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방식 전환, 소통의 ‘스위치(Switch)’를 켜야할 때

2020-11-10

이준성 기자 | 100leejs@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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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 9월 29일, 우리학교 양캠퍼스 교무처(이하 양캠 교무처)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Switch 1 On’ (이하 스위치 온) 시행을 공지했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양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양캠 총학)는 학생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 ‘새벽으로부터’(이하 설캠 총학)는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 ‘더 본(The 본)’(이하 글캠 총학) 또한 글캠에서 설캠까지 행진하며 상황을 중계했다. ‘스위치 온’ 제도에 대한 우리학교 구성원 의견을 들어보고, 갈등상황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해보자.

◆ 수업 방식을 두고 벌어진 학교와 학생 간의 갈등

지난 9월 29일, 양캠 교무처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학기 7주차부터 스위치 온 방식이 적용됨을 공지했다. 스위치 온이란 수강생 13명 이상 50명 이하 강의 중 학기 초 고지된 강의에 한 해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해당 강의 수강생은 학번 끝자리 숫자 홀짝에 따라 격주로 등교하게 된다. △수강생 12명 이하 전공 강의△수강생 20명 이하 회화 강의△수강생 30명 이하 실험·실습 강의는 전면 대면으로 진행된다. 다만 수강생 수 50명 이상 강의는 전면 비대면으로 실시된다. 이후 양캠 교무처는 공지를 수정해 이번 학기 7·8주 차를 스위치 온 자율운영기간으로 삼고, 9주 차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임을 알렸다.
양캠 총학은 △공지사항 불이행△논의 과정에서의 총학 배제△동시 송출 장비의 미비△시행 목적의 불순 등을 이유로 스위치 온에 반대했다. 또한 “수업 방식 문제는 학생 학습권과 직결돼있는 만큼 총학 의견을 적극 반영해 결정해야 된다”는 요지를 담은 성명문을 각각 지난달 3일과 10일에 발표했다.
지난 8월 3일, 우리학교 교무처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2주간 국내지역 확진자 수가 일일 평균 25명 이상 50명 미만일 때 또는 총 확진자 수가 50명 이상 100명 이하일 때’ 스위치 온을 시행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설캠 총학은 2주간 평균 확진자가 80명을 웃도는 상황에서의 스위치 온 시작을 지적했다. 이 결정이 학교 측 기존 공지에 어긋난단 것이다. 지난달 12일, 글캠 총학은 자체 전수 조사 결과 카메라나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등의 송출 장비 미비를 확인했으며 디지털서비스팀에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했다.
지난달 5일, 설캠 총학은 김인철 우리학교 총장(이하 김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이틀간 총장실 앞 밤샘 대기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원하는 결론에 다다르지 못하자 지난달 7일부터 27일까지 21일간 설캠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지난달 12일, 글캠 총학은 수업 방식 결정 과정에 학생 의견 반영을 요구하며 우리학교 글캠에서 설캠까지 약 44km의 거리를 행진했다. 이 과정 중 일부는 SNS를 통해 공유됐다. 하루 뒤인 지난달 13일, 설캠에 도착한 박장원(자연·화학 17) 글캠 총학생회장(이하 박 회장)은 김나현(서양어·프랑스어 15) 설캠 총학생회장(이하 김 회장)과 함께 ‘스위치 온 공동 결의 연설’을 진행했다.

◆ 학교 측의 입장

지난달 26일, 김 총장은 전체 재학생에게 이메일 서신을 보냈다. 김 총장은 서신을 통해 “양캠 총학의 지적을 수용해 송출 장비를 점검하고 교수진에게 수업 진행 매뉴얼을 배포했다”며 스위치 온 시행 경험이 교육방식 혁신의 계기가 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스위치 온은 이번 해 6월 중순부터 학교 집행부에서 많은 논의 끝에 결정된 수업 방식이다. 나민구 설캠 교무처장(이하 나 처장)에 따르면 교무위원회는 △출석이 여의치 않은 학생의 수업권△학생 안전△학업성취도 등을 다방면으로 고려해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의 탄력적 병행을 결정했다. 더불어 학교 본부가 기존 공지사항을 불이행했단 총학 측 지적은 공지내용 해석에서 비롯된 차이라고 설명했다. 나 처장은 “기존 공지에서도 총 확진자 수가 50명 이상 100명 이하일 경우 스위치 온 시행을 명시하고 있다”며 “양캠 총학의 의견을 수용해 교수·학생이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는 2주간의 자율운영기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용애 글캠 교무처장(이하 김 처장)은 매끄러운 수업진행을 위해 스위치 온 수업 진행 메뉴얼을 만들어 교수진에게 배포했다. 또한 수업 도우미를 선발·배치해 수업 중 발생한 문제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김 처장은 “학교 본부에서도 긴 시간 철저히 대비해왔으므로 학생들이 지레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캠 교무처장은 모두 동시 송출 시스템을 재차 점검해 일부 강의실의 연결 문제나 음향울림 현상 등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김 총장은 설캠 총학의 노숙농성 캠프를 찾았다. 제성훈 설캠 학생인재개발처장(이하 제 처장)은 김 총장이 캠프에 방문해 학사 관리에 있어 학생 의견의 적극적 반영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제 처장은 양캠 총학의 문제제기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절충점을 제시해야 하는 학교의 입장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 처장에 따르면 학교 집행부는 수업방식 변경을 최소화해 학생 혼란을 막기로 합의했다. 또한 추가적인 수업방식 변경이 있더라도 학생 대표자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다만 학생의 학교 집행부 회의 참여에 대해 내규상 회의 구성원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 “총장이 총학생회와 적극적인 대화를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 총장과 갑작스러운 만남을 요구하는 것은 곤란한 경우가 있다”며 “어려운 시간인만큼 서로 날을 세우기보단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총학의 스위치 온 반대 투쟁

지난달 27일, 설캠 총학의 노숙농성 해단식에서 총학회장단과 각 단과대학 대표자는 학교 집행부 규탄 연설을 진행했다. 해당 연설은 학생 대표자 의견을 듣지 않는 학교 집행부 태도를 지적하며 후생 적자를 메꾸기 위해 스위치 온이 시행됐단 주장을 담고 있다. 김 회장은 스위치 온 본격적인 시행과 구성원 건강 악화로 인해 노숙농성을 종료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우리학교 집행부는 학생 의견을 참고용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학교 집행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구하기 위해 노숙농성에 돌입했으나 총장의 서신을 포함한 학교의 대처는 여전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스위치 온 자율운영기간 동안 수집된 여러 피해 사례를 제시하며 현재 학교 인프라로 동시 송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번 의제와 등록금심의위원회 투쟁·총장선출권 문제 간의 연결고리를 설명하며 학교 집행부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투쟁할 의지를 비쳤다.
박 회장은 글캠의 위치를 언급하며 앞서 자율운영기간으로 주어진 2주가 학생이 거처를 정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글캠 총학이 지난달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 ‘스위치 온 재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80%의 학생이 스위치 온 시행에 반대한다. 박 회장은 “학교의 고질적인 ‘총학 패싱’ 문제로 인해 중요한 논의조차 뒤늦게 전달받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설캠 총학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유동적인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나아가야 할 방향

김나연(사회·미디어 19) 씨는 스위치 온에 의한 강의질 저하나 통학문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학교에서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교와 학생 간의 소통 부족 문제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터져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장서영(동유럽·세크어 20) 씨는 “양캠 총학의 고군분투에 마음이 아팠다”며 “학교가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일어나지 않아도 됐을 일이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설캠의 A 교수는 스위치 온 방식의 수업을 처음 진행한 후 학생과의 토론 과정에서 마이크 사용에 불편함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A 교수는 결국 학생과 교수가 서로 양보하며 익숙해져야 하는 문제라고 얘기했다.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길어지며 모두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취재에 응한 모든 학내 구성원은 이런 갈등의 원인으로 소통의 부재를 지목했다. 학교와 학생 모두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건설적인 합의점을 도출해내야 할 때다.

이준성 기자 100leejs@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