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호 7면 기사에 이견이 있어 의견을 보냅니다. 2016-11-14 23:31:39
이지원 | pljw2946@naver.com 조회수 63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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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도어과 4학년 이지원이라고 합니다. 11월 8일 발행된 외대학보 1001호 7면 정회인 기자가 쓴 "최순실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우리는 들어간다"를 읽다 사실관계가 다르고 기사에 이견이 있어 "아쉬운 <외대학보> 기사 – 박근혜 퇴진 대학 시국선언 운동의 성공이 “외부 운동권 배제” 덕분인가? "라는 독자기고를 보냅니다.

아래는 본문입니다.

아쉬운 <외대학보> 기사
– 박근혜 퇴진 대학 시국선언 운동의 성공이 “외부 운동권 배제” 덕분인가?
이지원(인도어과 4학년, 노동자연대 외대모임 회원)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에서도 박근혜 퇴진 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2백 여 명이 훌쩍 넘는 학생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11월 3일에는 학내 잔디 광장에 모여 집회를 진행한 바 있다. 11월 8일 화요일 발행된 외대학보는 이런 학내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관련 기사들이 실렸다.

그러나 11월 8일자 <외대학보> 정회인 기자가 쓴 “최순실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우리는 들어간다.” 기사에서 대학들에서 벌어지는 박근혜 퇴진 운동에 대한 부정확한 평가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회인 기자는 “지금 대학가의 이러한 움직임과 시국선언문은 기존 외부 운동권을 배제하고 지도부 없는 새로운 형식의 운동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진단이다.

우선 정회인 기자는 “외부 운동권 세력을 배제한 지도부 없는 운동”의 예시로 서울대 총학생회의 사례와 고려대 총학생회의 사례를 들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사례가 예시로 들어가 있는 것은 의아하다. 정회인 기자가 기사에서 서술하고 있듯 서울대에서 시국선언을 다시 발표한 것은 단어 교정이 필요했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회인 기자는 고려대 학생들이 “시국선언의 주제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인데 백남기 농민이 포함되는 것은 옳지 않다”, “외부운동권 세력 및 단체 이름은 모두 삭제하고 고려대 총학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며 “새 시국선언문을 제안”했고, 총학생회가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해 새로운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다고 서술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관계가 전혀 다르다.

첫째, 총학생회가 새로 발표한 11월 3일 시국선언문에는 여전히 백남기 농민 사망 문제와 세월호 참사, 청년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을 폭로하는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 시국선언 기자회견에 7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애초 백남기 농민 문제 등을 빼라고 요구한 소수 우파 학생들의 제기가 새로운 시국선언문에 수용되기는커녕, 다수 학생들로부터 전혀 지지 받지 못했다.

둘째, 정회인 기자는 고려대 총학생회 탄핵 발의 결과를 소개하지 않았는데, 10월 31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탄핵안은 부결됐다. 오히려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등이 적극 참가한 탄핵반대 서명에는 3일 만에 8백 50명이 참가했다. 따라서 ‘외부 운동권 단체 배제’ 운운하며 고려대 총학생회 시국선언을 마비시키고 심지어 탄핵까지 하려 했던 분별없는 우파적 공격은 완전히 패배한 것이다.

셋째, 정회인 기자가 ‘외부운동권 세력’이라고 소개한 “민중연합당”, “세월호를 기억하는 고대인 모임” 모두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단체다. “민중연합당”은 잘못 표기했는데, 정확한 명칭은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고대분회”로 고려대 학생들의 모임이다.

“새로운 방식”?

정회인 기자는 “외부 운동권 세력 배제”를 주장한 소수 우파들의 주장을 다수 학생들의 주장인 듯 모호하게 언급하며 “새로운 방식”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는 박근혜 퇴진 운동은 정회인 기자의 주장과 달리 ‘좌파 운동권’ 세력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운동권’ 세력들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온갖 악행에 맞서 굳건하게 싸워왔다.현재 대학 내에서 벌어지는 박근혜 퇴진 운동은 학생회와 진보 좌파 단체들이 발빠르게 운동에 앞장서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100여 개가 넘는 학생회와 ‘운동권’ 단체들이 함께 결성한 “박근혜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는 대학내에서 시국선언 서명운동과 촛불집회 등을 주도하며 박근혜 퇴진 운동의 가장 열의 있는 일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 퇴진 운동을 더 적극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학내 진보•좌파 단체들, 학생회들, 열의 있는 개인들이 함께 박근혜 퇴진을 위한 한국외대 공동행동을 결성하여 매일 박근혜 퇴진 서명을 받으며 집회에 참가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100만 명이 넘게 참가한 민중총궐기를 주최한 단체들은 대부분 조직된 ‘운동권 진보, 좌파 단체들’이다. 한국외대 학생들도 민중총궐기에 200명 이상 참가했다.

이렇게 정회인 기자가 사실 관계를 잘못 서술한 배경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주장을 투영시키다 보니 사실이 비틀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정회인 기자가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발성만으로 충분하고 조직은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싶었다면, 나는 최근 벌어진 운동의 교훈을 잘못 일반화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현실에서는 조직과 리더십이 없는 순수한 자발성은 존재할 수 없다.

지난 8월 이화여대 본관 점거 투쟁을 통해 지도부 없는 “달팽이 민주주의”라는 일부 언론의 호평을 받은 이대 투쟁 역시 스스로 지도부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도부 역할을 한 자봉벗들이 있었다.
그들은 비민주적으로 좌파를 배제하면서까지 “순수성”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이대 투쟁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매우 정치적인 요인 때문이었다. 정유라 특혜 의혹에서 시작된 박근혜 게이트덕분에 정치적 항의 운동이 벌어져 최경희 총장을 날려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퇴진 운동 촛불 집회는 초기부터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따라서 최근 거리와 대학에서 확대되고 있는 박근혜 퇴진 운동은 “지도부 없는” “새로운 운동”의 지평을 열었다고 볼 수 없다.

사실 사람들의 의식은 불균등하기 때문에 모든 운동에서는 좀더 주도적으로 이끌려고 하는 ‘지도부'가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지도부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동을 이끄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우리는 물러날 생각이 없는 박근혜가 ‘총리 국회 추천, 권한 통할’, ‘거국내각구성’ 등으로 꼼수를 부리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국면에 직면해 있다. 무능한 주류 야당들은 박근혜의 시간 벌기에 전면 도전하기는커녕 구원 투수 노릇을 해왔다.따라서 이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동권, 좌파, 지도부’ 배제 같은 자발성 ‘숭배’로 미끄러지지 말고, 자발성도 고무하면서 운동의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는 좌파 조직의 리더십도 중요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