도 모처럼 정총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단과대별로 착석하는 방식 때문에 참여를 망설이게 됐다”며 “오바마 홀에 들어갈 때 인원수를 세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어색한 과 동기, 선배 등 때문에 정총에 가기 꺼려진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에 따라 총학생회는 이번 정총부터 오바마홀 입구에서 단대별로 수 확인을 하고 입장한 후 단대별 구역이 아닌 자유구역으로 좌석을 나누어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방식을 실시했다.

3. 정총이 열리는 줄도 몰랐어요.
이번 정총의 문제점으로 언급 된 것 중 하나는 홍보의 부족이다. 이번 정총 홍보는 1주일 전부터 시작됐는데, 많은 학생이 개인적인 일정을 조정하기엔 너무 늦은 시기였다는 지적이다. 이에 개강 직후부터 정총의 날짜를 정해두고 꾸준한 홍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학생회칙 제 3장 1절에 따르면 정총은 개강 후 50일 이내에 개최해야 한다. 개강 전부터 정총 날짜를 확정지어 놓고 지속적으로 홍보한다면 보다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정총 홍보 중 하나였던 총학과 씨네21이 함께한 ‘칠성사이다 무료 나눔 프로모션’도 정총 당일 진행돼 제대로 된 홍보효과를 얻기에 너무 늦었다는 평이 많다. 이번 프로모션의 목적을 학생들의 정총 참여에 둔 만큼 보다 이른 시행이 필요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렇다면 보다 많은 학생의 참여를 유도할 대안으론 무엇이 있을까?

◆전통적 정기총회, 언제까지 고수할 건가요?
‘사전투표제’, ‘SNS 라이브’ 등이 정총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전투표제는 정총 개최기간 이전부터 총학생회 부스에서 안건에 대한 사전 투표를 진행하는 제도이다. 실제 정총과 같이 1인 1표 방식으로 사전 투표를 진행하고, 투표참여인 수가 전체 학생의 10분의 1 이상이 되면 정총을 성사시키자는 것이다. 위의 방식들을 통해 정총이 효력을 가지게 된다면 학생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고, 많은 학생들의 참여가 기대된다.
사전투표제가 학생들의 참석을 유도하기 위함이라면, ‘SNS 라이브 방송’ 등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SNS 라이브 방송은 총회가 열릴 때 SNS를 통해 진행상황을 학생들에게 생중계 해주는 방식이다. 지난 5월 FBS외대교육방송국은 비상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남한결 전 부비대위원장 질의응답을 생중계했다. 이에 많은 학생들이 해당 방송을 시청 했고,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회의 내용을 알 수 있게 됐다. 정총이 SNS를 통해 현장에서 생중계된다면 보다 많은 학생들이 현장에 참석하지 않고도 진행상황을 알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이처럼 모바일 정총과 라이브 방송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현장참여가 어려운 학생들이 정총 진행상황을 보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타난다. 정보화 시대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 풍토에 따라 전통적인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 시대에 맞춘 발전을 이뤄낸다면 졸업 전에는 정기총회가 성사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동민·홍주연 기자 95m52535@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