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인재대학 신설, 엇갈리는 기대와 우려

2020-06-04

이현지 기자 | 100hyunzi@hufs.ac.kr

조회수 519 댓글 0

이번 달 12일, 김인철 우리학교 총장(이하 김 총장)은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에 융합인재대학(이하 융인대)을 신설하기 위한 학칙 개정을 공포했다. 융인대는 글캠의 특성화를 위한 단과대학으로 미래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전략적인 융합 교육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학생 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융인대를 계획하는 과정에 학생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단 이유에서다. 융인대 신설 과정에서 학교와 학생 간의 갈등은 어떻게 전개됐는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융합인재대학이란 무엇인가

다음 해부터 설립되는 융인대는 글캠 내 단과대학이다. 융인대는 기존 외국어교육 단과대학과의 차별화를 도모하기 위한 실무적 융합 교육 실시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기존 학과 단위 교육이 아닌 5개의 모듈* 위주로 교육할 예정이다. 이 5개의 모듈은 △ICT&AI△국제전략△글로벌 통번역△콘텐츠 이노베이션△혁신경영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아랍어△영어△이탈리아어△중국어로 구성된 글로벌 통번역 모듈을 의무적으로 이수한 후 나머지 4개의 모듈 중 2개를 선택해 이수하도록 한다. 이런 융합적 커리큘럼을 통해 △공연전시 기획 전문가△국제기구·NGO 전문가△영어·아랍어 의료 산업 전문가 또는 통번역사△영화 영상산업 통번역 전문가△의료 관광 통역 코디네이터△이슬람 금융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한다.
융인대는 기존 통번역대학의 △아랍어통번역학과△영어통번역학부△이탈리아통번역학과△중국어통번역학과와 인문대학의 지식콘텐츠학부 일부 정원을 이동시켜 총 104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아랍어통번역학과는 기존 정원이었던 45명의 전원 이동으로 다음 해부터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영어통번역학부는 △영미권통상통번역전공△영어통번역심화전공△TESOL영어학전공△영미문학번역전공 총 4개의 세부 전공 중 영미권통상통번역전공과 영어통번역심화전공이 융인대로 이동한다. 이탈리아통번역학과와 중국어통번역학과에선 각각 10명, 5명이 융인대로 이동한다. 그리고 지식콘텐츠학부는 입학정원 16명 중 융인대로 이동하는 4명을 제외한 12명을 인문대학의 각 학과에 4명씩 배정하기로 했고 다음 해부터는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이번 달 6일, 정호정 통번역대학장은 글캠 영어통번역학부 세부전공 영어통번역학심화전공 개강총회(이하 통심 개총)에서 “글캠의 입시 결과 상승과 상경·이공계 지식 욕구 충족을 위해 융인대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학력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부터 글캠의 신입생이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경쟁력 있는 단과대를 신설하고자 했다”고 답해 융인대 신설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융인대 신설을 둘러싼 논의와 학교의 반응은 어떨까

융인대 신설에 대해 학생 대부분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아랍어통번역학과 학생회△영어통번역학과 비상대책위원회△지식콘텐츠학부 학생회에서 시행한 융인대 신설 건에 대한 의견 조사에서 각각 △95%△95.7%△88.5%의 응답자가 융인대 신설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글캠 총학생회 ‘더 본(The 본)’(이하 글캠 총학)은 융인대의 가안이 나온 시점에 △교원 미정과 부족△충분한 논의 없는 빠른 진행△해당 학과에 대한 후속 조치 미비 등의 문제점을 근거로 들며 비판했다. 더불어 △관련 학과에 대한 후속 조치 마련△단과대학 명칭과 정원 이동 인원 확정△학생대표자와의 논의와 그에 관한 보고를 학교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달 8일, 학교는 교무위원회와 전체교수협의회 회의에서 융인대 신설 논의 및 의결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에 같은 날 융인대 관련 단위 대표자 일동을 포함한 60여 명은 서울캠퍼스 스마트도서관 앞에서 융인대 학칙개정 의결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한편 김 총장은 글캠 총학생회장단과의 면담에서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실수지만 절차가 누락됐다 해서 재진행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또한 “융인대와 관련한 두 차례의 법적 자문 결과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답하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글캠 총학 측은 융인대 신설 의결의 절차 자체를 지적했다. 융인대 신설 결정 권한을 가진 학교의 심의 의결기구는 전체교수회와 단과대학교수회뿐이기에 다른 부서의 의견과 논의는 융인대 신설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단 것이다.
일부 교수도 융인대 신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영어통번역학부 융합산업대학 비참여교수 7인은 입장문을 통해 융인대 출범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강제 정원 조정 통보△거취 문제 해결 방안 미제시△융인대 출범 통보△입시 조정 및 학제 개편에 대한 후속 조치 미제시△정원 분할 합의 강요△충분한 논의 시간 비허용을 들며 융인대 신설은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결정이라 주장했다. 또한 융인대로 일부 정원이 이동하는 다른 단과대학에선 교수 정원을 강제 각출하지 않았으나 어문계열 학과에서만 이를 요구한 점도 지적했다. 즉 융인대 신설을 위한 학교의 행위는 교수의 교권과 학생의 수업권을 모두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어 다음 해에 융인대 신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학교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달 12일, 학교 측은 학생과 일부 교수의 계속된 주장에도 융인대 신설을 확정했다. 융인대 신설이 결정되자 학생 측은 △교원 이동으로 인한 수업 질 하락△해당 과들의 재학생 후속 조치 부족△커리큘럼 미비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이번 달 19일, 외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윤수 우리학교 기획조정처 전략기획팀 담당자(이하 김 전략기획팀 담당자)는 해당 요구에 대해 응답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교원 이동으로 인한 수업 질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수의 소속은 변경하지만 기존 교수의 담당 수업은 병행 조치한다. 만약 일부 학과에서 병행이 안 되는 수업이 생길 시 학교 측에서 교·강사를 충원할 계획이다. 또한 해당 과의 재학생 후속 조치에 대해선 이번 해까지 입학한 학생의 소속은 변경되지 않고 기존 소속이 유지될 것이라 답했다. 이어 아랍통번역학과나 지식콘텐츠학부의 경우엔 융인대에서 그 과의 특성과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개설되면 해당 과 기존 재학생도 이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임을 밝혔다. 그러나 모든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 덧붙였다. 커리큘럼 미비에 대해서도 “아직 융인대 커리큘럼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이 나오진 않았지만 기존 교수들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으므로 파행적으로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고 답했다. 한편 일부 교수의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교수들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반면 융인대 신설에 대한 긍정적 입장도 존재했다. 지식콘텐츠학부 학생회가 실시한 융인대 신설 관련 의견 조사에서 융인대 신설에 찬성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7.7%는 △글캠 특성화를 통한 서울캠퍼스와의 경쟁력 차별화△외국어계열학과 경쟁력 약화의 선제적 대응△창의융합인재 양성을 이유로 들었다. 마승혜 영어통번역학전공 조교수는 통심 개총에서 “나 역시 새로운 변화가 두렵고 학생의 걱정도 이해가 가지만 사회적 흐름에 맞춰 가야 한다”며 “인구 감소나 디지털화로 문과대 경쟁력이 감소해 융인대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라고 그 당위성을 강조했다.

◆과거 학과 통폐합 갈등, 융인대는 어디로

2009년에 신설됐던 우리학교 자유전공학부는 2013년도 LD학부 신설로 인해 5년 만에 폐지가 결정됐다. 이와 같은 조치에 당시 자유전공학부 재학생은 강력히 반대했다. 재학생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처사다”라며 본관에서 반대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해당 조치는 신입생이 입학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했기에 더욱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결국 자유전공학부는 폐지됐으며 해당 학과 학생의 소속은 LD학부로 변경됐다. 학교 측에선 기존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그대로 유지해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했으며 졸업생에게도 폐지 이전의 ‘사회과학학사’ 학위를 부여했다. 이처럼 이전에도 학부 폐지 과정에서 학생과 학교 간 불화가 발생한 바 있다. 그 이후 LD학부는 국내 유일의 외교관 양성 맞춤 교육을 시행하는 학부로 자리 잡아 입시전형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2012년에 영어대학에서 △영문학과△영어통번역학과△영어학과 3개로 나뉘었던 학과가 영어대학 내 영어학부란 단일 전공으로 통폐합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전공 통합은 2014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됐다. 영어대학 재학생은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학교의 행정 조치에 반발해 본관 앞에서 공부하는 일명 ‘공부 시위’를 진행하고 대자보를 붙이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런 재학생의 부정적 반응에 학교 측은 학생과 협의해 진행하겠단 뜻을 밝혔다. 하지만 결국 2013년에 영어대학 내 전공들은 영어학부로 통합됐다. 이후 2015년에 영어학부는 다시 폐지되고 △영어학과△영미문학문화학과△EICC학과 체제로 변화했다.
이전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의 갈등은 지속해서 발생해왔다. 융인대 신설 역시 확정됐음에도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는 크다. 이에 김 전략기획팀 담당자는 “융인대 신설이 빠른 시일 안에 진행되다 보니 학생 입장에선 논의가 부족했다고 느낄 수 있다”며 학생 의견에 공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는 학칙개정이 완료된 상황이기에 앞으로 후속 조치를 논의할 땐 최대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달 14일, △글캠 총학생회장△아랍어통번역학과 학생회장△영어통번역학부 비상대책위원장△지식콘텐츠학부 학생회장은 융인대 후속 조치에 있어 학생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 학생 측은 △교내 모든 장학금 유지 보장△소속 이동을 위한 전과 예외 규정 준비△커리큘럼 존속 보장△학생 대표자 9인을 포함한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으며 학교 측은 이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학교와 학생 간 이견 조율을 통한 융인대의 앞으로의 향방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모듈: 교과목 단위

이현지 기자 100hyunz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