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개편, 난항 속 마주한 과제들

2021-04-03

김현익 기자 | 01hyuni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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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외국어계열 3개 단과대학 학제개편(이하 3단대 학제개편)에 대한 논의가 끝나지 않고 있다. 다수의 학생과 교수가 학제개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제개편을 계속 논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일부 학내 구성원은 향후 변화 없이 학제개편이 계속될 경우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에 △학제개편 진행 상황△개선해야 할 것들△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자.

◆ 학제개편, 진행 상황은?

지난달 22일, 김인철 우리학교 총장(이하 김 총장)은 전체교수회의에서 3단대 학제개편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향후 학과장회의 등을 통해 재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학교는 지난해 6월부터 논의했던 학제개편을 최종 2안으로 구체화했다. 1안은 단과대학(이하 단대)을 △국제지역문화대(국제지역대)△글로벌전략언어대(동유럽대)△통번역대로 나눈 개편안이다. 2안의 경우 단대를 아시아아프리카학대학(이하 AA대학)·유럽아메리카학대학(이하 EA대학)으로 지역별 개편한다. 지난달 8일, 김 총장은 학과장회의에서 2안 학제개편 진행을 통보했다.
다수의 학생은 학교의 일방적 통보에 반발했다. 특히 이번 학제개편으로 인해 학과 폐지 위기에 처한 통번역대학(이하 통대)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2안 학제개편에 반대를 표해왔다. 13대 통대 비상대책위원회 ‘다음’(이하 통대 비대위)이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두 번에 걸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6% 이상의 학생이 현행 학제 유지에 찬성표를 던졌다. 설문조사 후 통대 비대위와 해당 학과 학생대표자들은 학제개편 반대 입장문을 SNS에 게시했다. 글캠 총학생회 ‘온(ON)’(이하 총학 온)도 입장문과 대자보를 통해 학제개편에 반대했다. 이에 지난달 16일 학생대표자와 학제개편추진위원회(이하 CRC) 위원장인 우리학교 부총장과의 면담이 진행됐다. 하지만 면담에서 학생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많은 교수진 또한 이번 학제개편에 반대했다. 지난해 CRC가 실시한 학제개편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의 어문계열 교수가 1안에 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10일 진행된 공청회에서 통대 교수들은 2안 학제개편을 시행하겠단 학교 측에 철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는 학제개편 진행 의사를 굽히지 않았으며 최종 통보까지 학제개편의 당위성과 방향성을 전달하지 않았다. 이에 21명의 교수는 성명문을 통해 학제개편 반대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학제개편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 학제개편, 논의 이전 돌아봐야 할 것은?

학제개편에 앞서 학교 측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학교의 선결정 후통보 방식 재고와 단대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립이다. 먼저 학제개편을 논하는 소통방식에 대한 갈등은 이전에도 발생했다. 레지덴셜 칼리지(이하 R·C) 시행과 융합인재대학(이하 융인대) 신설 당시 논란이 그 예다. 2019년 4월에 열린 개교기념식 행사에서 김 총장은 지난해 1학기부터 R·C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진행한 학생 설문조사에서 80%의 반대의견이 나왔지만 R·C 프로그램은 시행됐다. 융인대 신설 당시에도 이전 글캠 총학 ‘더 본(The 본)’과 일부 교수들은 융인대 신설이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결정이라 비판했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융인대 신설을 강행했다. 결국 융인대 신설로 인해 신입생 모집인원이 축소된 통대는 수업 감축을 겪었고 불가피하게 교육과정을 재조정했다. 이에 신채민(통번역·마인어17) 마인어통번역학과 학생회장은 “이전 결정방식을 고수한 채 독단적 학제개편을 재추진한다면 같은 충돌을 되풀이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학제개편에 대한 기준 설립과 명분 부재도 논의해봐야 한다. 교수 성명문에 따르면 우리학교가 추진하고 있는 2안의 AA대학은 2008년 국지대·통대를 설립하기 위해 폐지된 아시아-아프리카대학과 흡사하다. 또한 EA대학은 2007년 폐지한 서유럽학대학과 동유럽학대학을 합쳐놓은 결과물에 불과해 교수들은 시대착오적 학제개편이라며 반발했다. 통대를 폐지하고 내세운 2안 단대의 교육과정은 어문학과 지역학을 합친 교육과정으로 서울캠퍼스 어문계열 학과의 교육과정과 흡사하다. 이는 통대의 특수성을 없애고 양캠퍼스의 이원화에도 상충하는 문제다.
이에 우리학교 측은 AI 시대 도래로 인한 통번역 및 외국어 전공자 수요 감소를 학제개편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총학과 통대 비대위는 입시 결과 등의 증명된 수치를 요구했으나 학교는 이를 거절했고 교수들이 요구한 AI 시대 관련 구체적 개편과정 또한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정상철 우리학교 일본어통번역학과 교수(이하 정 교수)는 내실 있는 교육과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교수는 성공적인 학제개편을 위한 제안으로 학교의 우선적 투자를 꼽았다. 학교의 투자가 △문화△어문△지역학 중 학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실효성 있는 학제개편을 이끌어낼 수 있단 것이다. 또한 이상엽 우리학교 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 교수는 학제개편 과정에서 학문의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 존중을 강조했다. 특히 타 대학과 차별성을 지닌 통대의 △소규모정원△언어중심△해외실습을 EA대학과 AA대학으로 묶어 한 단대에 15개 이상 학과를 포함하는 것은 졸속행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대의 전문화된 교육과정에 공과대학 등의 이중전공을 더한다면 충분한 차별성을 가질 것이라 말했다.

◆ 학제개편, 학내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대학 경쟁력 차원에서 시대에 맞는 학제개편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성균관대학교는 기존 통합캠퍼스를 이원화하는 과정에서 캠퍼스를 인문사회과학캠퍼스와 자연과학캠퍼스로 분류했다. 자연과학캠퍼스에 글로벌융합학부를 신설해 이원화에 차별점을 두었다. 또한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 캠퍼스는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을 신설하고 취업 연계 장려금과 해외 취업 지원을 통해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학제개편을 이뤄냈다.
이처럼 성공적인 학제개편을 위해선 학내 구성원의 요구를 수용한 학교 발전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김 총장은 신년사에서 대학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선도적 학제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 간 경쟁 심화△포스트 코로나 시대△4차산업혁명 등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방안 강구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3단대 학제개편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학제개편을 위한 명확한 기준 설립과 양방향의 소통이 없다면 학내 구성원 모두를 설득할 수 없다.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학교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모두가 합심해 학제개편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김현익 기자 01hyunik@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