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원격강의 시행, 혼란 속 해결책을 찾아 나선 우리학교

2020-03-29

김미정 기자 | 100kimmiju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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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교육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한 대응책으로 대학에 4주 이내 개강 연기를 권고했다. 이에 각 대학은 개강을 연기하고 개강 후엔 일정 기간 동안 원격강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학교 또한 개강일자를 3월 2일에서 3월 16일로 연기하고 2주간 비대면 강의 진행을 결정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온라인 강의를 2주 더 연장한 상태다. 현재 우리학교를 비롯한 각 대학은 전례 없는 비대면 원격강의 시스템을 도입하며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강의 시스템△원격강의의 문제점△학생 의견△총학과 학교의 대처 등을 살펴보자.

◆코로나19로 인해 도입된 원격강의 시스템

우리학교의 모든 원격강의는 정해진 강의시간표에 따라 진행되며 매 수업 출석여부 확인을 원칙으로 한다. 교육부가 제시한 일반대학 원격수업 운영기준에 따라 원격수업 강의의 출석은 본래 수업 시수 1시간당 25분 이상 재생돼야 인정된다. 학사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는 홈페이지에 전자출결 방식 메뉴얼을 비롯한 원격강의 지침을 게시했다. 원격강의 출결 관리는 △e-Class 출석 메뉴 활용△e-Class 강의 자료실 다운로드 여부 확인△e-Class 온라인강의실 학습 이력 확인△‘Webex’ 실시간 원격수업 프로그램의 QR 코드 인식을 통해 이뤄진다. 모바일로 Webex 수강시엔 QR 코드를 사용한 전자출결이 불가하다. 해당 과목 교수의 선택에 따라 출결 방식이 정해지기 때문에 수업마다 개별적으로 공지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원격강의는 e-Class와 실시간 원격수업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e-Class는 음성강의 및 강의 자료를 올리거나 유튜브에 게재된 강의 동영상 링크를 e-Class 온라인강의란에 연결해 놓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실시간 원격강의는 Webex 등의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통일된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이 없어 이 역시 해당 과목 교수의 안내를 따라야 한다. Webex 이외에 △Zoom△K-MOOC△Google-Classroom 등을 통해서도 수업이 가능하다.

◆원격강의가 초래한 문제점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2주간 비대면으로 원격강의를 진행하게 되며 시스템 활용에 대한 혼란이 빚어졌고 이로 인한 문제가 다수 제기되고 있다. 우리학교 원격강의 시스템에 대해 안지현(상경·국통 19) 씨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일된 방법으로 원격강의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교수님마다 진행방식이 달라 번거롭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통일되지 않은 수업방식뿐만 아니라 기존의 대면수업과는 다른 출결 방식 또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보미(상경·국통 19) 씨는 “실시간 원격강의의 경우 전자출결이 활용되는데 출결 확인이 제대로 될지 불안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갑작스런 원격강의 체제 도입은 수업을 진행하는 교강사도 불편을 겪게 했다. 이상해 미네르바 교양 대학 교수는 “조금이라도 학생과 소통하기 위해 실시간 원격강의를 택해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차선책일 뿐 강의는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소통하며 이뤄져야 한다”고 원활하지 못한 소통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정영권 세계문화예술경영 전공 교수는 “강의 동영상과 자료가 온라인으로 배포되는 만큼 불법 유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번 달 16일, 원격강의 체제로 인한 우려 중 일부는 현실로 다가왔다. 실시간 원격강의 수강과 과제 확인을 위해 한 번에 많은 학생이 몰리면서 우리학교 e-Class 서버가 마비돼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다. 서버 자체에 접근이 불가하거나 접속이 지연되며 정해진 시간 안에 출결 확인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e-Class에 접속되더라도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수강 도중 연결이 끊기는 등 서버가 매끄럽게 작동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강의의 음질과 같은 기술적 문제로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처럼 원격강의 기기에 대한 문제와 비대면 원격강의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고려대학교△서울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한양대학교에서도 온라인 강의 사이트 접속 장애가 동일하게 발생했다.
온라인 원격강의는 비대면으로 진행된단 점에서 실습과 실험수업이 필요한 학생은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학교의 경우 실험을 필요로 하는 이공계열 단과대와 실습을 해야 하는 어문학과 및 통번역대학 학생들의 피해가 크다. 정규연(아시아·몽골어 19) 씨는 “발음 교정을 비롯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인 전공어 실습과 회화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돼 교수님과의 소통이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른 학교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화여자대학교 엘텍공학대학 식품공학과에 재학 중인 J 씨는 “이론만 배우는 것과 실험에 적용하는 것엔 큰 차이가 있어 실험과 실습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된단 것은 큰 손해”란 입장을 밝혔다. 이어 “불가피하게 온라인강의로 대체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향후 대면 수업 진행 가능성이 불확실한 만큼 실험에 쓰이는 △기구△시료△실험실 운영비 등에 대한 등록금은 반환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도입된 원격강의 체제는 △각 대학 본부△교수△학생에게 불편을 초래했다. 각 대학 본부는 사태에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자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교수는 원활하지 못한 수업으로 강의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학생은 △통일되지 않은 원격강의 방식△기술적 결함△실험 실습 대체 불가△일부 수업의 부실한 강의계획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제에 대한 학생 의견

원격강의 시행으로 인한 문제점은 학생의 수업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이번 달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외대학보가 우리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원격강의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96.1%에 달했다. 이어 원격강의로 인한 피해 해결책 중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엔 ‘등록금 일부 반환’이 91.5%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방학 중 실질 학기 운영△원격강의방식 통일△절대평가 도입△교수들에게 원격강의 장비 제공△학교의 빠른 행정처리 등의 요구가 나왔다. 이처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실험·실습 수업의 한계△학교 시설 이용 불가△수업 일수 단축 등이 그 이유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게시된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 참여 인원은 19일 기준 9만 명을 돌파했다. 등록금 일부 반환에 대해 현재 우리학교를 포함한 각 대학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에서 일괄 입장을 정하기 어렵다”며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고등교육법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이하 대학 등록금 규칙) 제3조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등록금의 납입이 곤란하다고 인정될 땐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 더불어 제6조 4항에 의거하면 본인의 질병ㆍ사망 또는 천재지변이나 그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해당 학교에 입학을 하지 않게 되거나 학업을 계속하지 않게 된 경우 등록금 일부를 반환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학교의 개강 연기 기간은 2주에 그쳤고 이후 온라인 강의를 실시했기 때문에 수업 일수 단축으로 인한 등록금 인하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학과 학교의 대처

이번 달 11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 대응 대학가 대책 마련 촉구 전대넷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대학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안일하게 대처한 교육부와 대학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했다. 이날 김나현(서양어·프랑스어 15)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또한 참여했다. 기자회견 이후엔 이해지 전대넷 공동 의장 및 집행위원장이 △등록금 반환조치△수업의 질△학생 소통보장의 내용을 담은 학생 요구안을 청와대 교육비서관실로 전달했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 ‘The 본(이하 글캠 총학)’은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번 달 4일부터 9일까지 총 6일간 ‘대학 대응에 대한 인식 조사 및 등록금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현재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새벽으로부터(이하 설캠 총학)’는 원격강의 피해사례 조사를 시행 중이다.
양 캠퍼스 총학은 이번 달 16일에 발생했던 e-Class 접속 장애에 대해 관련 부처의 조속한 문제해결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우리학교 정보지원처는 e-Class 서버를 통한 파일 업로드와 다운로드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이후 음성강의 및 자료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공지했다. 교무처에선 교수에게 1주차 수업에 한해 △퀴즈△질의응답△과제물 등으로 학습 이력을 체크하되 출석을 성적에 반영하진 않도록 요청했음을 알렸다. 이번 달 9일, 학종지는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원격수업 질 관리와 원활한 운영을 위해 ‘원격수업 운영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설캠 총학은 “현재 원격수업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 중이다”며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원격수업 질 향상을 위한 여러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양 캠퍼스 학생대표를 원격수업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원격수업 운영위원회는 소집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이번 달 17일, 교육부는 전국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을 이번 달 23일에서 다음 달 6일로 연기했다. 이후 이번 달 20일, 우리학교 또한 기존 3월 27일까지였던 원격강의를 4월 10일까지 2주 더 연장했다. 이는 학교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전달됐다. 동시에 재학생에게 발송된 공지 메일에선 원활한 원격강의 진행을 위해 시스템 보완 및 교수학습 지원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시시각각 변동하는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리학교의 원격수업 기간은 총 4주가 됐다. 우리학교뿐만 아니라 각 대학은 상황에 따라 온라인 강의 일정을 유동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서강대학교△연세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중앙대학교 등은 온라인 강의를 2주 더 연장했다. 지난 13일, 카이스트는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무기한 시행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유니스트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대체했다. 이 외에 △광운대학교△서울여자대학교△세종대학교△성균관대학교 또한 온라인 강의 한 학기 전면 실시를 검토 중이다. 현재 코로나19의 종식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향후 조치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김미정 기자 100kimmij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