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총학생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04-11

김지수 기자 | 97didu@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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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제52대 총학생회장단(이하 총학) ‘푸름’의 임기가 만료됐다. 그러나 푸름의 뒤를 이을 총학 후보자는 없었고 선 거를 치르지 못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학생 자치를 대표하는 총학의 부재는 비단 우리학교 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심화한 대학의 탈정치화로 대학 총학은 근본적인 존재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학생 사회에 닥친 냉혹한 현실에 밀려 사실상 대의기구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학가 학생 자치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어 우리학교 비대위의 과거 사건들과 구성과정을 알아본 뒤 비대위 대표 측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총학의 현주소
최근 실시된 한국일보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내 4년제 대학 35개교 가운데 8개교(22.85%), 즉 네 곳 중 한 곳 은 총학 없이 새로운 학기를 맞이했다. 이처럼 학생 사 회의 조직 참여도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현재 수도 권 대학 중 총학이 구성되지 않은 학교는 우리학교를 포함해 △서강대△서울교대△서울과기대△연세대△ 한양대 등이 있다.
한편 전남대학교의 경우 총학 선거가 번번이 무산돼 단과대장과 총동아리연합회장 등이 중앙운영위원회 를 구성해 총학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중앙운영위원 회는 지난달 6일 재보궐선거에 대한 의제를 다뤘으나 정족수 미달로 성사되지 못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총학 사무실엔 ‘업무 정지’ 푯말이 붙어있는 등 사실상 학생 자치가 방치 수준에 이르렀다.
충북대학교는 지난해 11월 총학 선거를 치렀다. 그 러나 단독후보로 나선 ‘시너지’팀 득표율이 전체 투표 율 72.10%의 과반을 넘기지 못해 낙선했다. 같은 해 재선거를 위해 입후보 등록을 받았으나 후보가 한 팀 도 없어 결국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 보궐선거엔 ‘시 너지’팀이 또다시 단독후보로 나섰고 투표 결과 과반 수의 동의를 얻어 이달 4일 정식 출범한다.
이에 우리학교 학생들의 생각은 어떤지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봤다. 총학 임기 만료와 비대위 설립 사실에 대해 설문 참여 학생 중 54.8%는 ‘알고 있다’고 응답했 으며 나머지 45.2%는 ‘모른다’고 답했다. 총학과 비대 위의 차이를 모르는 학생 역시 74.2%를 차지했다. 총 학 활동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로는 학업(38.7%)이 제일 많았으며 △기타(32.3%)△총학 측의 홍보 부족 (25.8%)△취업 준비(3.2%)가 뒤를 이었다. 기타 사유 로는 ‘표면적으로 느껴지는 결과가 없음’,‘학내·외 언 론의 학생회 관련 보도 부족’ 등을 꼽았다. 그러나 총 학의 필요성에 대해선 ‘필요하다’는 의견이 74.2%로 압도적이었다. 그 외 ‘상관없다’는 22.6%, ‘필요없다’는 3.2%를 차지했다.

◆위기의 총학, 그들이 사라지는 이유
이처럼 오늘날 학내에선 학생 자치가 살아남기 어려 운 실정이다. 이에 대학가에서 학생회가 사라지는 근 본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학생들이 학생 자치가 필요 하다고 생각함에도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재묵 우리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이재묵 우리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우선 최근 대학 내에서 학생들끼리 공통된 학내 안건 을 얘기하는 분위기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또 학생 들 사이에 개인주의가 만연합니다. 따라서 조직 형성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학생회와 학생 들 요구 사이의 간극 역시 장애 요인이 됩니다.
흔히 말하는 ‘먹고사니즘’, 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요 하다는 생각 역시 총학생회 부재 요인이라고 볼 수 있 습니다. 오늘날엔 조직 구성 및 활동보다 자기 계발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취업 시 학생 자치 활동 이 장점이 됐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학생 자치 활동을 통한 실질적인 이익이 많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사회 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 습니다. 대학 내에 신자유주의 경쟁 바람이 불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 우리학교 총학은 △축제△클럽 무료입장△간 식 사업 등 여러 행사를 통해서 학생 복지에 힘썼습니 다. 그러나 이처럼 학생회 자체가 복지에만 집중하다 보니 본연의 색깔이 희석된 면이 있습니다. 학생회비 를 복지에 그대로 전달하는 단순한 전달자 역할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높은 만족도와 효 과를 거둘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은 아닙니다. 학생회조직역량에대한의문역시제기될수있습 니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당성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교수협의회△노동조합△타학 교 학생회 등 다른 외부 기구와 연대해 조직력과 정치 력을 키워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연대는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총학은 학내 안건에만 국한돼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처럼 파편화되고 단편화된 총학 생회는 결국 협상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총학이 펼쳤던 단발적 일인 시위가 효과를 거두 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선범(서양어·포르투갈어 17) 비상대책위원장 :
총학이 들어서지 못한 이유는 선거가 무산됐기 때문 입니다. 후보자가 나오지 않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 습니다. 그러나 학생 자치를 하면서 떠안아야 할 책임 이 크기 때문에 학우 여러분들이 학생 대표자 역할을 꺼리지 않나 싶습니다.
또 시대적인 흐름에 비춰볼 때 학생들은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학생 자치 활 동을 하는 동안 개인적인 목표를 포기한 적이 많습니 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학우분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 학생 자치를 향한 관심 자체 가 식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역설적이긴 하지 만 지난해 총회 성사로 미뤄봤을 때 학우분들도 여전 히 학생 자치에 대해 애정을 갖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학생 회도 낡은 체제에서 벗어나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 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 우리학교 과거 비대위 사건들
총학 선거가 무산돼 비대위가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 음이 아니다. 하지만 비대위 체제라는 한계 상황에서 도 비대위원장단은 다방면에서 학생 사회와 학생 권 리의 구성·유지를 위해 힘썼다. 2014년 1월 22일 우리 학교 본관 1층에서 학생 70명은 ‘죽어버린 우리학교 학생들의 권리를 추도한다’며 우리학교 학생의 권리 에 대해 빈소를 차린 후 학교 당국에 항의하는 장례식 을 차렸다. 이는 학교 당국이 우리학교 비대위장의 정 당성과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시작했다. 학생 들은 단과대 학생 대표들이 공정하게 투표해 비대위 장을 뽑았다며 학교 측의 불인정에 대해 반발했다. 또 한 2016년 6월 우리학교 당국은 박철 전 총장을 명예 교수에 임용하려고 했다. 비대위는 이 사실에 항의하 기 위해 8월에 총장실을 방문하려 했다. 하지만 방문
은 거부당했고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2016년 8월 10 일 총장실을 점거하고 이후에도 시위와 기자회견을 통해 항의를 지속해왔다.
한편 2017년 당시 우리학교 총학 부비대위원장이 학생회비의 일부를 횡령해 우리학교 학생 자치의 명 예를실추시킨바있다.우리학교제51대총학비대 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비대위원장은 4월 22일 부터 5월 10일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224만원의 공금 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기소유예 처분과 유 기정학 1주일 처분 받았다. 하지만 사범대 학생회장 재임 당시에도 회비를 횡령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 혀져 학생들의 공분을 샀다.

◆ 제53대 비대위가 구성되기까지
우리학교 제53대 총학의 재선거가 후보자 부재로 무산 됐기 때문에 제53대 총학 비대위 위원장단이 선출됐 다. 우리학교 총학생회칙 107조 (위원장과 부위원장) 제4항에 따라 비대위 설립위원회에 의해 선출된 비대 위원장단은 20일 이내에 전체 학생 대표자 회의를 소 집하고 인준받았다. 이번 달 2일 오후 7시에 사회과학 관 106호에서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제53대 총학 비대 위상반기제1차임시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있었 다. 회의는 △제53대 총학 비대위 설립위원회△제53대 총학 비대위원단 인준△제52대 중앙 공약 이행 평가 위원장단 인준△정기 공청회 연기의 건 순으로 진행됐 다.
비대위원장단 선출 투표는 총 3차로 이뤄졌다. 후보 12인에 대해 1차 투표를 통해 상위 6명을 2차 투표로 올렸고, 해당 6인에 대한 2차 투표를 통해 상위 3인을 3차 투표로 올렸다. 그 후 3차 투표의 상위 2인을 제53 대 총학 비대위원장단으로 선출됐다. 투표 결과, 이선 범(서양어·포르투칼 17) 동아리 연합회장이 3차 투표 에서 1위(11표)로 비대위장으로 선출됐으며 송민지(일 본어·일언문 17) 일본어대학 학생회장이 3차 투표에서 2위(7표)로 부비대위장으로 선출됐다.

◆ 우리학교 비대위를 만나다
1. 비대위는 어떻게 구성됐고 어떤 조직으로 운영되나 요?
이선범 비대위장(이하 비대위장): 총학과 비대위의 결 정적 차이는 임기 기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의 양에 서 비롯합니다. 제53대 총학 비대위원장단은 지난 18 일 비대위 설립위원회를 통해 선출됐습니다. 그 후 이 번 달 2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인준을 받았고 비 대위원장단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정식 총학으로 선출된 것은 아니지만 총학의 학생회칙 상으로 총학 에 준하는 권한를 갖습니다. 또한 총학과 똑같이 조직 적으로 운영됩니다. 이번 비대위의 경우 총 5개 국서 로 편성했습니다. △문화기획국△재정집행국△홍보 소통부△복지사무국을 바탕으로 편재 후 공개모집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2. 총학과 비대위의 전반적인 활동에 있어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송민지 부비대위장 (이하 부비대위장): 총학은 출범부 터 투표를 통해 당위성과 대표성을 인정받는다는 점 에서 비대위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비대위는 시대성 을 담은 공약이나 기조를 가지고 출범한 학생회가 아 니기에 구체적 방향성이 부족합니다. 또한 총학은 새 로운 큰 사업들을 시작·진행할 수 있겠지만 비대위원 장과 부비대위원장 둘 다 다른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 에 그러한 사업들을 진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비대위장: 학교 당국과 학생들의 인식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저와 부비대위원장이 2017년도에 제51대 총학 비대위에서 함께 일했는데 그곳에서 비대위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이번 비대위는 한계 에도 총학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3. 1학기 예정된 일정들은 무엇인가요?
비대위장: 상대적으로 시간은 없지만 진행돼야만 하 는 정책들을 선택하고 필요한 안건들만 다루도록 노 력하고자 합니다. 1학기의 경우에는 퀸쿠아트리아인 대동제가 가장 큰 일정이고 그외에도 기존에 시행했던 학사 제도가 학내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 다. 또한 안전제도협의회와 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담론장을 형성하고 학우들의 의견이 잘 반영·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부비대위장: 협의회와 같이 어떻게든 이어나가야만 하는 제도들은 이어나갈 것입니다. 또 학생총회는 진 행하지 않지만 △공청회△퀸쿠아트리아△정기전학 대회와 같은 행사들은 회칙 상 진행할 것입니다.

4. 학내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말하신 바 있는 데 이 사안들의 진행상황이 궁금합니다.
비대위장: 총학 선출권 같은 경우에는 우리학교뿐만 이 아니라 여러 학교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실정 입니다. 강사법 같은 경우는 여름방학 때까지 지켜봐 야할 것 같습니다. 학교 당국과 끊임 없는 논의 그리고 협의체제를 기획하고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 측에 반 영될 수 있도록 진행하겠습니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 들이 투표 참정권을 갖기 위한 초석을 다지려고 합니 다.
부비대위장: 지금 진행된 바는 없고 학교 측과 서서히 협의를 해나갈 생각입니다

5. 비대위로서 활동하는데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비대위장: 총학 비대위가 들어설 때마다 ‘위기’라는 꼬 리표를 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키워 드는 변화입니다. 비대위 체제임에도 학우들은 학생 대표 자치기구에 대한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있 습니다. 저희는 이 기대에 부응하고 노력해야합니다. 비대위로서 제한적인 부분은 존재하겠지만 잘못된 점 은 철저히 고쳐나가며 총학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 록 하겠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비대위여도 총학 만큼 잘하는 구나’라는 인식이 심어지도록 하겠습니 다.
부비대위장: 학생 대표 자치기구로서 학생 사회의 재 생산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희 다음에는 총학이 들어 서는 것을 목표로, 계속 진행되고 있는 협의체와 안건 들을 꾸준히 이어나가겠습니다.

6.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비대위장과 부비대위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 자 치와 총학은 계속 전진해야합니다. 제53대 총학 비대 위는 우리학교 학생사회에 산적해있는 다양한 의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시대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학교 학생 자치 도약을 위해 서 학우 여러분들께 부족하지 않은 총학 비대위가 되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지수 기자 97didu@hufs.ac.kr
안효빈 기자 97anhyo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